베트남은 한국보다 2시간이 느립니다. 매일 듣는 FM방송의 프로그램별 시간대가 뒤로 2시간씩 밀리니 공짜시간을 얻은 느낌입니다. 사실 하루의 시간 중 오후 4-6시가 늘 가장 마음을 짓누루는 느낌이 있는데 (저녁은 뭘해서 먹나?하는 고민과 함께 허무하게 하루가 또 저문다는 세월에의 상실감 등) 하노이 와있으니 두 시간씩이나 하루가 늘어난 듯한 기분!
늘 사람으로 북적이던 거리들이 사람 발자취 하나없이 텅 비었을 때 그 느낌을 경험해 본 적이 있으신지요? 2002년 월드컵 축구에 국민의 관심과 혼이 쏠려있을 때 4강까지 가기까지 치뤄야했던 수 차례 경기 때마다 사람들은 모두 TV로 몰려드느라 거리는 텅비곤 했는데, 당시 자전거타기에 미친 듯 빠져있던 태균이의 재촉으로 자전거끌고 거리에 나서면 그야말로 개미 한마리 보이지 않던 텅빈 거리들!
그리고 일 년에 두 번, 명절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디론가 떠나버리고, 집에 태균이랑 둘이 있다가 심심해서 거리를 나서보면 느껴지는 텅빈 거리의 정적! 그 안에 서면 세상은 정지되어 있는데 태균이랑 저만 움직이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런 것처럼 아침부터 숙소에서 내려다 보는 경치 속에는 오전내내 사람이 하나도 들어가있지 않습니다.
여기가 도대체 어디인지 감을 잡아보려 구글지도를 펴고 거리로 나서보니 사람흔적 찾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꽤 시내인데도 도로 한가운데 얌전히 옆으로 포개져 있는 작은 고양이만한 쥐 한마리와 시내를 관통하는 작은 천의 지독한 오염된 물상태만이 불쾌감을 높입니다.
베트남은 과거 프랑스의 지배를 받았던 때가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걸쳐있습니다. 우리는 일제의 흔적을 없으려 부단히 노력하는 반면, 여기는 식민제국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많은 부분 사회문화건축 등에 반영한 듯 여기는 프랑스풍의 건축물이 많습니다. 베트남에 정통했던 한 사업가는 그래서 베트남에 올 때마다 그림을 산다고 했습니다. 프랑스의 영향을 받아 베트남 인구 중에는 예술성 꽤 높은 사람들의 작품이 많다 합니다.
무언가라도 먹어야하니 태균이와 함께 거리를 나서 번화한 도시 중심까지 걸어들어갔으나 그야말로 100% 모든 영업집은 구정명절로 휴업 중! 문연 곳은 한 군데도 없습니다. 사회주의 국가답게 예외없이 일체로 움직이는 분위기가 분명히 있습니다.
걷다보니 원래 묵으려했던 그랜드프라자 하노이가 보여서 잠시 태균이랑 카지노에 가서 한 탕 돌려보고. 하노이는 몇몇 호텔에 카지노를 허락해놓고 있는데 모두 미국달러로만 놀아야 합니다.
마침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미국달러 80불 정도가 있어서 그거로 시작해서 초기에는 무참히 깨지고 거의 바닥을 보였으나 태균이더러 알아서 하라했더니 120불까지 다시 만회를 해놓습니다. 태균이가 이제 캐쉬아웃하겠다는 걸 몇번 더 돌려서 100달러에서 멈추었으니 확실히 저보다 잘하는 녀석입니다.
7000보 정도 도시를 헤매었으나 끼니를 해결할 가능성이 전혀 없고 그랜드프라자같은 대형호텔 안의 식당도 완전히 휴업! 오늘은 종일 작은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워야 합니다. 도심을 그렇게 걸어도 편의점 하나없이 길거리 노점상에서 음료수와 컵라면 사들고 들어오니 태균이가 기진맥진입니다.
길가 상피귤같은 나무가 눈에 띄는데 그 크기가 장난이 아닙니다. 이렇게 크고 풍성한 열매들을 매달고도 나무가 버티는 게 신기합니다. 사실 하노이는 사계절의 계절분위기가 구분되고 계절별로 제주도보다 약간더 높을 뿐입니다.
고수같은 향채맛이 강하게 나는 컵라면이 의외로 맛있어서 태균이도 꽤 잘 먹습니다. 마치 숭늉이나 막걸리마시듯 베트남커피도 한 잔하고... 저녁이 되어가는 이 무렵에 오늘 끼니는 몽땅 컵라면 외에는 어떠한 대안도 없습니다. 내일부터는 대부분의 상점이 재개한다니 복수하듯 맛있는 음식들을 먹어야 되겠습니다.
첫댓글 아, 이국의 명절 풍경이 참 흥미롭습니다. 컵라면 맛이 괜찮아서 얼마나 다행인지요. 태균씨도 대표님도 멋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