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시티투어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어제 갔었던 호엠끼안 호수 근처로 다시 가야합니다. 우선 아침을 먹어야하니 숙소에서 멀지않은 서호 (서쪽의 엄청나게 큰호수) 꽃정원에 딸린 식당으로 갔는데 놀랍게도 이 식당에서 식사를 하면 꽃정원으로 바로 입장이 가능해 입장료를 따로 내지 않아도 됩니다.
아침부터 쌀국수와 튀긴볶음밥, 케밥까지 풍족한 식사를 했습니다. 베트남 쌀은 찰기가 없어 부슬부슬 날아다닐 듯 한데 이것도 자꾸 먹으면 맛있습니다. 볶음밥을 태균이가 꽤 많이 먹었습니다.
생각지도 않았고 여행 마지막날 보려고 했던 꽃정원을 졸지에 무료입장해서 얼핏 돌아보았습니다. 지금은 장미가 가장 한창입니다. 곳곳에 텐트며 탁자세트, 모래사장 등 휴식공간도 충분해서 꽃길거닐며 차나 식사도 하면서 즐길 수 있게 되어있어 가족들이 놀기에 아주 적합합니다. 화장실가는 길도 온통 꽃길!
꽃길은 내일 더 보기로 하고 서둘러 호암끼안 호수로 가야하는 이유는 시티투어버스 예약 때문입니다. 30분에 한 대씩 다니는데도 어제 보니까 3-4시간 전에 이미 예약이 끝나 버리기 때문입니다. 호수에 도착시간이 오전 10시도 안되었는데 벌써 인산인해, 시티투어버스 시간은 12시 30분.
시티투어버스 시간 기다리는 동안 어제 못갔던 응옥썬 유교사당을 들어가보기로 했습니다. 티켓 한 사람당 50000동 (대략 3500원)씩 발권하고 들어가는데 어저께보다는 낫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바글바글합니다. 명소로 알려진 유교사원인지라 새해소망을 빌러 다들 몰려드는 듯 합니다. 실제로 식구들을 줄세워놓고 향을 피우고 소원을 비는 행위 속에 정성과 간절함이 묻어있습니다.
태균이도 두손모아 빌어보라고 했더니 성의를 다해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올립니다.
응옥썬 사원에서 사람을 비집고 다니며 둘이 서로 사진도 주고받고 기념하는데, 베트남 사람들의 설날풍속을 보니 느껴지는 게 너무 많습니다. 형식과 실제가 별 차이없이 진솔한 사회구도가 이들의 모습이구나 싶습니다.
우리는 형식과 실제의 격이 너무 벌어져서, 보여주는 모습 따로, 실제 하는 행동 따로, 괴리적 삶이 지극히 보편화되어있습니다. 실생활을 크게 지배하는 같은 유교이념을 놓고보니 그런 측면이 더 크게 느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문명의 진보와 상관없이 유지하면 좋을 가치들은 변치 말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구태의연하다 비판받기 십상일 수도 있습니다.
새해 덕담을 간략히 족자에 써주는 베트남 서예도 두 개 만들었고, 많은 예시문 중에서 저는 지志 자를 선택했습니다. 뭔가 2024년부터는 의지를 가지고 의도하는 바를 열심히 하시오!하는 자기주문이라고 할까요?
이렇게 유서깊은 유교사원에서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시티투어버스 타러 갔는데 그래도 시간이 남습니다. 엄마화장실 다녀올테니 잠시 앉아서 기다리라고 자리 정해주고 왔으나 좀 멀리있는 화장실을 가려니 아직은 불안한 것도 사실입니다.
베트남여행의 큰 단점은 아무래도 화장실 문제입니다. 수가 너무 적으니 공중화장실은 늘 줄서야하고, 푸새식까지는 아니지만 재래식이고, 비용도 내야 합니다. 그래도 시티투어버스는 정차없이 내내 버스에 머물러야 하니 다녀오는 게 맞습니다. 급한 마음을 누루고 얼른 뛰어갔다오니 혼자 앉아서 잘 놀고있습니다.
이층 지붕없는 투어버스에 오르니 신나해 하는 표정 역력하고, 이어폰도 척척 잘 끼고있고, 밖 풍경도 열심히 잘 보고... 하노이의 새로운 모습을 대폭 보게 되네요. 시간만 더 있으면 구체적으로 더 가보고 싶은 곳이 몇 군데 생겼습니다.
투어마치고 나니 도저히 걸으려하지 않는 태균이. 길가다가 택시타면 된다는 것을 뻔히 알고있으니 걸어야 하면 손가락으로 택시타자고 가리킵니다. 어쨌든 오늘도 벌써 만보는 넘게 걸은 셈이 되었으니 그럴만도 합니다.
호암끼엔호수 주변은 유명한 재래시장 단지이고 명품백화점도 있는 쇼핑지역입니다. 그저께 보니까 화가들의 그림을 파는 갤러리상이 몇 개 있던데 그 쪽으로 가려고 하면 태균이가 발걸음을 아예 떼질 않아서 갈 수가 없습니다. 식재료 외의 쇼핑은 정말 너무 싫어합니다. 쇼핑을 원래 잘 하지도 않고 어쩌다 필요한 것 사는데도 그렇게 질색팔색이니 그것도 유전인가 봅니다.
택시만 타자고 하니 그렇다고 숙소로 가기에는 좀 아쉬워서 택시타고 스타더스트 카지오에서 한 시간 가량 신나게 놀고, 맥도널드 사주겠다고 꼬셔서 다시 걷기작업! 하노이 인구가 다 여기로 나온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의 인산인해. 오후가 늦어지니 더 심해졌습니다. 구글지도를 보면서 다시 호암끼엔 호수를 찾아가는데 진땀뺐습니다.
호텔 바로 옆 책거리 Book Street가 있는데 여기 오토바이 주차장 모습! 오토바이 서열이 끝이 안 보일 정도입니다. 베트남의 네비게이션은 오토바이용 GPS가 별도로 있습니다. 그 혼란함 속 사고없이 다들 달려가는 것 보면 미스테리 그 자체입니다.
저녁은 햄버거로 때우고 차밀린다고 숙소있는 곳은 안 오겠다는 운전자를 꼬셔서 숙소에 오니 결국 6시 (한국은 8시)가 다 되었습니다. 오늘 몇 번 택시를 이용했지만 미터기 돌리는 운전자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다들 부르는 게 값이고 이만큼 안주면 안가겠다는 식... 다행히 막무가내식으로 아주 높은 가격은 아닙니다.
숙소에 오니 태균이 피곤한지 침대에서 뒹굴뒹굴, 저는 빨래돌리며 오늘 일을 올려봅니다. 오늘 투어를 통해 보게 된 하노이는 역사와 풍경에서 아주 매력적인 도시인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다시 오게될지는 확신할 수 없으나 도예로 거리를 장식한 것은 멋진 발상입니다. 이 거리는 유네스코에 등재될만큼 예술성이 뛰어난 작품들이라서 오가며 볼 때마다 감탄을 하게 됩니다.
첫댓글 눈 호강하며 전 간접 여행 잘했습니다. 합장하며 고개 숙인 태균씨의 모습이 사진 전부를 합쳐 금상입니다. 그리고 여행을 만끽하는 태균씨의 행복한 얼굴이 사진을 채워줘서 넘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