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제기
"역사에 더 이상의 진화는 없다. 역사는 종말을 고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그의 저서 <역사의 종말>(원제:역사의 종말과 최후의 인간)에서 이렇게 도발적으로 선언하고 있다. 역사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문제는 모두 해결되었기 때문에 역사의 근거를 이루는 여러 원리나 제도는 앞으로 더 이상의 진보나 발전이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후쿠야마에게 있어서 역사의 종말을 초래한 이데올로기는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이다. 자유민주주의는 '인류의 이데올로기 진화의 종점'이나 '인류 최후의 정부 형태'라는 것이다. 이처럼 자본주의 경제체제는 인류 최후의 선택이며, 이것보다 발전된 형태의 경제체제는 앞으로 있을 수 없다고 후쿠야마는 주장한다. 여기에서 비롯되는 제반 모순점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 극복될 것이며, 자본주의가 인류에게 밝고 빛나는 미래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이러한 후쿠야마의 주장을 비판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 특징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과연 자본주의는 인류 최후의 생산양식인가? 대안적인 생산양식의 출현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가?
답안 작성 길잡이
1. 잉여노동이 자본을 축적한다.
고구마를 사서 삶아 먹으면 단순한 소비행위에 불과하지만,10만원 어치의 고구마를 사서 구워 팔아 15만원을 벌었다면 애초의 10만원은 '자본'이다. 이처럼 자본은 이윤을 목적으로 투입되는 돈이다. 돈만이 아니다. 이윤을 목적으로 투입되는 정보, 문화, 기술 등이 모두 자본이다. 자본주의 사회는 기본적으로 자본가가 자본을 투입해 생산수단과 노동력을 구입한 뒤 상품을 생산하고 판매해 자본을 축적하는 사회이다.
이처럼 자본가가 수고스럽게 건물과 기계를 사고 노동자를 고용하는 이유는 이윤을 얻으려는 것이다. 이윤은 자본가의 최대 목표이다. 이런 방식으로 자본가는 자본을 축적한다.
이러한 자본가의 이윤은 언뜻 보기에 상품을 사고팔 때 그 상품이 본래 가진 가치에 어느 정도의 이윤을 얹어서 팔기 때문에 생기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자본가는 자기의 상품을 팔기도 하지만 동시에 다른 자본가의 상품을 사기도 하기 때문에 그는 한편에서 얻는 것을 다른 편에서 잃는 셈이다. 따라서 자본가는 아무런 이윤도 거둘 수 없다.
도대체 이윤은 어디서 생기는 걸까? 그것은 바로 상품을 생산하는 노동자의 노동에서 생긴다. 만약 노동자가 자기가 만든 모든 생산물을 임금으로 가져간다면 자본가는 이윤을 남길 수가 없다. 하지만 노동자가 받는 임금은 자신이 생산한 모든 생산물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그 중의 일부분이다. 나머지는 공장과 기계를 소유한 자본가에게 돌아간다. 일반적으로 노동자의 임금은 그들의 생활비 수준에 따라 정해진다. 그런데 인간의 '생산력'은 발전해 노동자는 자신의 생활에 필요한 것 이상으로 생산해 낸다. 바로 여기서 자본가의 이윤이 발생한다. 자신의 생활비 이상으로 생산하는 노동자가 자신의 생활비에 해당하는 만큼만 임금으로 가져가므로 나머지는 자본가의 이윤으로 남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력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다. 자본가가 1억원을 투자해 8천만원으로 공장과 기계 등 생산수단을 구입하고 2천만원으로 노동자를 고용해 상품을 생산,1억2천만원을 회수했다면,결국 노동자는 2천만원을 임금으로 받고 4천만원어치를 생산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의 노동은 임금에 필요한 노동 외에도 자본가의 이윤으로 돌아가는 노동을 한다. 이 노동을 '잉여노동'이라 하고,잉여노동은 '잉여가치' 즉,이윤을 창출하는 근원이 된다. 이처럼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이윤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으로 자본가들은 부를 축적한다.
2. 생산력은 생산관계를 바꾼다.
생산력이란 인간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얼마나 생산할 수 있는가 하는 능력이다. 이러한 생산력은,인간의 노동력, 노동수단(생산수단)의 성능, 노동 방법, 노동 대상의 성능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째, 인간의 노동력, 즉 인간의 기술이 발달하고 경험이 많이 쌓이면 보다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다. 둘째, 노동수단인 도구와 기계가 좋아지면 보다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다. 셋째, 혼자는 못하는 것을 여럿이 하면 할 수 있는 것처럼 좋은 노동방법을 선택하면 더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다. 넷째, 새로운 원자재 등 노동대상의 성능이 좋을수록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다.
생산관계란 생산을 하는 데 필요한 인간관계를 말한다. 예를 들면, 노예소유주와 노예의 관계, 지주와 소작인의 관계, 공장주인과 노동자의 관계 등이다. 여기서 노예소유주, 지주, 공장주인 등은 노예, 토지, 공장과 기계 등의 생산수단을 소유한 사람들이고, 노예, 소작인, 노동자 등은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못한 사람들이다. 결국 생산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생산수단의 소유관계이다. 따라서 생산수단을 누가 어떻게 소유하느냐에 따라 생산물을 누가 어떻게 가져가느냐가 결정된다. 생산관계 즉, 생산수단의 소유관계는 생산력 수준에 따라 결정된다. 생산력은 끊임없이 발전하지만 생산관계는 생산력처럼 쉽게 변하지 않는다. 생산력은 인간이 노동을 계속함에 따라 새로운 기술, 새로운 도구와 기계, 새로운 생산방법, 새로운 원료 등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끊임없이 변한다. 그러나 생산수단의 소유관계인 생산관계는 법이나 제도로 정해져 있고, 또한 생산관계에서 이익을 보는 세력이 계속 현재의 생산관계를 지키기 위하여 노력하므로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생산력의 발전이 어느 정도 이상 이루어져 현재의 생산관계가 새로운 생산력의 발전을 가로막는 경우, 낡은 생산관계를 지키려고 하는 세력과 새로운 생산력을 대표하는 세력 사이에 싸움이 벌어져 급기야 낡은 생산관계는 무너지고 새로운 생산력에 알맞은 새로운 생산관계가 세워진다.
3. 자본주의는 인류 최후의 생산양식이다?
생산양식은 생산력과 생산관계를 합친 말이다. 즉, 생산양식은 생산력과 생산관계를 결합한 통일체이다. 그러므로 특정한 생산관계는 특정한 생산력을 토대로 하며,특정한 생산력은 또 특정한 생산관계를 형식으로 한다. 즉, 생산력은 생산관계의 내용이자 토대이고, 생산관계는 생산력의 형식이자 그릇이다. 일정한 생산력은 항상 일정한 생산관계와 결합해 일정한 생산양식을 형성한다. 예를 들어, 미국이나 우리나라의 생산양식은 '자본주의'이며, 이 말은 미국과 우리나라의 가장 중요한 특징을 표현해 준다. 인류의 역사는 '원시공동체사회→ 고대노예제사회 → 중세봉건제사회 → 자본주의사회'로 변해 왔다. 그런데 이것은 각 사회의 가장 대표적인 생산양식이 무엇이었는가에 따라 붙여진 이름이다. 다시 말하면, '노예제', '봉건제', '자본주의'라는 것은 그 사회를 가장 대표하는 생산양식을 가리키는 말이다.
자본주의는 대부분의 재산들을 시민들이 소유한 경제체제를 뜻한다. 반면에 자본주의의 대표적 대안인 사회주의에서는 거의 모든 재산들을 사회가 정부를 통해서 직접 소유하고 시민들은, 공동소유라는 형태로 간접적으로 소유한다. 개인이 인류의 기본단위이고 경제활동들이 개인들에 의해 이루어지므로, 재산들은 일차적으로 그것들의 형성에 공헌한 개인들이 소유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소유권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누구도 자신의 힘과 시간과 돈을 들여서 재산의 형성에 적극적으로 착수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유재산제도를 기본질서로 삼는 자본주의는 자연스럽다. 반면에 사회주의는 자연적 질서에 인공적 과정을 가미해야만 비로소 성립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의 성립에 동원된 강제력과 자원이 약해지면,사회주의 체제는 이내 허물어져서, 다시 자연스러운 자본주의 체제로 돌아간다. 따라서 아직까지는 '자연적 체제'인 자본주의가 인류 최후의 생산양식이다.
고전 펼치기
◎ 자본론 <資本論, Das Kapital, The Capital> / 칼 마르크스
이 책은 칼 마르크스의 고전적 경제학서로서, 국제 공산주의 운동의 이론적 경전이 된 책이다. 이 책에서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내적 구조와 운동 법칙을 자세히 서술하고 이 체제의 내적 붕괴의 경향을 도출하고 있다. 2, 3권은 그의 사후에 절친한 동료인 프리드리히 엥겔스에 의해 편집, 출간됐다. '자본론'은 기본적으로 노동의 잉여가치 생산과 그것을 전유하는 자본가와의 갈등관계,즉 착취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분석하고 있다. 마르크스는 임금은 인구의 압력이 아니라 산업예비군의 존재 때문에 생계비 수준에서 결정된다고 주장했다.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노동력은 단순히 하나의 상품일 뿐이고,그 노동력을 판매한 대가가 임금이다. 그런데 자본가들은 노동자에게 생계비 수준의 임금을 주고도 남을 정도의 잉여노동을 강제함으로써 잉여가치 즉,이윤을 생산하며 노동자가 생산한 이윤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자본가 자신이 전유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만약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읽기가 부담스러운 학생들은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풀이한 자본론을 읽는 것도 좋다. 이 책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경제 문제나 사회 문제들의 원인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그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데 가장 핵심이 되는 시사점을 제공한다. 따라서 자본주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생각해 볼 과제
◎ 잉여노동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 보라. ◎ 자본가의 잉여가치 독점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 보라. ◎ 자본주의 생산양식의 이상적인 생산관계를 설계해 보라. ◎ 문화나 정보가 자본으로 사용되는 사례를 제시해 보라. ◎ 노동자 고유의 노동과 자본가가 고용한 노동력의 차이를 설명해 보라.
기출문제
◎ 자본주의사회의 생산력과 생산관계 (고려대 2008 모의 논술) ◎ 잉여가치(이윤)의 근원인 노동 문제 (성균관대 2007 수시1) ◎ 기업 경영의 생산성과 수익성 (서강대 2007 수시1) ◎ 후기산업주의의 새로운 노동관 (서강대 2003 정시) ◎ 자본주의 경제의 다양한 조건 (성균관대 2002 정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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