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년 전 조선 철종 때 목수는 후대 위해 청룡사 대웅전 곁에 ‘곡자’를 묻어뒀다

[秦始皇帝(申鉉澤)]

보물 824호 청룡사 대웅전 보수 중 나무 ‘옛 곡자’ 발견
“나중에 필요하면 꺼내 쓰거라” 대웅전 길이 단위와 일치

▲ 해체 전 청룡사 대웅전 전경.

구불구불한 아름드리나무를 껍질만 벗겨 기둥으로 세워 자연미가 돋보이는 보물 824호 청룡사 대웅전의 해체·보수작업이 한창이 가운데 최근 조선시대 나무로 만든 곡자가 발견돼 학계는 물론 시민들의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

‘곡자’는 곱자라고도 하며, 나무나 쇠를 이용하여 90도 각도로 만든 ‘ㄱ’ 자 모양의 자로 ㄱ자자, 곡척, 구, 구척, 기역자자로 불리는 길이를 재는 도구를 말한다.

곡자는 ‘ㄱ'자 형태의 자로, 전통건축에 쓰인 목재와 석재 길이를 측정하거나, 집 전체의 크기와 비례, 치목(治木, 나무를 깎는 일)과 치석(治石, 돌 다듬는 일)에 필요한 기준선을 부여할 때 사용한다.

문화재청은 5일 보도자료를 통해 <목재곡자>(장변 43㎝, 단변 31.3㎝ 두께 2㎝)가 나왔고, 이는 청룡사 대웅전 상량문 기록 등을 토대로 볼 때, 1863년(철종 14년) 대웅전 수리공사 당시 기둥의 해체보수 작업 과정에서 넣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 청룡사 대웅전 해체·보수 과정에서 발견 당시 곡자의 모습.

그리고 이번에 발견된 곡자는 목조건축물에서 가장 안전한 장소 중 하나인 대웅전 뒤쪽 기둥 하부와 초석 사이에서 나왔다.

곡자 주변에 습기 조절 등을 위한 건초류와 고운 황토 등이 함께 발견된 점으로 볼 때, 후대 사람들이 건물을 지을 때 사용된 치수 단위를 알 수 있도록 한 옛 목수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고 전했다.

이는 156년 전 철종 14년인 1863년 대웅전 수리를 하던 목수가 후대에 청룡사를 수리할 일이 있으면 이 ‘곡자’를 꺼내 쓰라‘는 것으로 자신이 관여한 건축물이 후대까지 제대로 이어졌으면 하는 장인 혼(魂)이 담기 유물(遺物)로 심금을 울리고 있다.

▲ 곡자 세부 눈금 상세 현황.

대웅전 기본 길이 단위와 일치… 전통건축 연구 자료로 활용 가능

이어 문화재청은 발견된 곡자는 단변을 10치로 나누어 세부 단위를 ‘一(일)’부터 ‘十(십)’까지 표기하였다.

특히, ‘一(일)’에서 ‘三(삼)’까지는 다시 한 치당 10등분을 하여 측정의 정밀도를 높였다.

또한, 용척에 대해 1차 분석한 결과, 한 자가 313㎜ 내외로, 대웅전의 용척과 정확히 일치하였고, 근대에 사용된 303㎜ 용척과도 확연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여기서 한 ‘치’는 한 ‘자’의 10분의 1이고, 역으로 한 ‘치’의 열 배로 약 30.3cm에 해당하며, 용척은 건물의 기본이 되는 길이 단위를 말한다.

그리고 313㎜ 기준은 조선 세종대 도량형 통일(1446년)에 따른 ‘영조척’과 거의 유사하며, 18세기 후대까지 사용된 기준이기 때문에 이번에 발견된 곡자는 당대에 건물을 짓거나 수리할 때 사용한 척도를 추정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여기서 ‘영조척(營造尺)’은 목수가 쓰는 자를 말한다.

문화재청은 보도자료 부제목을 발견된 <옛 곡자>는 “대웅전 기본 길이 단위와 일치”해 “전통통건축 연구 자료로 활용 가능”하다고 밝혔다.

청룡사 대웅전 보수완료까지 최적 상태로 본존 예정

또한, 문화재청은 관계 전문가들의 현황검토와 곡자의 추가 훼손을 막기 위한 보존처리를 진행했으며, 보다 정밀한 조사연구를 위해 현재는 전통건축부재보존센터(경기도 파주시)로 이관한 상태라고 한다.

앞으로 정밀실측 조사, 재료(수종) 분석, 엑스레이(X-ray) 촬영, CT(컴퓨터단층) 촬영, 유사 용척 조사연구, 대웅전 수리 이력 분석 등을 추가로 진행하여 전통건축 분야의 연구 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 해체 전 청룡사 대웅전 기둥.

곡자는 안성 청룡사 대웅전 해체·보수가 완료되는 시점까지 전통건축부재보존센터(항온항습실)에서 최적의 상태로 보존된다.

현재 보물 제824호인 청룡사 대웅전은 주요부재의 노후화로 인한 건물 전체 변형이 심해 해체·보수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지난 2016년 2월 22일 설계승인 되고 2016년 6월 5일 해체·보수 공사에 착수해 2020년 공사완료를 목표로 진행 중이다.

사업비 48억6,669만2천원(국비 70%, 도비 15%, 시비 15%)의 사업비이고 2019년 6월 현재 60%의 공정으로 민간자본사업보조로 청룡사가 사업자로 진행되고 있다.

한편 청룡사는 죽산면 칠장사와 금광면 석남사와 더불어 현존하는 대표적인 고찰로 1265년(고려 원종 6년) 서운산 기슭에 명본국사(明本國師)가 창건한 절로, 창건 당시에는 대장암(大藏庵)이라 하였으나 1364년(공민왕 13년) 나옹화상이 크게 중창하고 청룡사로 고쳐 불렀다.

▲ 해체 전 청룡사 대웅전 금강역사.

청룡사라는 이름은 나옹화상이 불도를 일으킬 절터를 찾아다니다가 이곳에서 구름을 타고 내려오는 청룡을 보았다는 데서 유래한다.

특히, 청룡사 내 위치한 보물 824호인 대웅전은 다포계의 팔작지붕으로 고려말 공민왕 때에 크게 중창하여 고려시대 건축의 원형을 보여 주는 귀중한 자료이며, 앞서 말했듯이 구불구불한 아름드리나무를 껍질만 벗겨 기둥으로 세워 자연미가 돋보이는 문화재로 서운산과 함께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청룡사는 보물 824호 대웅전을 포함해 △국가지정문화재로 청룡사영산회괘불탱(보물 제1257호), 안성청룡사동종(보물 제11-4호), 청룡사감로탱(보물 제1302호), 안성청룡사소조석가여래삼존상(보물 제1789호) △경기도지정문화재로 청룡사사적비(유형문화재 124호), 안성청룡사금동관음보살좌상(유형문화재 제170호), 청룡사삼층석탑(문화재자료 제59호) △안성시지정 향토유적으로 청룡사부도군(부도 제27호) 등이 있다.

또한, 조선시대 인평대군(麟平大君)의 원찰(願刹)이었다는 청룡사는 1900년대부터 등장한 남사당패의 근거지로 알려진 안성의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곳이기도 하다.

▲ 청룡사 대웅전 기둥해체 후.

▲ 발견된 곡자 현황.

▲ 가설덧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