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과의 이별여행
가을의 끝자락. 단풍의 화려함도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였건만, 벌써 겨울의 커다란 대문이 앞을 가로막고 서 있다. 게릴라 같이 내습한 추위로 형형색색의 단풍은 억울하다는 듯 눈물을 흘리고, 나무들은 하나 둘 이파리를 떨구며 나목이 되어간다. 영원불멸의 거대한 힘, 자연의 섭리 앞에 다소곳이 고개 숙이고, 서로의 하직인사 나눌 사이도 없다. 매정하다 못해 냉정하기까지 하다.
산간지방엔 일찌감치 폭설까지 쏟아진다. 가을로 화려하게 물들었던 산과 들이 점점 겨울의 무채색으로 변해가고 있지만, 겨울로 넘어가는 이즈음에 비로소 아름다워지는 풍경도 있으니, 몸이 부서지며 외치는 비명소리가, 우리에게는 발밑에서 바스락거리는, 가을의 이별노래 낙엽 밟는 소리로 들린다.
나뭇가지 사이로 볕이 드는 풍경도 만나보자. 날카로운 펜으로 그림을 그린 것 같은 자작나무 숲도 보인다. 가을에 노래하는 이별의 합창인가, 겨울의 울려 퍼지는 승자의 파티에 브루스 연주곡인가, 우리들도 참여하자, 덕수궁 돌담길의 낙엽 밟는 소리를.............
낭만이 넘친단다, 늦은 가을의 풍경이란다, 중년의 쑥스러움이 발목을 잡는다면 남이섬은 어떠할까, 황홀한 낙엽 길을 호젓하게 걸어 보자, 적 단풍이 가득한 곳, 은행잎이 거든다. 그것도 부족하다며 활엽수 낙엽들까지도 힘을 모은다, 남이섬으로 달려가 보자. 벌써부터 발밑에서 서걱거림의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억새들도 하얗게 피어 바람에 한들거린단다.
모든 숲길이 그러하듯 잎이 지고 나서야, 거칠고 투박한 둥치를 드러내지만 잎을 다 떨구고서야, 순백의 수피를 화려하게 장식하는 자작나무들, 한걸음 한걸음 임도를 걸어보자, 황홀한 자작나무숲 향연의 초대가 기다린다, 차가우면서도 고결한 모습, 한번 만나면 잊혀지지 않을 강열함, 나뭇잎을 떨구고 앙상한 가지만으로도 이렇듯 정서를 모으는 아름다움이 있음을 피부로 한번 느껴보자.
이제는 끝이 보이는가, 우리들의 바보 스토리, 이별을 고할 준비를 하자. 남이섬의 정관루가 빨리 오라고 손짓을 한다. 정관루에 짐을 내리자. 해가지고 행락객들이 하나 둘 남이섬을 빠져나가면 둘만이 오롯이 산책길을 걸어보자, 늦가을의 정취도 초겨울의 매서움도 함께할 수 있으려니.
가을이 막바지로 치달을수록 정취가 더 짙어지는 곳, 날이 밝아온다. 이른 새벽 해가 우리를 깨우기 전 먼저 일어나자. 아침 물안개 피어오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호젓하게 낙엽 길을 산책하자. 아침 햇살이 나뭇가지 사이로 비춰드는 모습은 새로운 풍경이란다. 촉촉한 느낌이라서 찾는 이들의 감수성을 흥건하게 적셔주는 곳, 쓸쓸함에 추억을 간직하기엔 더더욱 찾고 싶은 곳, 낭만을 만끽하자. 어제 밤 한강이었음을 눈으로 전하며, 아름다운 미소로 대답을 하자.
첫댓글 나는 남이섬도 못가봤다...[어제밤 한강이었음을~~~] 입안에 씹히는 맛이 있는 글귀네!!! 오헨리의 잎새가 생각난다!!!
토요일 오후에 다정히 손잡고 한번 가봐라, 아직 한강도 모린다 말이라, 대빵한테 물어보마 아주 구체적으로 설명을 잘해 줄끼다. 고거 기똥찬거데이.......
물안개가 한강으로 바뀌었다는 것은 알고 있쓰 ..ㅎ
문디 자슥님!!! 그 한강은 이미 입안에서 맛을 씹었다!!!
곰곰 생각했는데 그 덕수궁 돌담길의 노란 은행잎이 우리 민족 정서에 미친 영향을, 오늘 점심먹고 들어오는데 녹음짙은 가로수는 푸르다 못해 겨울꽃이 피는데, 노란 은행잎은 진취적인 정서를 유혹하는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