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내 시간은 흘렀고 드디어 우리의 대전 영보이신 레오나르도 신부님께서 '신앙 안에서의 변화' 에 대한 강의를 해 주셨다.
솔직히, 나 이번 피정에서 많은 걸 기대하고 왔다.
하지만, 우리 주님께선 날 언제나 한결같이 지혜를 주시려는지..
내게 꼭 필요한 단계인 정체성 과연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그 방법들..
여태껏 향심기도를 드리면서 누차 내내 나에게 나는 누구이며 어떤 상태인가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과연 내가 잘 해 나가고 있을까에 대한 의문을 그리고 그 답답함을 마치 아는 양 신부님께서 그 부분을 지적해서 가르쳐 주셨다.
먼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10가지 답안을 작성해 보라는 것이다.
난 ㅋㅋㅋ..
역시 언제나 향심기도를 드렸다시피,
1. 나는 쉬고 있는 사람이다.
2. 나는 아픔이 있는 사람이다.
3. 나는 희망을 가지고자 하는 사람이다.
4. 나는 기쁨을 추구하고자 하는 사람이다.
5. 나는 사랑을 베풀고자 하는 사람이다..
이렇게 다섯가지 내 상태에 따른 내 모습을 그려보았다.
헌데, 다른 사람들 꺼를 들어보니까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아주 명료하게 답했다..
다들 잘 대답했다고 할 수는 없었으나, 그중에 신부님의 맘에 드는 답은 '나는 크리스챤이다','나는 프란치스칸이다' 등등이었다.
난 왜 피정을 오면서도 미처 크리스챤이란 생각을 못 했을까?
신부님께선 이런 질문에 대한 말씀을 하시면서, 우리 성 프란치스코 성인 사부님께서 보였던 자기 정체성에 대해 명확히 지적해 주셨다.
곧 알몸으로 벗은 채 아버지에게 모든 것을 다 내 돌려주신 사부님께서 하신 말씀은 나는 하느님의 아들이다.. 그리고, 또 그렇게 아버지에게 쫓기고 갑작스레 강도를 만나 강도가 넌 누구냐라고 물었을 때 '나는 위대하신 왕의 사신이다.'
갑작스레 닥쳐온 위협적인 질문에 자신의 모습을 자신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느님과 관련하여 대답했던 사부님..
새삼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난 결국 내 고통 속에서 허우적대며 겨우 하소연만 하고 있었던 셈이다.
정작 주님께서 바라시는 나 자신의 모습 나의 모습 나의 정체성을 깨닫지 못한 것이다.
즉, 난 밤마다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의 답을 하느님 날 만드신 하느님과 관련을 지으려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니, 그 기도가 한계에 부닥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바로, 내가 늘 기도드리면서 정말 수녀원 가서 교육 받으며 기도하고 싶다는 내 생각을 신부님께서 아니 우리 아버지 하느님께서 내소원을 들어주셨다..
그리고, 우리가 왜 하느님의 사랑을 왜 못 느끼는가에 대한 대답으로 그 이유는 다른 사람이 하느님의 사랑을 가로막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예로 저 멀리 산등성이 뒤로 가려지는 태양을 예로 들어 설명해 주셨다..
태양은 산을 뒤로 해서 가려진다.. 이 때 이 태양은 하느님의 사랑으로 대신 생각할 수 있다.
태양은 솔직히 산보다 더 훨씬 크다.. 하지만, 우린 멀리 있기에 하느님의 사랑을 볼 수 없다..
곧, 하느님의 사랑은 무한하며 그리고 너무나도 크기에 우린 그 하느님의 사랑을 당연하게 누리고 있다..
만일, 칠판 지우개가 하나의 사랑이라면, 우린 그 조그만 것이 다 보이기에 생색을 낼 것이다.. 남녀 간의 애정에 빗대어 볼 수 있다.. 하지만, 평소의 어머니의 사랑에 대해선 우린 무감각한 것이다...
그렇게 정체성에 대한 얘기를 하고 난 뒤, 제 2의 예수 그리스도라 불리는 성 프란치스코에 대해 존재적인 변화에 대한 얘기를 했다.
그 뒷부분은 자세히 시간이 없어 많은 걸 얘기하지 못 했지만, 우린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 본보기를 따르려면 우린 복음을 봐야 한다.. 곧 나 자신의 복음화를 몸소 실천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소와 뱀의 같은 물의 섭취에 대해 그 존재의 변화는 판이하게 다르다.. 소는 그 물로 우유를 짜 내지만, 뱀은 독을 만들어 낸다..
난 그렇게 여기까지 얘기를 듣고 묵상을 하고 난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엊그제 평화 방송에서 들었던 성인을 닮아 나가야한다는 그런 얘기..
난 순간 그 방송을 보면서, 성인은 아무나 되나.. 난 그렇게까지 모범을 보이며 살기 싫다고 넌더리를 쳤다..
근데, 이번 피정을 맞으면서 난 주님께 순명해야 함을 조금 느낄 수 있었다.. 조금이라 함은 결코 어거지로 주님께서 날 강요하시려 하지 않으심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나의 정체성과 그리고 나의 복음화.. 이미 작년 가을 즈음에 나의 복음화를 위해 살아야 한다고 결심을 이미 했었던 나다..
하지만, 중간에 나만의 딜레마에 빠졌고 난 나도 모르게 주님과 다른 나의 연약함 속에서 예수님과 나의 괴리감에 빠졌었다..
그리고, 서서히 기도와 더불어 다시 일어서려는 나..
그리고, 어느덧 다가온 주님의 부르심..
따름 뒤에는 버림이 전제된다는 얘기..
그런 것 같다..
주님께서 날 아주 이쁘게 포장해 놓으시고 날 기다리시는 것 같다..
내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은 못 되겠지만, 나름대로 주님의 작품으로 빛을 보여주고 싶으신 것 같다..
오늘 마지막으로 미사 드리면서, 신부님께서 하신 말씀.. 내가 예전에 깨달았던 진리..
나를 비우고 그 비움 속에 주님의 성령으로 가득 채우기..
이 모든 것들이 낯설지 않음은 바로 우리 주님께서 나에게 계속해서 사랑을 베풀어 주시고 보살펴 주신다는 것..
그래서, 내 맘이 든든하다..
피정 잠은 좀 설치긴 했지만, 내겐 다시 한번 내 신앙에 대해 굳건히 다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