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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교
"잘 있다는것 알면서도"
홍경삼
요즘 아침에 일어나면 한국이 올림픽에서 잘 하고 있나를 제일 먼저 살피는데
정말 재미가 없구나. 일본 여자애들 왜 그리 잘하는지 날 더욱 짜증나게 한다.
다음에 책크하는것이 너의 이메일인데 닷새 동안 깜깜 무소식이라
승웅한데 무슨 일이 생겼나? 어디 아픈가? 별 생각이 다든다.
그러든 차에 석균범이 전화로 "야~ 승웅이 무슨 일 있냐?" 궁금한것은 나와 마찬가지.
아마 우리 둘만이 아닐것이다.
균범이를 일단 안심 시킬려고 "아마 받는 이메일이 없어 그런가 보다."
이 말이 맞기를 바란다. 어디 아프거나 무슨 일이 안 생겼고.
한국 요즘 무척 더워서 잠을 자기 힘들다는데,
그래도 자야지~
큰 호흡을 열번하면 잠이 잘 온다고 하더라.
San Francisco 북쪽으로 150마일 떨어진 곳에 대형 산불이 나서
이곳까지 공기가 탁하여 외출을 삼가하고
집안에서 얼마전에 찾아 낸 신복룡교수의
"한반도 분활의 내막"을 유튜브에서 듣고 있다.
<화가/전 北加州 서울대총동창회장/샌프란시스코 거주/(兒名)'병길'/
서울사대부고~서울대 문리대 정치외교학부(외교) 졸>
강기슭 나루터, 홀로 선 나무
이우근
나무처럼 아름다운 고독을, 숭고한 외로움을 품은 생명이 또 있을까.
모든 나무는 홀로다. 황량한 들판의 외나무만이 아니다.
숲속의 무성한 나무들도 모두 고독한 삶을 산다.
철따라 꽃을 피우고 잎을 떨굴지언정 나무는 제 처음자리를 떠나는 법이 없다.
세상만물이 변화를 거듭하며 앞으로 앞으로 달려 나가도 나무는 꿈쩍 않고
저 태어난 자리를 고요히 지키고 서있다. 말라 죽을 때까지… 순교자의 고독이다.
나무들은 자리를 두고 서로 다투지 않는다.
그저 제 자리에서 뿌리를 깊이, 더 깊이 내릴 따름이다.
인간의 덧없는 욕망을, 역사의 처참한 비극을 진득이 참아가며
나무들은 자연의 섭리를 오롯하게 살아내고 있다. 신성한 고독이다.
가지는 하늘 높이, 뿌리는 땅속 깊이… 둥근 하늘(天圓)을 들숨으로,
모난 땅(地方)을 날숨으로 두루 아우르는 것은 오직 고독한 나무의 숨결뿐이다.
프랜시스 베이컨이었던가. ‘고독 속에서 기쁨을 느끼는 자는 야수 아니면
신(神)’이라는 깨달음에 이른 것은.
뜨거운 여름날, 남에게 그늘이 되어줄지언정 나무는 제 그늘을 찾지 않는다.
이글거리는 햇볕에 시나브로 익어가며 메마른 육신을 파르르 떤다.
폭풍우 몰아치는 밤에도 남에게 비바람을 가려줄지언정
우산 밑으로 숨어들지 않는다.
가지를 움츠리고 추위와 비바람을 힘겹게 견뎌낸다. 고독한 인내다.
나무는 그리운 짝을 찾아가 사랑을 나누지 않는다.
스치는 바람결에 씨를 흩날릴 뿐이다.
사랑하는 이가 떠나가도 잎가지를 흔들어 아쉬움을 달랠지언정
그 옷소매를 붙잡지 않는다. 우는 성모상의 눈물인 듯
그리움의 수액(樹液)을 흘리며 홀로 남겨진다. 처절한 고독이다.
도벌꾼의 도끼날이 밑동아리를 파고들어도 나무는 비명을 지르지 않는다.
속으로 울음을 삼키며 창백한 속살을, 상처 입은 나이테를 부끄러이 드러낸다.
누군가 탐스런 열매를 훔쳐가도 나무는 도무지 저항할 줄 모른다.
찢기는 아픔을 짓누르며 열매 속 씨알들이 멀리, 더 멀리 흩어지기를
애절히 간구한다. 고독한 소망이다.
상스런 욕설이 들려와도 나무는 아무 대꾸를 하지 않는다.
차라리 떠도는 바람을 불러와 상스러움을 지그시 날려 보낸다.
광장을 가득 메운 정의의 구호소리가 도시의 하늘을 뒤덮어도,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는 듯
길가의 나무는 긴 한숨 내쉬며 말없이 제 자리에 버티고 서있다.
화염병이 터지고 돌팔매가 날아들어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적막 속에서 가장 위대한 소리를 엮어낸
귀머거리 베토벤의 절대 고독처럼, 어느 시인의 글귀처럼 ‘견고한 고독’이다.
만물의 다섯 가지 근원이 쇠 나무 물 불 흙(金木水火土)이라는데,
그중에 오직 나무만이 숨을 쉬는 생명체다. 수생목 목생토(水生木 木生土)라,
물은 나무를 자라게 하고 나무는 흙의 거름이 되어 땅을 기름지게 하니,
시냇가 나무야말로 만물의 중심에서 홀로 살아 숨 쉬는 생명의 근원 아닐까.
역사는 나무에서 시작되었다. 선악(善惡)의 나무 열매를 따먹은 인간은
에덴의 낙원에서 쫓겨나 역사의 전쟁터로 추방된다.
인류사의 시작을 알리는 창세기의 팡파르다.
역사의 궤적을 끈기 있게 지켜보는 나무의 자리는
거룩한 초월의 터, 삶의 성소(聖所)이리라.
역사는 나무에서 끝날 것이다. 생명수 흐르는 시냇가에 뿌리내린 생명나무,
그 마지막 나무가 역사의 피날레를 기다리고 있다. 묵시록의 종말이다.
한그루 나무이고 싶다. 울창한 밀림 속 시푸른 나무가 아닌,
강변나루에서 저녁노을을 기다리는 고독한 나무이고 싶다. 그래서였던가,
내 자호(自號)를 외목(外木)이라 했다. 숲에 들지 못한 채
나루터에 외로이 서있는 나무, 그 고독한 지혜를 배우고 싶어서다.
“내가 차마 나를 버리지 못할 때면/ 나무는 저의 잎을 버려/
버림의 의미를 알게 해 주었다.”(류시화 ‘나무’ 중)
내 인생을 실은 나룻배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떠나가는 강 언덕,
거기 홀로 선 한그루 외목은 삶의 지혜를 양육하는 내 고독한 젖어미,
나 스스로를 버릴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말없는 스승이다.
그 외로운 나무가 내 삶의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도강(渡江)을
홀로 지켜보고 있다. 강기슭 나루터에서.
<변호사/숙명여대 석좌교수/(법무법인) 클라스 고문변호사/서울중앙지법원장 역임/
국제PEN 한국본부 회원(인권위원장)/경기고~서울대 법대 졸>
"우리 역사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
이인호
[Korea 1905-1945]라는 역작을 내신데 대해
구대열 교수께 축하와 감사 말씀을 함께 드립니다.
참으로 많은 것을 새로 배우고 깨달았습니다.
저도 역사공부를 시작할 때에는 세계사를 배경으로 하여 우리 나라 역사를
다시 조명해 봐야겠다는 막연한 꿈이 있었는데 게을러서 하지못하고 말았는데
구 교수께서 우리 역사에서도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관해 그 일을 아주 훌륭하게 해 내셨네요.
아픈 기록이지만 그것이 우리들 뿐 아니라 전 세계의 여러 세대의 많은 독자들 앞에 알려지고
보전 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함께 축하힐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인호
<서울대 서양사학과 명예교수/KBS이사장, 카이스트 석좌교수, 駐러시아대사, 駐핀란드 대사 역임/
서양사학 박사(하버드大)/서울사대부고~서울대 문리대 사학과 졸
김승웅 <swkim4311@naver.com>
토 2021-08-07 오후 11:46
받는 사람:
김영교
"잘 있다는것 알면서도"
홍경삼
요즘 아침에 일어나면 한국이 올림픽에서 잘 하고 있나를 제일 먼저 살피는데
정말 재미가 없구나. 일본 여자애들 왜 그리 잘하는지 날 더욱 짜증나게 한다.
다음에 책크하는것이 너의 이메일인데 닷새 동안 깜깜 무소식이라
승웅한데 무슨 일이 생겼나? 어디 아픈가? 별 생각이 다든다.
그러든 차에 석균범이 전화로 "야~ 승웅이 무슨 일 있냐?" 궁금한것은 나와 마찬가지.
아마 우리 둘만이 아닐것이다.
균범이를 일단 안심 시킬려고 "아마 받는 이메일이 없어 그런가 보다."
이 말이 맞기를 바란다. 어디 아프거나 무슨 일이 안 생겼고.
한국 요즘 무척 더워서 잠을 자기 힘들다는데,
그래도 자야지~
큰 호흡을 열번하면 잠이 잘 온다고 하더라.
San Francisco 북쪽으로 150마일 떨어진 곳에 대형 산불이 나서
이곳까지 공기가 탁하여 외출을 삼가하고
집안에서 얼마전에 찾아 낸 신복룡교수의
"한반도 분활의 내막"을 유튜브에서 듣고 있다.
<화가/전 北加州 서울대총동창회장/샌프란시스코 거주/(兒名)'병길'/
서울사대부고~서울대 문리대 정치외교학부(외교) 졸>
강기슭 나루터, 홀로 선 나무
이우근
나무처럼 아름다운 고독을, 숭고한 외로움을 품은 생명이 또 있을까.
모든 나무는 홀로다. 황량한 들판의 외나무만이 아니다.
숲속의 무성한 나무들도 모두 고독한 삶을 산다.
철따라 꽃을 피우고 잎을 떨굴지언정 나무는 제 처음자리를 떠나는 법이 없다.
세상만물이 변화를 거듭하며 앞으로 앞으로 달려 나가도 나무는 꿈쩍 않고
저 태어난 자리를 고요히 지키고 서있다. 말라 죽을 때까지… 순교자의 고독이다.
나무들은 자리를 두고 서로 다투지 않는다.
그저 제 자리에서 뿌리를 깊이, 더 깊이 내릴 따름이다.
인간의 덧없는 욕망을, 역사의 처참한 비극을 진득이 참아가며
나무들은 자연의 섭리를 오롯하게 살아내고 있다. 신성한 고독이다.
가지는 하늘 높이, 뿌리는 땅속 깊이… 둥근 하늘(天圓)을 들숨으로,
모난 땅(地方)을 날숨으로 두루 아우르는 것은 오직 고독한 나무의 숨결뿐이다.
프랜시스 베이컨이었던가. ‘고독 속에서 기쁨을 느끼는 자는 야수 아니면
신(神)’이라는 깨달음에 이른 것은.
뜨거운 여름날, 남에게 그늘이 되어줄지언정 나무는 제 그늘을 찾지 않는다.
이글거리는 햇볕에 시나브로 익어가며 메마른 육신을 파르르 떤다.
폭풍우 몰아치는 밤에도 남에게 비바람을 가려줄지언정
우산 밑으로 숨어들지 않는다.
가지를 움츠리고 추위와 비바람을 힘겹게 견뎌낸다. 고독한 인내다.
나무는 그리운 짝을 찾아가 사랑을 나누지 않는다.
스치는 바람결에 씨를 흩날릴 뿐이다.
사랑하는 이가 떠나가도 잎가지를 흔들어 아쉬움을 달랠지언정
그 옷소매를 붙잡지 않는다. 우는 성모상의 눈물인 듯
그리움의 수액(樹液)을 흘리며 홀로 남겨진다. 처절한 고독이다.
도벌꾼의 도끼날이 밑동아리를 파고들어도 나무는 비명을 지르지 않는다.
속으로 울음을 삼키며 창백한 속살을, 상처 입은 나이테를 부끄러이 드러낸다.
누군가 탐스런 열매를 훔쳐가도 나무는 도무지 저항할 줄 모른다.
찢기는 아픔을 짓누르며 열매 속 씨알들이 멀리, 더 멀리 흩어지기를
애절히 간구한다. 고독한 소망이다.
상스런 욕설이 들려와도 나무는 아무 대꾸를 하지 않는다.
차라리 떠도는 바람을 불러와 상스러움을 지그시 날려 보낸다.
광장을 가득 메운 정의의 구호소리가 도시의 하늘을 뒤덮어도,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는 듯
길가의 나무는 긴 한숨 내쉬며 말없이 제 자리에 버티고 서있다.
화염병이 터지고 돌팔매가 날아들어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적막 속에서 가장 위대한 소리를 엮어낸
귀머거리 베토벤의 절대 고독처럼, 어느 시인의 글귀처럼 ‘견고한 고독’이다.
만물의 다섯 가지 근원이 쇠 나무 물 불 흙(金木水火土)이라는데,
그중에 오직 나무만이 숨을 쉬는 생명체다. 수생목 목생토(水生木 木生土)라,
물은 나무를 자라게 하고 나무는 흙의 거름이 되어 땅을 기름지게 하니,
시냇가 나무야말로 만물의 중심에서 홀로 살아 숨 쉬는 생명의 근원 아닐까.
역사는 나무에서 시작되었다. 선악(善惡)의 나무 열매를 따먹은 인간은
에덴의 낙원에서 쫓겨나 역사의 전쟁터로 추방된다.
인류사의 시작을 알리는 창세기의 팡파르다.
역사의 궤적을 끈기 있게 지켜보는 나무의 자리는
거룩한 초월의 터, 삶의 성소(聖所)이리라.
역사는 나무에서 끝날 것이다. 생명수 흐르는 시냇가에 뿌리내린 생명나무,
그 마지막 나무가 역사의 피날레를 기다리고 있다. 묵시록의 종말이다.
한그루 나무이고 싶다. 울창한 밀림 속 시푸른 나무가 아닌,
강변나루에서 저녁노을을 기다리는 고독한 나무이고 싶다. 그래서였던가,
내 자호(自號)를 외목(外木)이라 했다. 숲에 들지 못한 채
나루터에 외로이 서있는 나무, 그 고독한 지혜를 배우고 싶어서다.
“내가 차마 나를 버리지 못할 때면/ 나무는 저의 잎을 버려/
버림의 의미를 알게 해 주었다.”(류시화 ‘나무’ 중)
내 인생을 실은 나룻배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떠나가는 강 언덕,
거기 홀로 선 한그루 외목은 삶의 지혜를 양육하는 내 고독한 젖어미,
나 스스로를 버릴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말없는 스승이다.
그 외로운 나무가 내 삶의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도강(渡江)을
홀로 지켜보고 있다. 강기슭 나루터에서.
<변호사/숙명여대 석좌교수/(법무법인) 클라스 고문변호사/서울중앙지법원장 역임/
국제PEN 한국본부 회원(인권위원장)/경기고~서울대 법대 졸>
"우리 역사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
이인호
[Korea 1905-1945]라는 역작을 내신데 대해
구대열 교수께 축하와 감사 말씀을 함께 드립니다.
참으로 많은 것을 새로 배우고 깨달았습니다.
저도 역사공부를 시작할 때에는 세계사를 배경으로 하여 우리 나라 역사를
다시 조명해 봐야겠다는 막연한 꿈이 있었는데 게을러서 하지못하고 말았는데
구 교수께서 우리 역사에서도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관해 그 일을 아주 훌륭하게 해 내셨네요.
아픈 기록이지만 그것이 우리들 뿐 아니라 전 세계의 여러 세대의 많은 독자들 앞에 알려지고
보전 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함께 축하힐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인호
<서울대 서양사학과 명예교수/KBS이사장, 카이스트 석좌교수, 駐러시아대사, 駐핀란드 대사 역임/
서양사학 박사(하버드大)/서울사대부고~서울대 문리대 사학과 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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