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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재정 교육감님
저는 안산동산고등학교 졸업생 입니다.
바쁘셔서 이 글을 읽으실 지도 모르겠고 자사고 폐지에 대한 의지가 너무 강하신 분이라 글을 읽고도 생각을 바꾸실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안산동산고 졸업생으로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보고도 가만히 있는 것은 조금 아닌 것 같아서 이 글을 올립니다.
사실 저는 자사고 폐지 이유를 보고 좀 황당하기도 하고 '아 이건 자사고를 없애려고 만든거구나'하는 생각이 바로 들었습니다. 폐지 이유로 든 몇 가지 항목이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에서는 도저히 맞지 않는 항목이기 때문입니다. 수능을 정말 제대로 준비해 본 학생이라면 누구든지 그렇게 생각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첫 번쨰로 제 눈에 들어온 것은 국영수의 비율이 50% 이상이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인문계 고등학교 학생들의 대부분은 수능을 치고 그 성적으로 대학교에 진학합니다. 혹시 수능을 직접 쳐보신 적 있으십니까? 뉴스, 신문에서 요즘 수능은 물수능이라고들 많이 말합니다. 아니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직접 수능을 쳐 보지도 않은 언론과 신문에서 수능 등급컷만 보고, 소문만 듣고 쓰는 글입니다. 학생들의 실력이 좋아졌고 문제의 패턴이 학생들에게 많이 드러났을 뿐 문제는 전혀 쉽지 않습니다. 그런 수능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국영수에 엄청난 시간을 쏟아 부어야 합니다. 더구나 수능 과목 국영수탐 중 이미 국영수가 공부해야 하는 내용의 반 이상을 훨씬 넘어갑니다. 그런데 학교에 국영수 교육시간을 50% 미만으로 정하라고 하는 것은 그 학교 학생들에게 '너 대학가지마' 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아마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학교 수업시간 다 끝나고 남은 시간에 공부하면 되지.' 이것은 선행학습으로 다 끝내고 온 학생들에게나 가능한 것 같습니다. 따라서 이것은 자사고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선행학습 유발 이라는 항목입니다.
일단 제가 다닌 안산동산고등학교에서는 선행학습을 진행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학교에서 1학년 때에는 고등학교 수학, 2학년 때는 수1, 수2, 그리고 3학년 때에는 적분과 통계, 기하와 벡터를 배웠습니다. 솔직히 저는 조금 불안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진도를 나가서 언제 수능을 준비하고 어떻게 대학을 가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학교 때에도 중3 겨울 방학 때 고1 1학기 수학의 앞부분을 예습하고 온 것 외에는 선행학습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정말 막막했습니다. 이런 불안감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우리나라의 수능 시험 범위 입니다. 3년 동안 그 많은 과목에 그 많은 범위를 다 배우게 만든 것은 자사고가 아니라 수능입니다.
세 번째는 재정 지원입니다.
이번에 보니 총 선발인원 640명 중 사회통합전형 인원이 128명 이었습니다. 수치상으로는 딱 맞는 것 같습니다. 혹시 재학 중인 사회통합전형 통과 학생이 적어서 이 부분에서 위반조치를 취하셨다면 인원이 미달된 것이 아닌지 확인해 보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리 안산동산고등학교는 정말 좋은 학교입니다.
솔직히 중학교 때에는 선생님들께서 공부를 잘하는 학생 몇명을 좀 좋아하시는 그런 성향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3년 동안 동산고등학교에서 공부했지만 그런 부분은 전혀 보이지도 않을 뿐더러 공부를 강요하는 몇몇 학교와는 달리 굉장히 자유로운 분위기입니다. 동아리가 잘 구성되어 있고 선후배 관계도 다른 어떤 학교들 보다도 좋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계속 이러한 분위기를 유지해 가는 정말 좋은 학교가 될 수 있도록 동산 고등학교를 자율형 학교로 유지시켜 주십시오.
저는 안산동산고등학교가 엄청난 수의 학생들을 명문대에 진학시키는 그런 괴물같은 학교가 되기를 바래서 자사고 유지를 요청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동산고등학교가 자율적인 학업적 계획과 동산고 특유의 화목하고 밝은 분위기를 지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쓴 글입니다. 부탁드리니 우리 학생들의 입장에서 한 번만 다시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와~~~~~~~~~ 정말 좋은 글 맘에 와 닿습니다.. 구구절절이 좋은 말입니다...
정말 본보기로 삼아야 마땅한 학교를 손상시키겠다는 것 밖에 안됩니다.
3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학교생활을 온몸으로 했던 학생이 이렇게 만족하며 좋다는데 도대체 무엇이 더 필요합니까? 어른들이 탁상공론으로 만들어낸 그따위 점수표가 다 무엇이란 말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