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순환도로나 고속도로 등 중장거리 운전을 할 때가 있습니다. 내 차선을 지키며 충분히 앞차와 거리를 두면서 안전운전을 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좁은 틈을 비집고 들어와 위험하게 추월하는 얌체 운전자를 꼭 만납니다. 깜짝 놀라서 주의 깜빡이를 켭니다만 아랑곳하지 않고 이곳저곳을 계속 비집고 다닙니다. 결국 사고와 직결될 수 있는 위험천만한 운전입니다. 물론 거리의 운전자들이 다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경기가 좋지않아 많은 자영업자들이 폐업을 한다고 합니다. 청년들도 자기가 원하는 직장을 찾기가 쉽지가 않다고 하네요. 그러다보니 잔뜩 신경이 날카롭게 돋아난 운전자가 도로에 즐비합니다. 따라서 조심조심 운전대를 잡아야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특히, 칠십이 넘은 노인들은 그 옛날 젊은 혈기를 버리고 방어운전을 하는 것이 상책이라 생각합니다.
돌이켜보니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우리 주위에 그런 사람들이 나타나 길을 막고 때로는 깊은 상처를 주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참다 참다가 속병이 걸리기도 하였습니다. 어떤때는 대들다가 인간관계에서 영원히 멀어진 경우도 있었습니다.
지금와서 생각하니 그 때 내가 좀 더 이해하고 참을 걸 하는 후회를 가끔 해봅니다. 내가 한 번 참으면 술술 넘어갈 수 있었는데 배려심이 부족한 탓에 문제를 키운 것입니다.
이제 거리에서 내 앞을 위험하게 추월하는 운전자를 보면 필시 바쁜 일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마음을 내려놓고 서행하려고 합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교만하고 분수를 모르는 사람을 만나더라도 내가 바보가 되고 이해하려는 폭넓은 마음의 소유자가 되자고 다짐을 합니다.
그것이 칠십 대에 올라선 노인이 가져야 할 바람직한 자세라고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지인이 보내 온 글입니다.)
"눈에 보이는게 다는 아니다"
오래 전 어느 봉사 단체에서 어렵고 힘든 이웃을 돕느라 일주일에 세번씩을 무료로 도시락을 나눠주는 행사를 개최한 적이 있을 때 생긴 일이었다.
그날따라 영하 10도가 넘는 몹씨도 추운 날이었는데 어렵고 힘들었던 시절이라 그런지 급식소를 찾아온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봉사자들은 도시락 한 개에다 따뜻한 국물을 따로 담아 포장지에 싸서 한 사람에게 한 개씩을 나눠 주었다.
한 사람에게 한개를 주는 것이 정해진 규칙이었다.
봉사자들이 열심히 급식을 하고 있는데 남루한 옷차림인 어느 남자 아이가 급식대로 다가와 도시락 세개를 집어 자신의 가방에다 얼른 담았다.
그때 아무런 죄의식 없이 절도 행위를 저지르는 아이를 지켜본 사람이 있었다.
무료 급식소를 처음 나온 초등학교 선생님인 여자 봉사자였다.
봉사자는 아이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절도행위를 하는 것을 본 순간 그만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얘! 어디서 감히 도둑질을 하는거니? 한꺼번에 그렇게 많이 가져가면 다른 사람이 먹지를 못하잖아!
왜 어린 나이에 그런 나쁜 짓을 하는거야!
좋은 말할 때 빨리 이곳에 도로 갖다 놔라! 그렇지 않으면 혼을 낼테니까!"
봉사자는 형사가 범인을 현장에서 체포해 추궁하듯이 사람들 앞에서 아이를 큰 목소리로 꾸짖었다.
아이는 얼굴이 빨개진채 가방안에 넣었던 도시락을 모두 꺼내 탁자위에 내려 놓고는 쏜살같이 그곳을 빠져 나갔다.
아이는 한 손으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그때 주방에서 일하고 있던 아주머니 한 분이 밖으로 나와 아이를 쫓아낸 봉사자에게 조용히 말했다.
"이곳은 가난한 동네예요! 그리고 오늘같이 추운 날은 일이 없어 부모들이 일을 못 나갑니다!
그래서 아이가 가족을 대신해서 나와 아빠와 동생을 먹일려고 도시락 세 개를 챙긴거예요.
저 아이의 아버지는 일하다 사고를 당해 방에서 누워 지내고 엄마는 파출부 일을 하러 다니느라 가족을 돌 볼 여유가 없다보니 장남인 저 애가 도시락을 세 개를 챙긴거라구요.
선생님 때문에 이 추운 겨울 날에 가족들이 꼼짝없이 굶게 생겼네요.ㅠㅠ"
선생님은 그 말을 듣자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저 애가 얼마나 효심이 깊고 착한 아이인데요.
가끔씩 이곳을 찾아와 청소도 해주고 심부름도 해주고 심지어 설겆이도 도와주는 너무나 착한 아이거든요.
앞으로 한번 만 더 생각을 해주시고 나무라 주세요."
다른 아주머니의 말이 선생님의 가슴에 날카로운 비수처럼 꽂혔다.
순간 부끄러움과 미안한 표정으로 가방에 넣었던 도시락을 꺼내는 그 아이의 서럽고도 슬펐던 눈망울이 생각나자 선생님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고 말았다.
마음을 추스린 선생님이 아주머니에게 그 아이의 집이 어딘지 알아냈고 도시락 네 개를 챙기고 사비를 들여 과자와 빵과 라면 등 먹을 것들을 잔뜩 사갖고 아이의 집을 찾아 갔다.
입김이 솔솔 피어 나는 추운 방안에서 세 식구는 이불을 덮은채 추위에 떨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순간 봉사자는 그 아이를 끌어안고 한참을 울었다.
"정말 미안해~ 내 생각이 짧아서 너에게 큰 상처를 준것 같아 너무 미안해...."
뜨거운 눈물이 목을 타고 솟구쳐 오르자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아이도 아이의 동생도 그리고 누워있는 아빠도 함께 울었다.
모처럼 방안에는 아이의 가족들과 선생님의 사랑이 뒤엉킨채 따뜻한 사랑의 온기를 품어내고 있었다.
그 뒤로 선생님은 그 아이의 정식적인 후원자가 되어 온갖 정성을 다해 물심양면으로 도와 주어 마침내 날개없는 천사로 인정을 받았다.
이 이야기는 누군가의 잘못을 자신의 판단으로 지적을 하기 전에 먼저 한번만 더 생각하고 이해해 주려고 노력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이야기입니다.
남의 허물은 내 눈에는 잘보이지만 나의 허물은 자신은 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겐 내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거울이 필요한 것입니다.
될 수 있으면 착하고 겸손한 사람과의 만남을 통하여 그 사람의 선한 행실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작은 감동 하나가 바로 그런 거울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이제는 얄팍해진 교만함과 점점 더 흐려지는 판단력을 과감하게 벗어 버리는 가운데 남의 허물과 잘못을 서둘러 지적하기 보다는 한번만 더 생각해 주고 슬쩍 덮어주는 배려의 삶을 살아 감으로 우리 모두 다함께 행복을 나누며 살아가는 세상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첫댓글 살아가면서 이웃을 위해 배려하는 삶은 꼭 필요합니다.
특별히 인생을 정리해야하는 칠십 이후에는 꼭 실천ㆍ해야하는 삶의 덕목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남은 인생길은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한 번 더 생각해 보고 이해하려는 폭넓은 배려의 삶을 영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