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오늘처럼 비가 오늘 날이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곳이 있다.
문경새재 옛길
다녀온지 꽤 지났지만
난 한여름 소나기를 맞이하거나
이렇게 주구장창 내리는 장마때가 되면
꼭 열병앓듯이 이곳이 미치도록 그리워진다.
왜?
그곳엔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그러니까 주인장의 말을 빌자면
"내가 꼭 드릴 말씀이 있는데 이건 알고 드셔야 혀
내가 좀 자랑을 하자면 이 산채전은 다른 전하고는 차원이 틀려
산에서 나는 온갖 산나물에 밀가루는 하나도 넣지 않고
도토리 가루만 넣어 만든 명품 중의 명품
그 유명한 산채전과 동동주가 이곳의 명물이여........."
하며 피자판 만한 산채전을 떡 하니 내려놓고 가신다.
대충 막 만들어 놓은 그러나 운치 만큼은 세상 제일인
비닐천막에 앉아
우비를 잠시 벗어두고
뜨근하게 나온 산채전을 먹노라면
가지가지 나물 맛들이 낯설기도 하면서 정겹기 그지 없다.
그야말로 해리포터에서 나오는 다양한 맛의 껌의 원조가 이럴것이다.
다음으로 꼭 전에 따라붙는 그것 !!! 동동주
전 없이 동동주를 먹는 것은 전에 대한 예의가 아니며
동동주 없이 전을 먹는 것은 술을 먹는 사람의 예의가 아니다.
산채전 먹고 동동주 한잔 하면
아!~~ 쥑인다.가 절로 나오지만
나 이 말을 참 제대로 맛깔나게 해본 적이 없어 속으로 소심이 외쳐본다.
이런 표현은 이렇게 밖에 할 수가 없다.
정말 그야말로 딱 그러니까
이 산채전에 동동주 한잔 먹고 나면
시원한 공기 때문인지 오르느라 흘린 땀 때문인지
알큰하게 취한다.
마음같아서는 한 항아리 다 비우고 가고 싶은데
욕심 만큼 몸이 따라주질 않으니 착한 몸인진 나쁜 몸인지 알 수 없다.
2잔을 비우면 살짝 알싸해 지는 기분이
이때쯤 되면
온 몸에 스물스물 올라오는 한기
나 이런 차가운 기운을 너무 좋아한다.
닭살이 돋아날 듯 말 듯한
그 한기는 사람을 상쾌하게 하거나 긴장하게 하는 딱 그 중간쯤이니
이런것은 선풍기로도 에어콘으로도 맞출 수 없는 온도다.
그렇게 한기가 돌면
얼른 또 한잔을 마셔줘야 한다.
그리고 우적우적 산채전을 먹어줘야 한다.
이렇게 먹다보면 15분도 안 되서 산채전이 날라가 버린다.
둘이 앉아 한동안 고민한다.
한장더 아님 이제 그만 한장 더 이제그만
사장님 한장더요~~~~ 외치고
팔을 비벼 가며 전을 기다린다.
몇번 가고 나니 노하우가 생겼는데
인원은 3명이 좋다. 전은 2장에 동동주는 한 항아리면
인원이 4명이 경우 콩나물 넣고 끓인 라면 하나 더 추가하면
남김없으 후회없이 배부르게 먹고 나올 수 있다.
이렇게 오만가지 행복을 주는 산채전과 동동주를 먹고 난 다음
문경에서 꼭 해줘야 하는 것이 있다.
햇볕 쨍쨍한 날 오우! NO
낙엽쌓인 가을날 오우 !NO
그럼 눈 내린 겨울 오우~~~~~!NO
딱 비내린 아님 비내리는 날 할 수 있는 것
맨발 걷기 이다.
아딸딸한 술기운에 기분이 좋아지면
빠르게 걸어서 몸을 살짝 데운 후 맨발로 걷기 시작한다.
문경새재 옛길은
돌도 없고 나무도 울창하고 땅이 평평하여
맨말로 걷기에는 세상 그 어는 곳보다 좋다.
그리고 아주 좋은 건 왼쪽으로 내내 흐르는 계곡이
언제건 어디서건 발을 씻고 다시 신을 신을 수 있다는 것이다.
비에 폭식 폭신 해진 옛길을 맨발로 걷노라면
아주 묘한 기분이 든다.
굉장히 자유로워 진 것도 같고
왠지 온 자연을 다 느끼고 있는거 같기도 하고
어린아이가 된 것 같기도 하고
부드럽기도 하고 차갑기도 하고 따끔거리기도 하고
맨발로 걸어서 그런지
그렇지 않아도 아이큐 지수에 비해 이큐도 아닌 오로지 감성지수만 턱 없이 높아
사는게 고달픈 나는
그래도 이때만큼은 행복하다.
내가 비가오면 문경이 생각나는 이유이다.
그곳에 오늘은 정말 가고 싶다.
첫댓글 루디찬님 정말 오래만이네요. 반가워요. 자주오세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루디찬님 정말 오래만이네요. 반가워요. 자주오세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기억해주시는 장수촌님이 계셔서 반갑습니다.
오늘이 그런날이네....... 검게 흐린 하늘..... 동동주에 산채전이 무자게 생각나는 오늘
서늘한 바람이 감정을 센치하게 바꾸어 버리는 그런 날
루디는 그 무자게 높은 이큐.... 그 이큐 덕분에 시골에 살아야 겠다 그게 좋겠다 그래야지
동동주 한잔 마시고 풀잎 냄새 맡고 싶다 카~~ 소리는 못 낼 망정 ㅎㅎ
ㅋㅋㅋ 이글써놓고 내내 막걸리로 저녘을 대신하고 있네요 언제나 그 캬 소리 한번 제대로 낼 나이가 올런지... 바람이 아침저녘으로 차졌어요. 어찌 벌써 가을이 오려나 아쉽기만 하네요 찬바람 불때 건강조심하세요. ^^
침이꼴칵~문경은 몇번 가봤으나 아쉽게도 산채전을 못먹어봤네요 밀양에도 이와 비슷한 전이있는데 그향이 입속에서 아니 머릿속에서 맴돌아요
전에 동동주 잘 먹고 갑니다ㅠㅠ
문경새재 옛길 산 정상에 있는 곳이랍니다. 언제가게 되시면 한번 들려보세요. 가을에 오미자 축제도 하는데.. 문경하고싶네요 저도
루디찬님, 반갑습니다... 건강은 어떠세요? 하시는 일이 잘 되시길 바랍니다.
석송님도 잘 지내지요. 건강은 많이 많이 좋아져서 이렇게 놀러도 다니고 하네요. ^^ !!
상상만 해도 그 맛이, 그 풍경이 오래도록 보이는 것 같습니다. 종종 좋은글 사진 기대합니다.^^
아 그러나 상상만으로는 부족하죠! 꼭 기회되시면 드셔보시길 추천합니다. 아마 상상이상일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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