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소 - 피렌체 이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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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jy9713
2023.11.11. 12:40조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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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명소
피렌체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깨어나는 일, 햇살 비쳐 드는 객실에서 눈을 뜨는 일은 유쾌했다. (중략)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는 일, 익숙하지 않은 걸쇠를 푸는 일도, 햇빛 속으로 몸을 내밀고 맞은편의 아름다운 언덕과 나무와 대리석 교회들, 또 저만치 앞쪽에서 아르노강이 강둑에 부딪히며 흘러가는 모습을 보는 일도 유쾌했다.” 영국의 문호 에드워드 모건 포스터는 소설 [전망 좋은 방]에서 피렌체 의 아침을 이렇게 묘사했다.
예술과 역사의 골목을 걸으며
언덕 위 미켈란젤로 광장에서 바라본 피렌체 역사지구의 아득한 풍경.
피렌체에서 아침을 맞는 일은 설렘으로 연결된다. 굳이 두오모가 있는 구시가(역사지구) 한 가운데 숙소를 잡거나 아르노강이 흐르는 강변에서 하룻밤을 청하는 것은, 오랜 유산들이 쏟아내는 향기와 싱그러움이 교차되는 묘한 분위기에 취하기 위해서다. 창문 한 편으로 두오모의 빛 바랜 외벽이 보이고, 종소리까지 은은하게 들려오면 몸은 마법에 이끌리듯 창밖으로 유체이동을 시작한다.
'꽃'이라는 의미가 담긴 도시, 토스카나 지방의 주도 피렌체는 사계절 화사하다. 피렌체 역사지구는 중세의 유적과 르네상스 시대의 작품들을 대리석 위에 꽃피워낸다. 구도심 어느 골목을 거닐다가 길을 잃어도 고풍스러운 건물과 그 건물이 간직한 예술작품, 사연들은 그림자처럼 뒤를 쫓는다. 피렌체는 걸어서 사색하기 좋은 도시다. 역사지구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이탈리아 예술의 수도'라는 피렌체의 별칭이 결코 과하게 다가서지는 않는다.
단테, 보티첼리, 레오나르도 다 빈치, 보카치오, 미켈란젤로... 열거하기에도 벅찬 대가들이 피렌체에서 태어나거나 흔적을 남겼던 예술가들이다. 두오모, 우피치 미술관, 산타마리아 노벨라 성당, 산 로렌초 성당, 베키오 다리... 피렌체 역사지구를 단아하게 채색하는 유적들도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피렌체 사람들의 도도함은 ‘패션 1번지’ 밀라노와는 또 다르다. 옷깃을 올려 세운 날렵함이 아니더라도 도심 깊숙이에서 풍겨나는 예술향이 그들의 자부심을 부추긴다.
냉정과 열정 사이, 연인들의 그곳
이방인들은 짐을 풀기도 전에 두오모(산타마리아 델 피오레)로 부리나케 달려간다. 그렇게 서둘러 알현하지 않더라도 피렌체에 머무는 동안 하루에도 서너 번쯤 북적한 군중과 함께 두오모를 마주치게 된다. 반원형의 지붕 큐폴라(cupola)에 오르거나 대리석으로 치장된 교회 벽을 쓰다듬으며 두오모를 마주할 수도 있고, 언덕 위에서 도시의 실루엣을 내려다 볼 때에도 그 속에 두오모가 함께 있다.
지오또 종탑에서 내려다 본 두오모와 붉은 지붕의 피렌체
1296년에 공사가 시작돼 170여 년 만에 완성됐고 바사리, 미켈란젤로의 작품이 담겨 있다는 사전적인 의미는 잠시 잊어도 좋다. 돔이나 지오토 종탑 꼭대기로 연결되는 수백 개의 계단을 오르면 도심의 지붕과 골목이 만들어내는 붉은 궤적이 가슴을 파고든다. 두오모는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10년간 헤어졌던 연인의 약속의 공간으로 그려지기도 했다.
피렌체의 유적들 뒤에는 ‘메디치’라는 이름이 늘 따라 다닌다. 토스카나 지방의 부호이자 실세였던 메디치 가문은 피렌체가 잉태하고 피어낸 르네상스와 예술가들의 든든한 후원자였다. 도심 곳곳의 건물에 방패에 원이 그려진 메디치가의 문장이 새겨져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보티첼리의 [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수태고지] 등 화려한 작품을 자랑하는 우피치 미술관 역시 메디치 가의 소장품을 보여주기 위해 공개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피렌체에서 가장 오래된 산로렌초 성당은 메디치가의 전용 성당이었고 성당과 연결된 거대한 도서관 역시 예술뿐 아니라 장서의 소장에도 돈을 아끼지 않았던 실세 가문의 열정을 보여준다. 뒷골목 어귀에 전통 인쇄 방식을 고수하는 오래된 종이 가게들이 남아 있는 모습은 피렌체의 과거와 언뜻언뜻 조화를 이룬다.
세기의 연인 단테와 베아트리체의 다리
골목 사이를 거닐며 베키오 궁전이 있는 시뇨리아 광장을 지나면 길은 아르노강을 가로지르는 베키오 다리로 이어진다. 피렌체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는 세기의 연인인 단테와 베아트리체의 운명적 만남이 담겨 있어 더욱 애틋하다. 지금의 다리 위는 보석상들로 채워져 있지만 예전에는 대장간, 정육점이 있었던 투박한 공간이었다.
단테와 베아트리체의 운명적 사랑이 담긴 베키오 다리.
베키오 다리 건너 피티 궁전, 지오토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산타마리아 노벨라 교회, 기베르티의 천국의 문]을 간직한 산지오바니 세례당 등도 역사지구에서 두루 둘러볼 공간이다. 산로렌초 성당 앞에서 연결되는 벼룩시장 역시 도심 여행자의 발걸음을 가볍게 만든다.
이 도시에서의 브런치는 번잡한 두오모 인근보다 [전망 좋은 방]의 주인공 루시가 찾았던 산타 크로체 교회 앞 광장이 한갓지고 햇살이 따사롭다. 저녁이면 현지 숙소 주인이 추천하는 레스토랑에서 ‘비스테카 알라 피오렌티나’(피렌체식 비프스테이크)을 맛보는 것도 추천한다. 올리브유와 후추로 간을 맞춘 토스카나 지방의 전통 스테이크는 피렌체의 명물 중 하나다. 소복한 배에 넉넉한 미소의 현지 이탈리아 아저씨가 내어주는 스테이크는 이곳 키안티 와인과 함께 피렌체의 저녁을 그윽하게 만들어 준다.
피렌체에서는 ‘전망 좋은 방’에서 깨어나는 일만큼이나 일몰을 맞는 것 또한 유쾌하다. 피렌체의 하루를 마감하려는 사람들은 아르노강 건너 언덕 위 미켈란젤로 광장으로 몰려든다. 광장 옆 계단에 걸터 앉은 사람들 앞에 거리의 악사들의 음악이 깔리고 아이들은 깡총거린다.
그 선율은 아르노강 건너 피렌체의 구도심까지 잔잔하게 이어진다. 노을과 붉은 지붕 사이로 두오모가, 우윳빛 대리석의 교회당들이, 베키오 다리가 보인다, 이곳에 낮게 배어드는 평화로움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다. 그 속에서 피렌체의 감동은 파문이 되어 가슴으로 밀려든다.
피렌체에서 가장 오래된 산로렌초 성당. 성당 앞에는 벼룩시장이 들어선다.
여행정보
피렌체는 로마, 밀라노, 베네치아의 중간지대에 위치해 있다. 각 도시에서 열차로 2~3시간이면 피렌체에 닿을 수 있다. 역에서 두오모가 있는 역사지구의 중심까지는 걸어서 이동이 가능하다. 대부분의 유적들은 도보로 둘러볼 수 있으며 미켈란젤로 광장까지는 버스를 타는 것이 편리하다.
숙소들 역시 구도심 안에 밀집돼 있다. 외관은 허름해도 내부는 탄탄하고 깔끔하게 갖추고 있는 소규모 호텔들이 다수다. 호텔들은 유적 관람을 위해 우피치 미술관 등의 티켓 구입을 대행해 주기도 한다. 비수기에도 우피치 미술관에 입장하려면 줄을 서면서 기다리는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
음식들은 베네치아보다는 저렴한 편이다. 아침, 점심을 아끼더라도 저녁 한 끼 ‘비스테까 알라 피오렌티나’를 맛보는 추억을 놓치지 말자.
[네이버 지식백과] 피렌체 - 이탈리아 (세계의 명소, 서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