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사가 있는 5월의 황매산에는 진홍빛 철쭉꽃이 장관을 이룬다
경상남도 합천군 가회면 둔내리에 있는 영암사지를 이 지역 사람들은 영암사 구질(옛 절)로 부른다. 신라시대의 절터로, 사적 제131호로 지정된 이 절은 해발 1108미터의 황매산 남쪽 기슭에 있는데 정확한 창건 연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강원도 양양에 있는 ‘사림사홍각선사비(沙林寺弘覺禪師碑)’ 조각에 새겨진 글자에 ‘영암사수정누월(靈巖寺修定累月)’이라고 기록된 것이 유일한 관련 기록이다. 그러나 고려 때인 1014년에 적연선사가 83세로 입적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어 그 이전에 세워졌던 것으로 추정된다. 영암사지통일신라시대의 절터로, 해발 1108미터의 황매산 남쪽 기슭에 있다. 정확한 창건 연대는 알려지지 않았다. 1984년에 동아대학교 박물관에서 절터 일부를 발굴, 조사하여 사찰의 규모가 부분적으로 밝혀졌는데, 불상을 모셨던 금당과 서금당, 회랑 등 기타 건물들의 터가 확인되어 당시의 가람 배치를 알 수 있게 되었다. 특히 금당은 개축 등 세 차례의 변화가 있었고, 절터에는 통일신라시대 때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영암사지 쌍사자석등과 삼층석탑 그리고 통일신라시대 말기의 작품인 귀부 두 개가 남아 있다. 그뿐 아니라 영암사지에는 당시 건물의 초석, 즉 건물 축대석이 잘 보존되어 있으며, 발굴 결과 통일신라시대 말에서 고려시대 초에 이르는 각종 기와편 등이 다량으로 출토되었다.
일주문도 없고 변변한 건물도 없이 그저 요사채만 지어진 영암사의 돌계단을 오르면 눈앞에 나타나는 것이 영암사 삼층석탑인데, 높이가 3.8미터이며 보물 제480호로 지정되었다. 영암사지 뒤편으로 기암괴석이 아름다운 황매산이 보이고 그 바로 앞에 아름다운 석등이 있다. 질서도 정연하게 1000년의 세월을 견뎌낸 석축에 통돌을 깎아내 계단을 만든 그 위에 외롭게 서 있는 영암사지 쌍사자석등은 높이가 2.31미터이며 보물 제355호로 지정되었다. 전형적인 8각의 신라 석등 양식에서 간주(竿柱)만을 사자로 대치한 형식이다. 높은 8각 하대석의 각 측면에는 사자로 보이는 웅크린 짐승이 한 마리씩 양각되었고, 하대석에는 단판 8엽의 목련이 조각되었다.
상면에는 각형과 호형의 굄이 있고 한 개의 돌로 붙여서 팔각기둥 대신 쌍사자를 세웠는데, 가슴을 대고 마주 서서 뒷발은 복련석 위에 세우고 앞발은 들어서 상대석을 받들었으며 머리를 뒤로 향하였다. 갈기와 꼬리 그리고 몸의 근육 등이 사실적으로 표현되었으나 아랫부분에 손상이 많아 바라보기가 안쓰럽다. 상대석은 하대석과 비슷하게 꽃잎 속에 화형이 장식된 단판 8엽의 앙련석(仰蓮石)이다. 화사석(火舍石)은 8각 1석이고 4면에 장방형 화창을 냈는데 주위에 소공(小孔)이 있어 창호를 달았던 듯하며, 남은 4면에는 사천왕 입상이 조각되었다. 옥개석의 처마 밑은 수평이며, 추녀 귀에는 귀꽃이 붙어 있고 상륜부는 전체가 없어졌다.
통일신라시대 말기의 미술품을 대표할 만한 우수한 작품인 이 석등은 1933년쯤 일본인들이 밤중에 해체한 후 합천 삼가(三嘉)까지 가져갔던 것을 마을 사람들이 탈환하여 가회면사무소에 보관했다가 1959년 그 절터에 절 건물을 지으면서 다시 이전한 것이다. 그때 사자상의 아랫부분이 손상을 입었다. 영암사지 쌍사자석등은 속리산 법주사 쌍사자석등과 겨룰 만큼 아름다운 석등이고 금당의 기단에 새겨진 선녀비천상 또한 아름답기 이를 데 없다. 바로 그 위쪽에 있는 서금당 자리에는 두 개의 귀부가 남아 있다. 이수와 비신이 없어진 채로 남아 있는 동쪽 귀부는 1.22미터이고 서쪽 귀부는 1.06미터로 보물 제489호로 지정되었다.
황매산(黃梅山, 1108미터)은 경상남도 합천군 대병면ㆍ가회면과 산청군 차황면에 걸친 산이다. 산 정상에는 성지가 있고, 우뚝 솟은 세 개의 봉우리에는 삼현(三賢)이 탄생할 것이라는 전설이 전해져왔다. 이곳 사람들은 무학대사, 조식, 전두환 전 대통령을 삼현이라 하는데, 그들이 황매산의 정기를 받아 태어났다고 여긴다.
산 정상은 크고 작은 바위들이 연결되어 기암절벽을 이루고 그 사이에 크고 작은 나무들과 고산식물이 번성하고 있으며, 정상에서 바라보는 전망이 빼어나다. 정상 아래쪽 황매평전에는 목장 지대와 철쭉나무 군락이 펼쳐져 매년 5월 초순에서 5월 말까지 진홍빛 철쭉이 온 산을 붉게 물들여 장관(壯觀)을 이룬다
서거정은 합천을 두고 이렇게 노래하였다.
관하의 길은 아득히 멀고
세월은 나날이 지나가네
산이 돌아 푸른 멧부리 합치고
골이 좁아 흰 구름이 짙구나
마음 맑게 하는 곳 여기에 있으니
찬 시냇물은 돌에 부딪혀 읊조리네
박형원은 산이 높으며 골이 좁은 합천 땅의 지세를 두고 “좋은 산은 문을 밀치고
들어오는 듯 천 겹이나 아득하고, 절벽은 강에 임하여 몇 자나 높은가”라고 노래하였다.
출처:(신정일의 새로 쓰는 택리지)
2022-05-07 작성자 명사십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