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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사여행자료 스크랩 청량하지 않으면 거절하는 청량산
이장희 추천 0 조회 22 14.10.28 16:41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청량하지 않으면 거절하는 청량산


농암종택을 나와 봉화 방향으로 10여 분 정도 가면 오른쪽으로 다리가 나온다.  계곡을 건너면 청량산 입구다. 이른 아침이라  매표소에 입장료를 받는 사람이 아직 출근 전이라 보이지 않는다. 입장료는 얼마 되지도 않지만 왠지 기분이 좋다. 500m쯤 오르면 청량사 입구가 나온다. 일반적인 등산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산도 타고 절도 구경하고 일거양득인 셈이다.

 

청량산은 퇴계선생이 청량산인이라고 불릴 정도로 이 산을 즐기면서 공부했던 곳이다. 퇴계예뎐길의 마지막 종점이 바로 청량산(높이 870m)이다.

퇴계는 주세붕의 《청량산록》에 쓴 발문에 청량산을 이렇게 적고 있다.


"안동부의 청량산은 예안현에서 동북쪽으로 수십 리 거리에 있다. 나의 고장은 그 거리의 반쯤 된다. 새벽에 떠나서 산에 오를 것 같으면 5시가 되기 전에 산 중턱에 다다를 수 있다.

비록 지경은 다른 고을이지만, 이 산은 실지로 내 집의 산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부형을 따라 괴나리봇짐을 메고 이 산에 왕래하면서 독서하였던 것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청량산은 퇴계선생 집안 소유의 산이었다고 한다.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청량산을  

"태백산맥에서 들로 내려오다가 예안강 위에서 고개를 이루었다. 밖에서 바라보면 단지 수 개의 꽃송이와 같은 흙산 봉우리뿐이다. 그러나 강을 건너 골짜기 마을로 들어가면 사면이 돌벽으로 둘렸는데 모두 대단히 높고 엄하며, 기이하고 험하여 그 모양을 무어라 말할 수가 없다"

라고 기술하고 있다.

 

 청량산 봉우리

 

청량산 육육봉을 아는 이 나와 백구(白鷗)

백구야 날 속이랴 못 믿을 손 도화(桃花)로다.

도화야 물 따라가지 마라 어주재(漁舟子ㅣ) 알까 하노라

                                                                  -청량산가-


퇴계 선생이 읊조린 ‘청량산가’를 나도 흥얼거리며 산을 오른다.

산속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더욱 더 멋진 산이 청량산이다. 청량산은 봉우리가 36개나 된다. 능선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각각의 봉우리로 되어 있다. 이곳의 석질은 진안 마이산의 석질과 같은 수성암이라고 한다. 따라서 화강암으로 된 봉우리처럼 장엄하면서도 빼어난 것이 아니라 부드럽고 봉긋봉긋 솟은 봉우리로 이루어져 아름다운 여인을 보는 것처럼 마음이 부드럽고 평안해진다.

 

청량산은 이름 그대로 맑고 서늘한 산이다. 즉 여름 산이다. 그러나 가을 단풍도 좋고, 겨울에 눈 덮인 청량산도 일품이고, 봄에 새싹이 파릇파릇 돋아나는 청량산도 아름답다. 사계절 언제 가도 좋은 산이 청량산이다.

청량산은 그동안 몇 번을 왔는데도 산 정상은 한번도 밟아보지를 못했다. 이유인즉 청량산 경치에 반해 전날에 주(酒)님을 너무 열심히 모셨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정상을 정복할 각오를 다지면서 오르막을 오르기 시작하였다.  

 

 청량사 오르막길

 

청량사 입구는 초입부터가 급경사다. 조금 오르는데도 숨이 차다. 청량사에 도착하니 온 몸이 땀으로 얼룩졌다. 청량사의 경치는 언제 봐도 좋다.

 

 청량사 전경


청량사는 신라 문무왕 3년(663)에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며, 송광사 16국사 중 마지막인 법장 고봉선사(1351-1426)에 의해 중창되었다.

청량사에서 볼 거리는 유리보전(琉璃寶殿)이다.  ‘琉璃寶殿" 현판은 고려 공민왕의 친필이라고 전해져 온다.  

 

 

 청량사 유리보전(공민왕 친필)

 

유리보전은 약사여래불을 모신 곳이란 뜻인데 약사여래불은 모든 중생의 병을 치료하고, 수명을 연장해 주는 의왕으로 불리는 부처님이다. 이곳의 약사여래불은 특이하게도 닥종이를 녹여 만든 지불이라고 한다.

 

 유리보전 안 약사여래불(가운데 부처가 닥종이로 만든 지불임)

 

지금껏 절에 가더라도 시주는 잘 안했다. 얼마 전부터 천 원짜리 한 장은 불전함에 넣는다. 불교를 종교적으로 믿어서가 아니라 문화유적을 감상한 사례비라고나 할까? 아니면 나 자신이 조금씩 겸손해진 것일까?

 

 등산로에 핀 초롱꽃

 

유리보전 뒤편에는 정상으로 가는 등산로가 열려 있다. 계속해서 급경사에 계단이 너무 많은 오르막이다. 어제 함께 놀았던 주님이 지금까지도 안 가시고 다시 같이 놀고 있다.

힘들게 겨우 능선까지 도착을 했는데 아뿔사! 물병에 물이 없다. 등산에서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은 물이다. 나름대로 산군으로 자부하는 내가 이런 실수를 하다니! 아마 청량산 산신님이 벌을 주는 것일게다. 역시 이번에도 청량산은 나를 거절했다. 맑고 깨끗한 몸과 마음으로 올라와야지 주님과 밤이 새도록 놀다가 온 걸 용서하지 않았다.

다음에는 반드시 청정한 몸과 마음으로 청량산에 다시 올 것을 기약하면서 땀으로 얼룩진 몸과 마음을 깨끗이 씻기 위해 퇴계선생의 태실이 있는 온혜온천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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