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이 되기전부터 두려웠다. 그날이 다가오는 일상이 점점 무거워졌다. 벌써 그렇게 됐냐고 말하는 남편에게 복잡한 표정으로 아무말하지 않았다. 아니 왠지 미운 마음마저 들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진다는 말은 그 일에 대해 스스로가 무책임해야 가능한 거다. 기억이란 괜찮아 질 수 없이 더욱 선명하게 어제 일처럼 마음속에 펼쳐진다.
내 마음 속에서 만들어낸 감정의 언덕은 그 위치에 올라서기만 해도 한눈에 다내다보이는 풍경처럼 살짝 스치기만 해도 세세하게 아파와 온몸이 움츠려진다.
어찌 그의 가족들 보다 더 슬프다고 할 수 있을까. 마음 아픈 정도로 순서를 세어보아도 한참 뒤에서 있을 나인데... 하지만 나는 책임감 있게 내 슬픔과 마주해야 한다. 그래야만 있는 지나간 시간을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일 수 있다.
“쑤기가 곁에 있어줘서 고맙고, 항상 믿고 따라줘서 힘이 됐다.”
그의 부고를 듣기 한달전쯤, 통화를 하다 쑥쓰러운듯 내게 전한 한마디... 자꾸 맴돌고 맴돌아 왠지 내가 알 수 도 있는 어느 곳에서 역시나 매일을 감사해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 같은 사람. 그래서 아무리 생각하고 다시 애를 써도 그의 부재가 믿어 지지가 않는다.
그로부터 한해살이가 지나고 차마 첫 기일에는 아무말도 할 수 없어서 며칠이 지나서야 움직이는 손끝으로 안부를 전해본다.
“오빠!! 활짝 웃으며 그곳에서 잘내고 계시죠?! 저는요. 오빠가 나눠준 따뜻한 마음과 위로로 지금을, 내일을 살아요. 꼭 그렇게 저도 누군가에게 나누며 지낼게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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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그리고 그린아) 자주 안부를 묻지 못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기도라서 언제나 따뜻한 위로와 응원, 건강을 기원하고 있어요.
차가워지기 시작한 계절에 발끝부터 다시 아파지실까봐 걱정이지만 분명... 어제 보다 나아진 오늘을 잘지내실거라 믿어요. 사랑합니다❤️
첫댓글 아, 이 글을 왜 지금 봤지...?! 고마워 쑤기... 기홍씨가 작년 시월에 쉬면서 주변 사람들한테 안부전화를 종종 했는데.. 친구들에게서 받은 손 편지도 다시 읽고. 아마 그때였나보다
그때부터였을 텐데 ... 자꾸 마음이 허물어지기 시작한 때가 ... 나는 왜 그걸 몰랐을까.. 아주 모르진 않았지만 지금 이순간도 세상 그 누구보다 가장 잘 살고 있을 것 같은 사람이라 상상도 못했던 내가 너무 안일했던 걸까 .. 이 마음의 덫은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아
그래도 고마워.. 쑥이 마음 다 전해져.. 우리는 기홍씨의 모습을 가장 정확하게 가장 아름답게 기억할 수 있는 사람들이잖아, 기홍씨도 그걸 원했을 거야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