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백아 카페'를 가기 위해 시골길을 달리는데 낡은 현수막이 도로변에 걸려 있더라구요.
'다음 소희 상영 안내'
그걸 보자, 언제부터인가 보려고 했지만 계속 미뤄두었던 생각이 났습니다.
보자, 봐야지....
'다음 소희'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로 현장실습 학생들의 실태에 관한 고발입니다.
영화는 처음부터 소희의 자살에 대한 유진의 조사로 시작되지 않습니다.
소희의 이야기로 시작해, 경찰 유진의 조사로 끝나지요.
영화의 시작부터 소희의 일상을 따라가며 소희의 죽음과 사건 재조사 과정을 보며 가슴이 너무 아팠습니다. 소희를 둘러싼 상황들이 답답하고 가슴이 먹먹했지요.
춤을 좋아하는 고등학생 소희는 ‘나도 이제 사무직 여직원’이라며 좋아합니다.
그러나 기대를 품고 출근한 콜센터는 상상과는 많이 다릅니다.
진상 고객들에게 폭언과 욕설을 듣는 게 일상이지만 소희는 그럼에도 열심히 일했지요.
성과를 내도 인센티브를 지급하지 않는 현장실습의 실태와 차별적 대우, 거기다 같이 일하던 팀장의 죽음까지.
회사는 팀장의 자살을 덮고 각서에 서명을 해야 상여금을 지급하겠다고 협박성 제안을 해오고.
새로운 팀장은 무미건조한 말투로 빨리 마음 추스르고 일을 하라고 재촉합니다.
그러한 상황에 괴로워하며 무거운 마음으로 장례식을 찾아가는 소희.
이 모든 것을 혼자 견뎌왔을 소희가 안쓰러웠습니다.
소희는 왜 죽음을 선택했는가.
소희를 이 지경으로 내몬 것은 누구인가.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현장실습현장에서 학생들의 노동 착취와 부당한 대우는 결코 있어서는 안 되며
무엇보다도 실습생의 안전과 보호를 최우선으로 해야 할 것임에도....
지금 우리의 현재는 어떤가요...
첫댓글 저도 차마 보지 못한 영화입니다.
몇년전인가요, 비슷한 시기에 한강에 빠져죽은 의대생과 지하철에 끼어 죽은 노동자가 있었지요.
사회적 관심도와 사건을 다루는 비중이 너무 달라 저 혼자 분했던 적 있었습니다.
죽음의 무게도 다른 이 사회 건강하지 않은 거 같아요.
지금 읽고 있는 책이 있는데 '득량만, 어디에도 없는'. 편하고 쉽게 읽힐 줄 알았는데 사회 현상과 부조리에 대해 중간중간 심도 있게 다뤄 생각하느라 진도가 안 나가네요.
요즘...가치관에 대해 많이 생각해요. 시골에 와서 콕 박혀 있으니 생각할 시간이 많네요. 뭐 하고 살았는지, 왜 이러고 사는지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