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5일 로이터] -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일어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미국 증시에 서서히 확산되고 있다.
1970년대 미국을 괴롭혔던 스태그플레이션은 주식과 채권 모두의 매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리턴을 확보할 수 있는 선택지가 좁아진다.
아직 현실화할 확률은 낮다고는 하지만 투자자들의 머릿속에서 존재감이 커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배경에는 지난해 물가 급등으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적극적인 금리인상을 압박하면서 경기후퇴(리세션)를 초래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는 사정이 깔려 있다.
또 일각에서는 최근 은행권 혼란이 실물경제 여신능력에 타격을 줘 또 다른 성장 저해요인이 되고 FRB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전에 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리서치의 4월 기관투자자 조사에서는 내년 거시경제 구도 일각을 스태그플레이션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는 쪽이 전체의 86%에 달했다.
이런 가운데 주목되는 것은 10일 발표될 4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그동안 FRB의 금리인상이 물가상승 둔화로 이어지고 있는지 여부가 더욱 분명해지기 때문으로, 강한 숫자가 나오면 연초 이후 8% 가까이 치솟았던 S&P종합 500종의 상승이 압박받을 수 있다.
페더레이티드 하미스 수석 주식시장 전략가 필 올랜도는 "스태그플레이션은 고조되고 있는 우려 중 하나다. 물가상승률은 FRB의 예상보다 훨씬 높고 매우 느린 속도로밖에 감속하지 않는다. 반면 경제(성장)는 이미 올해 최고점을 통과했다고 우리는 생각하고 있다" 고 말했다.
5일 발표된 4월 평균 시급은 전년 대비 4.4%로 FRB가 목표로 하는 2%의 물가상승률에 걸맞은 성장이라는 관점에서는 너무 높다. 신규 고용은 가속화돼 실업률은 5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금리선물시장은 여전히 연내 금리인하 개시를 포함하고 있지만 FRB는 3일 정책금리를 25베이시스포인트(bp) 더 올리기로 결정한 뒤 연내에는 이 수준을 유지할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인터랙티브 브로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호세 토레스는 미국 경제가 연내 리세션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상품 가격 상승과 공급망(공급망)의 로컬화 등을 고려할 때 성장세가 꺾여도 물가가 고공행진을 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향후 인플레이션이 주가에 중압을 주는 국면에서 리턴이 상대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는 공익 등 고배당 종목에 보다 강경한 자세인 토레스 씨는 연준은 과도한 금융완화를 너무 오래 계속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미국이 2%의 물가상승률로 돌아가기까지의 기간은 시장이 예상하는 것보다 길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거를 돌아보면 스태그플레이션이 주가의 발목을 잡아온 것은 틀림없다. 골드만삭스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60여년간 분기별 S&P종합500종 등락률 중앙값은 플러스 2.5%이지만 스태그플레이션을 겪던 분기 중앙값은 -2.1%였다.
LPL파이낸셜의 퀸시 크로스비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내게는 금(시세)이 스태그플레이션 조짐을 보이는 것 같다" 며 금 구매를 계속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헤지와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도피처로 인기가 높은 금은 올해 지정학적 불안과 미 채무 상한선 문제로 사상 최고치 부근까지 올랐다.
크로스비씨는, 경제 혼란시에 보다 견고한 사업 운영을 전망할 수 있는 생필품 섹터 등의 종목의 매수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