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걸림 없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
앞으로 환경오염이 더 심해져서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호흡기 질환으로 매일 몇만 명이 죽었다는 뉴스가 보도되고, 기후 위기가 닥쳐서 홍수, 가뭄, 불이 자주 나서 사람이 살지 못하는 세상이 되면, 그때는 관심을 가질 겁니다. 그래서 100년 뒤를 내다보고 지금 부탄 정부와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현재 먹고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만약 미래에 어떤 어려움이 닥쳤을 때 어떻게 하면 인류가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도 미리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얘기를 하니까 어떤 분이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스님이 이렇게 준비해 두었는데 기후 변화가 심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려고 합니까?’
기후변화가 심하지 않으면 좋은 일입니다. 만약 기후변화가 심해져서 사람이 못 살겠다고 하면 준비해 놓은 일이 빛이 나니 좋은 일이니다. 이처럼 수행이란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는 관점을 갖는 것입니다. 갑자기 남편이 죽어서 힘들다면 그것은 수행자가 아닙니다. ‘남편이 살아도 좋고, 죽어도 좋다’ 이래야 좋은 인생이에요. 왜 그럴까요? 남편이 살아있으면 같이 살아서 좋고, 남편이 죽으면 결혼 한 번 더 해서 좋잖아요. 애인과 헤어지면 그게 슬픔이 아니에요. 같이 있으면 같이 있어서 좋고, 떠나면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어서 좋은 거예요. 그래서 나를 떠나는 애인에게는 ‘자리를 비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인사해야 합니다.
수행은 있으면 있어서 좋고, 없으면 없어서 좋다는 관점을 갖는 것입니다. 실제로 여러분의 삶 속에는 있어서 좋고 없어서 좋은 게 많이 있습니다. 시어머니가 있어서 좋다는 사람도 있지만, 시어머니가 있어서 괴로운 사람도 있잖아요. 있어서 좋은 것이 없어지면 괴로움이 생기고, 없어서 좋은 것이 계속 있으면 괴로움이 생깁니다. 그런데 관점을 바꾸어서 ‘있는 건 있어서 좋고, 없는 것은 없어서 좋다’ 하는 관점을 가지면 세상에 아무런 걸림이 없어집니다. 걸림이 없는 것을 해탈이라고 하고, 괴로움이 없는 것을 열반이라고 합니다. 수행의 목표는 해탈과 열반입니다.
아무리 많은 일이 일어나도 이러면 이래서 좋고, 저러면 저래서 좋다는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대박이고 저렇게 되면 쪽박이라는 관점을 가지면 항상 대박인 쪽으로 되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늘 조마조마한 마음이 드는 겁니다. 대박이 있고 쪽박이 있으면 대박 나게 해달라고 빌어야 합니다. 부처님한테 빌든 하느님한테 빌든 누구한테 계속 날 좀 봐달라고 빌어야 해요. 하지만 수행자는 빌 일이 없습니다. 이러면 이래서 좋고, 저러면 저래서 좋기 때문입니다. 차가 오면 빨리 가서 좋고, 차가 안 오면 걸어가니까 운동이 되어서 좋은 거예요. 제가 부탄에서 트럭 뒤에 타고 가니까 일행 중의 한 명이 ‘스님, 트럭 뒤에 타고 가니까 힘들지 않습니까?’ 하고 물었어요. 그래서 제가 ‘걸어가는 것보다는 안 힘들다’ 하고 대답했어요. 짐을 짊어지고 걸어가는데 지나가는 트럭이 태워주면 기분이 엄청나게 좋습니다. 그리고 차 안에 타면 창밖으로 보이는 경치만 보는데 트럭 뒤에 타고 가면 깊은 산속의 경치가 다 보입니다. 좀 털털거리는 것과 먼지 나는 것 빼놓고 다 좋거든요. ‘자리가 있어서 안에 타면 편해서 좋고, 자리가 없어서 뒤에 타면 경치가 보여서 좋다’ 이렇게 관점을 잡으면 인생살이에 걸림이 없어집니다. 즉문즉설에서 여러분이 하는 얘기도 들어보면 ‘이게 있어서 죽겠어요’ 하거나 ‘이게 없어서 죽겠어요’ 하거나, 딱 두 가지 얘기밖에 안 합니다. 오늘도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한 번 들어봅시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