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예전 04년도 바둑리그를 구경하러, 한국기원 스튜디오에 간 적이 있다. 한참 친구와 스튜디오 옆 대기실에서 검토를 하고 있는데 낯익은 사람이 들어온다. 생각보다 큰 키였고, 얼굴은 파우더를 한 것 마냥 하얗다. 흔히들 꽃미남, 꽃미남하는데 그때 본 조한승 八단이 정말 그랬다. 프로 사범을 본다는 것 자체도 큰 즐거움인데, 바로 앞에 앉아 바둑을 검토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은 큰 기쁨이었다. 친구와 난 신나서 질문을 한다. 조한승 八단의 손에서 바둑판이 그려지고, 다시 지워진다. 외모를 말하는 것을 빼더라도, 조한승 八단의 바둑은 무척 단아하다. 조한승 八단의 바둑을 보고 많은 이들은 '바둑이 생긴 이래로 가장 깔끔하게 둔다.'라고 말하는 것은 허풍이 아니다. 바둑이 아름답다라는 말이 거짓이 아님을 느끼게 한다.
올해 있었던 농심신라면배 11국 조한승 八단(黑) 대 창하오 九단의 대국이다. 조한승 八단의 흑 선수로 우변이나 하변을 키워야 하는 장면인데, 다음 흑의 수는 저 세가지 수 중 하나 아닐까? 하나씩 생각해보자. A로 둔다면 좌변 방면이 허술하다. B로 손길을 돌리자니 하변의 백의 벌림이 너무 뻔하다. C 역시 백에게는 느슨한 느낌을 준다. 전부 썩 맘에 들지 않는다. 조한승 八단의 수읽기에는 무엇이 준비 되어 있을까? 무슨 수가 있을까?
흑1이 놓이는 순간. 무릎을 딱 치게 된다. 조한승 八단의 바둑이 아름답다고 과감히 말할 수 있는 이유가 모두 저 흑1에 녹아 있다. 흑1 한수로 흑은 하늘을 꿈꾸며날개를 펼쳤다. 창하오 九단이 위로 밀든, 아래로 밀든, 조한승 八단의 흑은 리듬을 타고 하변을 키우고 좌변을 동시에 키우게 된다. 혹시 저 수를 한 번에 떠 올리셨다면, 바둑에 대한 감각이 대단한 사람일 것이다. 혹은 조한승 八단 만큼이나 미적감각이 뛰어난 사람이거나
3. "바둑에서 패하는 일이 있더라도 미학에 어긋나는 돌은 절대 두지 않는다" 말했던 오다케 히데오 九단의 말은 분명 과장된 맛이 있다. 하지만 바둑의 모양과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은 일리가 있다. 바둑 두는 사람은 바둑판을 보고 느낀다. 세력을 보면서 웅장함을 느끼고, 상대방에 둔 한수의 모양을 보고 '아' 하고 감탄을 자아내는 그 느낌을 안다. 바둑을 두는 사람들은 바둑판의 아름다움을 느낀다. 비슷한 감정으로, 지난 3월 이숙형 그림전이 열렸다. 바둑판을 사랑하고 바둑판을 보면서 아름다움을 느낀 이숙형씨는 '바둑'을 주제로 전시회를 열었다. 기보를 그대로 옮겨 놓은 그림부터 바둑을 주제로 한 추상화 까지 글 처음 시작했던 보여드렸던 작품도 이숙형씨의 작품이다.
밑의 그림 보이시는가? 이 추상화를 '바둑'이라고 느끼고 '포석'임을 파악하고 뒤에 이어질 '수순'을 느끼고 '중반'이 느낄 수 있는가? 약간이라도 공감한다면 당신도 미학에 빠져든 바둑인이다. 조한승 八단의바둑을 보고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미학의 바둑인이다.
* 이숙형 바둑 전시회에 대한 사진의 저작권은 사이버오로 지난 3월 8일 기사 '자연과 우주, 그리고 바둑'에 있음을 밝힌다.
첫댓글 저도 바둑의 미에 흠뻑 빠져들고 싶지만 아직 실력이 많이 부족한듯;;;
아..뵙고 시퍼라~
음... 실력이 일천하야..못느끼겠음..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