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계 투쟁 끝에 하은의집 민관합동조사 진행
이달 중 탈시설 지원 조사 및 TF 구성키로
전북도, 탈시설 지원 1년에 달랑 15명 계획 발표
대책위 “낮은 수준의 정책 규탄하며 투쟁 이어갈 것”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3개 장애인인권단체는 지난해 12월 2일, 전라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북 지역에서 발생한 장애인거주시설 범죄에 대해 전북도의 책임을 촉구했다. 한 참가자가 ‘무주 하은의집 민관합동조사 실시하라!’라는 피켓을 목에 걸고 있다. 사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계의 오랜 투쟁 끝에, 무주 하은의집 거주장애인의 탈시설을 지원하는 민관협의체가 구성된다. 하은의집에서 폭행·학대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지 1년 만이다.
지난 6일 진행된 무주하은의집전국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는 무주군과의 면담에서 △하은의집 입소자에 대한 탈시설 지원조사 △대책위가 포함된 탈시설 지원 TF 구성 등에 합의했다.
무주군은 이달 중 하은의집 거주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탈시설 지원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조사계획은 대책위에서 제출하고 이를 무주군이 검토한다. 예산은 2천만 원 이내에서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탈시설 지원 TF 또한 이달 중 꾸려진다. TF위원은 대책위 3명, 하은의집 운영법인인 하은복지재단 및 거주장애인 보호자 3명, 전라북도 2명, 무주군 2명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황인홍 무주군수가 대책위에 보낸 공문. ‘2021년 7월 6일 이루어진 교섭 결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책위, 하은복지재단, 무주군은 다음과 같이 합의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합의사항. 가. 하은의집 입소자에 대한 장애인 탈시설 지원 조사. 나. 하은의집 탈시설 지원 TF 구성’ 등이 적혀 있다. 사진 무주군 공문 캡처
- 탈시설 민관합동조사 진행… “전북도 탈시설 정책 투쟁 이어나갈 것”
전북 무주군 부남면에 있는 하은의집(사회복지법인 하은복지재단)은 여성 12명, 남성 17명 등 총 29명이 거주하는 지적장애인거주시설이다.
지난해 7월 전주MBC의 보도로 시설 내 거주 장애인에 대한 상습적 폭행과 학대가 드러났다. 그러나 가해자들은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사회복지사 4명은 약식기소됐고 그중 1명만 재판에 넘겨져 벌금 50만 원을 구형받았다.
이에 전북지역 장애인운동단체들이 대책위를 꾸리고 전북도에 민관합동조사를 요구했지만 전북도는 이를 묵살했다. 도청 앞 1인시위와 무기한 천막농성 끝에 전북도는 지난해 12월, △하은의집 폐쇄 △전북도 장애인 탈시설 선언 △거주시설 10년 내 단계적 폐쇄 발표 △하은의집 민관합동조사 즉각 진행 등의 장애계 요구사항을 수용했다.
지난 5월 26일, 대책위는 무주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주군청에 민관합동조사에 응할 것을 요구했다. 한 활동가가 황인홍 무주군수에게 요구사항을 말하고 있다. 사진 무주하은의집전국대책위원회
하지만 무주군이 민관합동조사에 응하지 않으면서 투쟁은 길어졌다. 이에 대책위는 지난 5월 24일에 전북도청에서 무주군청까지 2박 3일간 행진하고, 같은 달 26일부터는 무주군청 현관 앞에서 노숙농성을 하며 무주군이 민관합동조사에 응할 것을 요구했다.
김현탁 대책위 집행위원장은 9일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요구사항이 온전히 받아들여지진 않았지만 탈시설이 목적인 조사를 진행하기로 합의하고 40여 일간의 노숙농성을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전북도 장애인 탈시설 지원 5개년 계획 자료. ‘탈시설자립지원 1차년도(22년) 15명, 4년내 60명’이라고 적혀 있다. 사진 전북도 자료 캡처
대책위는 앞으로 전북도의 탈시설 정책을 규탄하는 투쟁을 이어갈 예정이다. 전북도가 지난 5월에 발표한 탈시설 지원 5개년 계획에 따르면 다음 해부터 1년에 15명씩, 5년간 총 75명의 시설거주 장애인 탈시설·자립을 지원한다.
하지만 전북의 전체 시설거주 장애인 수를 보면 75명은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전북 장애인거주시설은 2019년을 기준으로 49곳이다. 이곳에 1700여 명이 수용돼 있다. 1700여 명 중 75명은 4%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김현탁 집행위원장은 “전북도는 장애계와 협의하지 않고 낮은 수준의 탈시설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1년에 15명만으로는 부족하다. 다음 주부터 전북도청 앞에서 투쟁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