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교회(15.02.06)】 "주님, 말씀이 임할 때까지 기다리게 하소서! "
소부 송호일
주님, 말씀이 임할 때까지 기다리게 하소서!
하이쿠시를 읽으며 날 고구마를 먹고 있는데
모짜르트의 지휘봉이 이마를 툭치며,
'오늘의 기도가 뭐지?' 묻는다.
아! 말씀을 기다리게 하소서
시를 제자리에 세워놓고 잠자리에서부터 내 형편을 살펴보았다.
잠자리에서 눈을 뜨고 '주님께 일어나도 될까요?' 묻지도 않고 일어나고,
음악을 습관처럼 켰고, 컴퓨터도 함부로 열었다.
아침을 먹으라고 말씀하지 않았는데도 상위에 먹거리를 펼쳐놓고
‘감사합니다’ 기도하고 서둘러 먹었다.
제자리에선 하이쿠시가 나를 보고 있다.
마음을 쉬고 보면
새들이 날아간 자국까지
보인다
(사초)
마음을 쉬고 주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면
나의 날개 자국이 환히 보인다니 호흡을 가다듬고,
“주님, 먹던 고구마를 마저 먹을까요?”
“그래라.”
“산짐승이 봄이 오는 얼음 위를 걷는 소리인가?
입 안에서 고구마 씹는 소리에 내가 깬다.
“주님, 커텐을 걷을 까요? 말까요?”
“걷어라.”
저수지 건너로 느티나무가 보인다.
그분의 명령이 떨어지질 않아 이 백여년을 꼼짝도 않고 한자리에 서있다.
발밑에 민들레꽃이 필 때 잠시 한눈을 팔고는 아직 누구에게 눈길 준 일이 없다.
그의 첫걸음은 언제가 될까?
아내와 딸이 읍내로 목욕 간단다.
또 아무 생각 없이 안 간다고 했다가
잠시 뒤, 놓친 기도를 이어간다.
“주님, 어찌할까요?”
“뭘 망설이냐? 나도 네 덕에 몸 좀 씻자.”
“잠깐만, 같이 가소”
차 시동을 거는 집사람을 세웠다.
목욕탕이 낯설다.
몸을 씻고 탕 안으로 생각할 겨를도 없이 풍덩!
고요히 찾아오는 말씀.
“내게 묻고 들어왔냐?”
죄송해서 물속으로 잠시 잠수
“여기서 나갑니다.”
“그게 일방적인 통고지 기도냐?”
“이크!”
저기, 탕안 물속에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물바가지로 공기를 담아
물속에서 물바가지의 부력을 설명한다.
아들도 따라서 아버지가 가르쳐준 놀이에 여념이 없다.
“주님, 나갈까요?”
"그러자."
"찜질방으로 갈까요 ?"
"땀을 흘리자고"
"예."
원적외선 방구석에 미륵반가사유상을 닮은 총각인가?
앉아 있는 몸이 너무 갸날퍼 슬프다.
“흘릴 땀도 없을텐데, 말을 걸까요?”
“그래라.”
자신이 없어 속으로,
“저기 아침은 먹었나-요? 어디 아프진 않나-요?”
침묵기도를 하나 대답이 없다.
침묵만 오고 간다.
“나갈까요?”
“그러자.”
“저기 봐라.”
“어디요?”
“저기,”
용 문신을 한 사람이 보인다.
용이 보이는데 나이가 들었는지 주름이 많이 잡혔다.
거기다 비누칠을 한다.
“용이 거품을 먹었습니다.”
빨리 씻어주어야 살아날 덴데 어르신은 서두를 기색이 없다.
얼마가 지나서야 물로 씻어 주었는데 용은 거품 물은 기색이 없다.
역시 용은 용이다. 천년을 산다는 용이 사람과 함께 살고 있으니
그 어르신 죽으면 용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아, 용은 날개가 있으니 날아오를 테지.
날아간 자국까지 환히 보이게
따라서 그 어르신의 삶도 환히 보이겠지.
“뭐하냐? 또 혼자 놀고 있냐?
밖에서 네 아내가 부른다. 얼른가라 내 핑계 대지 말고"
“나갑니다-요.”
점심으로 또 주님께 안 묻고는 물자장을 먹었다.
내가 날개를 폈다 접었다한 설익은 삶이 물자장으로 떫었는가?
그분의 시큼한 미소 자국이 저기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