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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 : 최영권 (반올림 자원활동가, 대학원생)
사회 : 이종란
유투브 영상 : https://youtu.be/cvk3EwgL4Ro?list=PL68l6l0ykxTXlpDY1-wm7S4KrudfG9ydu
이 : 저희는 작년 10월부터 강남역 8번 출구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고, 오늘로 이어말하기 223일차를 맞고 있다. 자기 소개 부합니다.
최 : 반올림 자원활동하고,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최영권입니다.
이 : 금요일 저녁마다 노숙농성을 하며 반올림에 든든하게 지원하고 있어요. 200일 문화제 때에도 농성을 하며 느낀 점을 얘기하기도 했었어요 전공은 우주항공공학을 하고 있는데 소개 주세요.
최 : 항공우주공학은 항공, 우주 관련된 기술들을 연구합니다. 항공기의 엔진, 항공기가 날아가려는 유체 역학을 연구하고 있고, 저는 비행기, 인공위성, 로켓의 위치가 어딘지 알아내는 항법을 공부하고 있어요.
이 : 유체역학은 뭔가요?
최: 물이 유체인데,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다루는 학문이예요.
이 : 조종하는 거는 필요없나요? (없어요) 시험 시간이 들고 다니는 종이를 보면 알아볼 수 있는 함수 같은 걸 들고 다니던데, 재밌는지 궁금합니다.
최 : 재밌게 공부하고 있어요.
이 : 관심을 가져본적이 없는데, 공부를 하며 재밌다고 하니 신기하기까지 합니다. 남다른 학문을 공부하고 있지만, 반올림 사무실을 찾아 자원활동을 3년 동안이나 해오고 있었어요. 처음 사무실에 와서 빗자루로 청소라도 할게요. 라고 말하며 어찌 알고 찾아오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최 : 언제부터인지 잘 기억이 안나는데, 신문으로 삼성직업병 문제를 접했어요. 김성희 작가의 <먼지 없는 방> 만화책이 서점 가판대에 있어 관심이 갔어요. 만화인데, 담고 있는 주제가 무거워서 쉽게 읽히지 않더라구요. 책을 읽고 나서 현재는 어떤 상황일까 궁금해서 반올림 카페에 들어갔어요. 2013년 여름 학기가 끝나고 여름 방학에 뭐할까 생각하다가 왠지는 모르지만 반올림 카페에 사무실 위치를 알고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이 : 최영권 님이 한 일은 청소보다는 컴퓨터 바이러스 퇴치, 전자기기가 이상이 있거나 복사기가 이상하면 다 손봐주고 했어요. 뭘 했는지 말해주세요.
최 : 별로 한 게 없는 것 같은데, 컴퓨터 관련, 사무기기 손봐드리고, 또 기사를 쓰게 되었어요. 그 때 서울대저널이라고 학내 언론에서 활동하고 있어서 취재를 했어요.
이 : 취재 과정에서 겪은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죠? 말씀해주세요.
최 : 반올림 피해자 가족분들이 곳곳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었는데, 삼성 본과나 앞에 버스가 인도에서 차벽처럼 늘어져 있었어요. 이종란 노무사 님이 서초구청에 차량을 빼달라고 연락을 했고, 조치가 취해지지 않자 경찰에도 신고 했어요. 경찰은 사유지라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고 해서 이종란 노무사님이 사유지가 아니라 인도라고 항의를 했었죠. 카메라로 찍고 있었는데, 삼성 경비는 못 찍게 하고, 경찰에서도 못 찍게 하고.
이 : 출동한 경찰 한 명이 불손한 태도로 초상권 침해니 하며 말했죠. 자치 언론이지만 취재를 하고 있는 학생에 찍지 말라고 손으로 저지해 화가 많이 났었죠.
최 : 화가 나서 종란 노무사님이 혼잣말을 했는데, 경찰에 명예훼손 했다고 노무사님을 연행하는 일이 있었죠.
이종란 : 경찰이 명예훼손에서 모욕죄로 다시 걸었고, 부당하게 100만원이 나왔어요. 저는 형사 소송을 걸어 대법원까지 가서 무죄로 인정받았어요. 학생에게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면 어떻게하나, 공권력 남용에 화가 많이 나더라구요. 그 때 어떤 마음이 들었는지 궁금합니다.
최 : 황당하죠. 민원 넣을 시민의 민원을 해결하지 않고 엉뚱하게 체포하겠다는 게 황당했어요. 공권력의 어처구니 없음을 처음 본 것 같아요.
이 : 1인 시위를 했던 건 삼성이 직업병 문제를 사과하고 제대로 해결하라고 왔는데, 삼성은 막기 위해서 차벽을 세우거나 경비를 세우는 게 부당한 일이 지금까지 계속 되고 있어요. 1인 시위를 하면 경찰이 쫒아와서 삼성 편을 드는 일이 많았는데, 지금은.. 덜하다 싶다가도. 최근에 다시 경찰이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서 유성 노조원이 있는데, 경찰이 현대자동차를 지키더라구요. 경찰은 민중의 지팡이가 아니라 재벌과 권력을 지키고 있다뇨.
이 : 서울대저널에서 쓴 반올림의 기사가 시사인 대학생 기자 상 대상을 받았더라구요. 다시 최영권을 보게 된 계기가 되었는데, 그 내용을 소개해주세요.
최 : 7월부터 반올림에 와서 자주 와서 반올림 기사를 썼어요. 현재 삼성직업병 문제가 어떤 시점에 와있는지 정리하는 기사하나와, 반올림이 시민단체로 운동하는 방식이 다른 단체와는 다른 느낌이 들었어요. 지금도 농성장에 화분이 예쁘게 두고. 뭔지는 모르겠지만, 남다른 투쟁의 방식이 보였고, 이런 모습이 직업병 문제만이 아니라 다른 싸움에 있어서도 선례가 될 수 있겠다 싶어서 7-8월 두 달간 반올림 일거수일투족을 담은 기사를 썼어요.
이종란 : 울산까지 쫒아오셨죠.
최 : 울산에 가본 건 그 때가 처음이었어요. 경북은 여권의 색이 짙어서 시민의 호응이 클까 걱정했는데, 시민들이 호응을 많이 해 주시더라구요. 세 번째 기사는 또 하나의 약속과 탐욕의 제국. 마침 영화가 개봉하던 시점이라서 두 감독님을 인터뷰해서 기사를 썼습니다. 전략적인 차원에서는 학생들이 영화 얘기면 기사에 관심을 가지리라 생각해서 썼습니다. 마지막으로는 그 때까지 기사들은 반도체를 어떻게 만들고, 그 과정에서 어떤 물질들을 쓰고, 왜 문제가 될 수 있는지를 잘 다룬 언론이 없더라구요. 본질적인 문제인데 기성 언론이 다루지 않았다고 생각해서 반도체를 만드는 과정을 쉽게 쓰려했어요, 예를 들어 식각공정에는 어떤 물질을 쓰고,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목조목 따지는 기사를 썼어요.
이종란 : 그 기사를 보고 놀랐어요. n 형 반도체 p 형반도체를 기사로 쓸 수 있다는 게 신기하더라구요. 전공을 살려 빼어난 기사를 써주셔서 새삼스레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네요.
최 : 아닙니다. 직업병 문제 이전부터 반도체가 우리나라 주력 수출상품 1위이고, 반도체 자체에 관심 있어서 책을 봤어요. 하마터면, 성균관 대학교 반도체 학과에 들어갈 뻔도 했죠. 장학금도 주고 삼성반도체 사업부에서 일을 하는 기회를 준다고 해서 고민한 기억이 있어요. 어떻게 인연이 반올림을 만나고 있네요.
이 : 서울대 저널 책을 여러 사람에게 나눠주고 그랬어요. 공부할 수도 있으니까요. 시사인 대학생 기자상 대상을 받았는데 상금 받아서 어떻게 했나요?
최 : 맛있는 거 사와서 반올림 사무실에서 활동가들과 먹었구요. 쾌척하는 모습을 보이면 좋았겠지만, 넉넉지 않은 학생이라서 서울대 저널 같이 하는 친구들과 맛있는 거 사먹었어요. 반올림 후원주점에서도 사먹고, 나머지는 부모님께 드리구요.
이 : 바른 분이예요. 반도체, 공장 작업 환경의 문제를 실제로 일하는 분들이 바꾸려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봐요. 반도체 노동자들의 대부분이 실업계 나와서 취업하는 분도 있지만, 반도체 공학 등 전공자들이 반도체 라인 안에서 실제 일하잖아요. 연구원 엔지니어들이 그들이 공대생이었을 때 사회적 문제에 충분히 관심을 가지고, 미래에 일할 반도체 공장에 대해 알았더라면. 충분히 반올림을 접할 기회가 있었을텐데, 정작 우리 사무실에 찾아오거나 의문을 제기한 분들이 적은 것 같아요. 왜 공대생들이 덜 관심있는지. 궁금하고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을지 말씀해 주세요.
최 : 실제로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게 될지도 모르는 미래의 엔지니어들이 관심이 없을까. 생각해보면, 사실 답인지는 잘 모르겠긴 한데, 그들이 스스로 관심 없는 것도 있지만, 학교에서도 가르치는 수업이 없는 것 같아요. 전기 공학을 부전공하면서 반도체를 다루면서도 반도체 공정의 위험성, 직업병 문제는 한 마디도 들어본적이 없어요. 반대로 최첨단 기술이라는 것만 알리고 있구요. 삼성 반도체 엔지니어 분들이 오셔서 특강도 있는데, 우리의 기술이 얼마나 대단한지만 강조하고, 학생들도 그 기술이 신기한지만 호기심을 가져요.
학생들이 왜 관심을 안 갖느냐 탓하긴 힘든 것 같아요. 위험한지 아닌지를 따지는 건 아예 다른 세상에 있는 얘기라서요.
이 : 위험에 대한 인지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말씀이군요. 반올림 활동을 함께 하는 대학생들과 반올림 배지를 팔며 조금씩 알려나가야 겠네요.
최 : 제가 반올림에서 활동하는 걸 친구가 보면서(성균관대 반도체 공학) 반도체 만들 때 조심해야 겠다 말하더라구요. 그런 문제가 있는지조차 몰라 조심 안 하는거지, 주변 학생이 활동하여 점점 알려나가면 고민을 하게 되지 않을까해요.
이 : 영권님이 3년 전에 와서. 버튼 학교 내에 가져가서 판매 해보겠다 애쓴 게 기억나네요.
최 : 우리 사회가 가르쳐 주지않고, 학내에서도 가르쳐 주지 않는 것을 비판하고 바꿔내는 활동이 필요한 것 같아요.
이 : 유해요인을 알려주는 책이 없었는데, 2012년에서야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서 반도체노동자를 위한 건강관리 길잡이 소책자를 만들어주셨어요. 우리라도 잘 알려나가야 하는데 대중적으로 알려 나가는 방법을 고민을 함께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시간이 얼추 되었어요.
마지막 질문을 하려고 해요. 삼성 반도체 lcd에서 일하다가 세상을 떠난 76명이 있는데, 삼성에 쓴 소리, 못 다한 얘기 더 해주셔도 좋겠네요.
최 : 일을 하면서 위험을 겪을 수 있다는 개념이 정규 교육 과정에도 들어가야 한다고 봐요. 현재의 교육 과정에는 위험을 상상할 수도 없어요. 반도체로 먹고 산다면 사람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충분한 교육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길잡이 책도 홍보를 하는 노력이도 필요할 것 같아요. 그런 역할을 정부가 해야 하는데, 제대로 하는지 안 하는지를 언론이 점검하지 않고 오히려 반올림에 대해 소설을 쓰더라구요. 그건 기사가 아니예요. 사람들은 기자가 사실에 근거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이 아니잖아요. 정부가 제 역할을 하는지 감시해야 할 기자들이 반올림 농성장에 오지 않고도 반올림에 대해 악의성 기사를 쓰는 것을 보고 실망스러울 때가 많아요. 언론도 정신을 차렸으면 좋겠어요.
이 : 대학생 기자상 대상을 받은 분 답게 말씀을 해 주셨네요. 마지막으로 삼성을 향해서 쓴 소리 부탁합니다.
최 : 문제가 되는 게 보상 문제, 예방하는 문제, 사과를 해야 하는 문제가 있죠. 삼성이 자신들이 동의해서 나온 조정위 권고안을 반해 보상을 하고 있어요. 어떤 병인지, 근무시작시기, 퇴사연도 다 따져서 차별을 두고, 삼성 반도체 운영하면서 본인 직원들만이 아니라 하청노동자에 대해서도 보상안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다는 것을 듣고 안타까웠어요. 집에서 못질을 못해서 옆집 아저씨한테 부탁해서 사고가 났으면, 우리 가족보다 더 미안해야 되요. 더 보상도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자기 회사사람이 아니라고 외면하는 건 반인륜적인 행태라고 봅니다. 삼성이 반올림과 시민사회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독단적인 보상, 수년 전에 가족에게 찾아가서 입막음용으로 개별 합의한 것과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과거와 한 치도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배제 없는 보상에 임했으면 좋겠어요. 납득이 안 되요. 왜 사과를 안 하는지.
이 : 삼성 교섭위원이 하는 말이 사과 한 마디도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말은 한 마디도 할 수 없대요.
최 : 친구랑 싸워도 사과를 할 때, 내가 잘 못 했다. 진정성을 담아서 하는 게 사과인데, 사과하는 쪽에서 이런 말을 빼면 알 될까로 협상한다는 건 어처구니 없는 것 같아요. 삼성이 더 큰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솔직한 경영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이런 찌질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 기업이 얼마나 오래갈까 의문이 듭니다. 더 큰 뜻을 이루려먼 반인륜적인 모습을 버려야 할 거예요. 삼성도 인문학.을 배운다고 하던데 ... 사실... 내가 잘 되려고 사과한다는 건 말도 안 되죠. 잘 못 했으니까 하는 게 사과 하는 거니까요.
이 : 역시 반올림 자원활동가가 맞는 것 같습니다. 이어말하기 하시는 분들이 이 곳에 오셔서 한결같이 삼성직업병 피해자들의 요구를 들으라고 얘기를 하고 있는데요. 내일이라고 삼성이 정신을 차리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농성장을 지킴이도 하고, 대학원 공부하는 것도 힘든데 오늘 이어말하기까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