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모임에 못 간다고 알리는 메모...

[구름나그네]

친구 모임에 못 간다고 알리는 메모...

마음 속의 장안 나들이, 성료를 빕니다.

반백년이 넘은 지금도 철석같은 마음 변할 바 없지만

이내 몸은 여직 춤추는 부지깽이와 다를 바 없습니다.

동으로 서로 올 초부터 널뛰더니 또 말엽이 그 형편없음으로

숨이 막히고 목이 메입니다.

꽤나 깊기도 한 타향살이, 그렇게 보낸 허송세월이 몇 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관규천 (以管窺天)이라던가. 무릇 삶이 다 그렇다 하며 습관처럼 꽤 익숙하다 싶은 요즘

문득 나는 누구일까 하며

차창 밖 보면 동그맣던 시절이 엊그제 같고

넘실대는 유정이 찔끔 앞을 가리는데

더는 어쩌지도 못한답니다.

차라리 멀고 먼 땅이라 한다면

안착의 사유라도 적절할 것인데 말입니다.

결국 저는 오늘도 허송세월 나무라며 패착하고 만 셈입니다.

오늘같이 눈 날리는 날은 그리운 날이 목전인데

삽살개 뜀박질 그 좋은 꿈도 차라리 사치라 여겨야 할 것인지

목구멍 포도청인생 그것도 하마 무시는 못하겠습디다.

택일에 다가선 그대들의 함박꽃 피는 말소리

눈앞에 삼삼하고 귓가를 울리는데

모든 것 밀치는 이내 마음 널리 해량하소서,....

꼭 내년에는 갈 모양입니다. 울렁이는 마음을 보듬어 안고서 어쩌든 말입니다.

해 저무는 때 반석위에 올라서서 답신 보냅니다. 조 아무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