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을 듣는 시간
정은
사계절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활동가 송은영
(2024.4.23.작성)
산책을 듣는다니 은유적 표현이 썩 내키지 않았다. 청소년 소설, 인성 동화, 이렇게 단정 짓는 말들이 언제부터 불편해졌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불편해하는 청소년 성장 소설을 타이틀로 걸고 있는 소설이었다. 사계절에서 대상을 받았다니 일단 읽어나 보자 하는 심산으로 느슨한 자세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몇 장 넘기다가 자세를 바짝 당겨 앉게 되었다. 듣지 못하는 수지와 보지 못하는 현민이 주인공이다. 나의 보편적 선입견으로 장애는 결핍으로 분류하고 있었다. 그런데 듣지 못하는 것과 보지 못하는 것이 남다른 능력이라고 말한다. 수지는 듣지 못하는 것에 대해 불편해하지 않는다. 듣지 못하니 말도 할 수 없고 발음도 부정확하다. 하지만 엄마와 둘만의 수화를 만들어 대화를 하고 엄마가 생계의 수단으로 운영하는 하숙집에 하숙하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글을 배우고 말을 배운다. (방법이 참으로 창의적이다. 나의 아이들을 이리 가르쳤더라면...) 어느 날 수지가 자동차 사고를 당하면서 할머니와 엄마는 수지에게 인공와우 수술을 시킨다. 수지는 이때부터 듣는 고통이 생긴다. 못 듣는 것이 고통일 거라 생각했는데 듣는 것도 고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 처음 해 봤다. 수지는 특수학교를 다니며 엄마와의 수화가 아닌 공식 수화를 배우며 새로운 방법으로 소통의 깊이를 확장해 가며 성장해 간다. 그러나 할머니가 돌아가시며 할머니의 유산을 고모, 엄마, 수지에게 상속하지 않고 모두 묻어달라 한다. (원래도 유별났지만 유서를 보며 참 어지간한 할머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설상가상 엄마는 할머니의 장례 후 편지 한 장 남기고 자신의 미래를 위해 떠난다고 한다. 고모 또한 할머니가 유일하게 남긴 집을 처분하고 일부를 나눠주며 외국으로 떠나 버린다. 할머니의 죽음을 실감하기도 전에 혼자가 된 수지는 번 아웃이 찾아온다. 환민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온다. 환민 삶의 일부였던 안내견과의 산책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함께 산책을 동행해 주는 사업을 구상한다. 이때 내 머릿속을 번개처럼 스쳐 지나가는 무엇이 있었다. 보지 못하는 환민과 산책을 하며 의뢰인은 본인의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주변의 상황에 대해 들려준다. 그래서 제목이 ‘산책을 듣는 시간’이었구나!!! 작가에게 나의 모자람에 대해 심심한 사과를 보내며 대상 수상작은 다 이유가 있구나 싶었다. 그래도 출판사에 불만은 있다. 이 책을 왜 청소년 소설로 단정 짓는가! 성인(어른과 성인은 다르다고 생각함)들이 더 많이 읽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참 좋은 책이라는 생각은 장애를 신파로 엮지 않고 그냥 다름으로 보고 있는 시선이다. 후반부에 약간의 당황스러움은 있었으나 그럼에도 나는 별 5개 중 5개를 주고 싶다. 장애를 보는 시선은 비장애인의 선입견으로부터 생기는 것 같다. 22년도에 방영된 ‘우리들의 블루스’라는 드라마에 주인공 한지민의 쌍둥이 언니가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었다. 상대역인 김우빈이 언니를 보는 시선에 대해 한지민이 묻는 장면이 있었다. 김우빈은 언니가 싫어서가 아니라 처음 대하는 거라 어떻게 대할지 몰라서라고 대답한다. 그때 많이 공감했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으로 나누기보다 다름으로 보면 이 세상이 조금 달라질 수도 있겠구나 싶다. 표면적으로 비장애인이라는 우리도 어떤 부분은 결핍을 안고 살아가고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