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월 제주도 한달살이와 7월부터 시작된 1년살이의 터전이 된 곳, 수산리집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고 있습니다. 대략 큰 짐들은 다 빼냈고 오늘 컨테이너 옮기기 작업이 다 끝나고나서 마무리 청소를 하고나면 이 집에는 추억만이 남습니다.
1년은 결국 순식간이었지만 1년이란 세월을 통해 얻은 것들을 생각한다면 지난 1년은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제주의 다양면으로 책이라도 쓸 수 있을 정도로 이것저것 알게 된 것도 많고, 무엇보다 제주도 자연의 참맛을 속속들이 알게된 것은 평생의 자산으로 삼을만 합니다.
매일 살뜰하게 애용한 수산한못은 아쉬운 대목입니다. 일부러 시간내서 오기보다 일상과 함께했기에, 일상을 넘어 사계절 세월의 풍경변화 속에서 지켜본 한라산 정상의 모습은 언제나 희망이자 수호신이었습니다. 오가며 한라산에 던졌던 희망과 구복의 메시지들, 그 외침과 제스츄어들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제주도는 지금 장마기간이지만 지난 일주일 비뿌린 날보다는 개인 날이 더 많았기에 이 곳에서의 마지막 일주일이 지루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지나간 것들은 추억과 발전을 주고, 새로운 것들은 의욕과 호기심을 주지만, 이런 것들에 대한 지나치게 적극적인 추구로 인해 가정경제 사정은 뒷전이었으니 이런 부분도 새롭게 해나가야 하는 싯점입니다. 늘 시도의 재미로만 살아가기에는 현실적인 부분은 늘 우리를 압도하니까요.
며칠 전 장마 틈새에 일몰시간에 펼쳐진 하루 반짝풍경이 얼마나 근사했는지 저녁준비하는 주방창가에서 감탄사를 연발하다 휴대폰을 들고 2층으로 뛰쳐올라 붉은 노을 풍경을 주어담았습니다.
하루하루 무엇이 되었던 눈을 즐겁게하는 '자연'이란 위대한 신의 조화는 오늘도 무엇을 건네줄까 늘 궁금하게 합니다. 그게 바로 제주도에서 가능한 삶인지라, 이 삶을 아무래도 태균이와 함께 더 즐겨야 할 듯 합니다. 밝음과 어둠의 경계에서 서로 치열한 영역다툼은 늘 있기 마련이고, 그 다툼에서 밝음도 어둠도 모두 사랑하리라는 마음은 오늘을 견디게하는 힘이 됩니다.
모든 것이 다 잘 될꺼야!하는 삶에의 믿음, 그것만으로도 저는 행복한 마음으로 제주도에서의 다음 여정을 준비해 갑니다.
https://youtu.be/rzTT5M8zBu4?si=7Rfuprbxsk08hbhV
첫댓글 올려주신 글과 사진으로 엄청 많은 즐거움과 도움을 받습니다.
늘 감사 드립니다.
이사로 인해 몸살 나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