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 길
채린(綵璘)
언 땅이
봄 내음을 마신 탓인지 제법 질퍽하다
꿈쩍도 안 할 것 같더니
어느덧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오가는 사람들을 엉덩방아 짓게 만들고 있다
소낙비가 한 참 퍼부어도
그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입을 꾹 다물고 시치미를 떼는 포장된 땅들
야트막한 언덕배기 응달진 곳에
군데군데 연탄재가 깔렸다
엉덩방아 짓지 않게 오가는 행인을 배려해서 일 게다
추운 겨우내 안방 구들을 달구었을 톡톡한 효자들
난방이 연탄에서 기름보일러로
바뀌더니
다시 연탄으로 바뀌는 시대
어쩌면 우리 모두 겨울 땔감을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아궁이를 막고 연탄을 들여놓던 날의 환호성
어찌 잊을 수 있으리
집집마다 내놓은 길가 연탄재들
눈이 오면 범벅이 되어있던 길
그 길이 그리운 것은
내가 이만큼 시계를 돌려놨기 때문일까
먼 신작로 사이 연탄을 실은 구루마가
몽유병처럼 가까이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