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서예[3079]유방평(劉方平) - 춘원(春怨:봄날의 원망)
춘원(春怨)
유방평(劉方平)
紗窓日落漸黃昏 (사창일락점황혼)
金屋無人見淚痕 (금옥무인견루흔)
寂寞空庭春欲晩 (적막공정춘욕만)
梨花滿地不開門 (이화만지불개문)
비단 창에 해는 저물어 황혼이 스미는데
궁궐 화려한 방에는 눈물 흔적 보아줄 이 없구나.
쓸쓸하고 빈 뜰엔 봄이 저물려 하는데
배꽃 땅에 가득 떨어져도 문 열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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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通釋] 비단으로 아름답게 장식한 창문 밖으로는 해가 점점 황혼으로 물들고 있다.
예전에 한 무제가 사랑스런 진아교를 감춰두겠다는 금옥(金屋)에는 눈물 자국이
선명한 궁녀만이 남아 있다. 하지만 눈물 흘리는 여인을 위해 위로해줄 이는
아무도 없구나. 적막하게 텅 빈 뜰에 봄은 벌써 지려 하고,
만발했던 배꽃이 하얗게 땅을 덮어도 닫힌 문은 열릴 줄을 모른다.
[集評]
○ 하루의 근심은 황혼 무렵에 절박하고, 한 해의 원망은 봄이 저물 무렵에 많다.
이 시절과 이 경치는 궁녀들이 가장 슬퍼하는 것이니,
배꽃이 떨어지는 것을 차마 보지 못하고 문을 닫을 뿐이다.
○ 처음 두 구절에서는 황혼 무렵 창 아래에, 귀하게 금옥에 살더라도
때때로 눈물 흔적이 있음을 말하였다.
이백의 시에 “다만 눈물에 젖은 흔적뿐, 마음으로 누구를 한하는지 모르겠구나.
[但見淚痕濕 不知心恨誰]”(〈怨情〉)라고 한 것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눈물을 적시면
그래도 보아주는 사람이 있지만, 여기서는 적막하여 사람이 없는 곳에서
눈물이 비단 수건을 다 적시니 더욱더 슬프다.
후반부 두 구절에서는 평소에 적막함도 잘 견디었지만
봄이 질 무렵 꽃잎이 흩날리도록 내버려두고 주문(朱門)을 꼭 닫았으니
어찌 지는 꽃을 슬퍼할 겨를이 있겠느냐고 말하였다.
마지막 구절은 수식을 일삼지 않고,
깊은 정회를 하소연하지 않으면서 담담하게 묘사했지만
봄날의 원망하는 마음이 절로 드러난다.
[解題] 이 시는 일종의 궁원시(宮怨詩)라 할 수 있다.
시의 주제는 제2구 ‘金屋無人見淚痕(금옥무인견루흔)’에 집약되어 있다.
‘금옥’은 한 무제와 진아교의 전고(典故)를 사용하여 깊은 궁궐에 거처하며
세상과 떨어져 사는 궁녀의 심정을 드러낸다.
‘無人見淚痕(무인견루흔)’ 다섯 字는 찾아주는 이가 없는
궁녀의 슬픈 운명을 잘 묘사한 부분이기도 하다.
‘淚痕(루흔)’ 두 자 역시 완미(玩味)할 만한데,
눈물이 흘러 흔적이 남았다는 말에서, 눈물을 흘린 적이 많았음을 추측할 수 있다.
이 구절에 여인의 신분이며 그녀가 처한 환경과 원망의 정이 모두 담겨 있다.
따라서 제2구가 시 전체의 중심 구절이고,
나머지 3구는 이를 둘러싸는 烘托의 기능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제1구 ‘紗窗日落漸黃昏(사창일락점황혼)’과
제3구 ‘寂寞空庭春欲晩(적막공정춘욕만)’은
아무도 없는 금옥(金屋)의 처량함과 고적(孤寂)한 느낌을 배가시키고,
마지막 구절 ‘梨花滿地不開門(이화만지불개문)’
역시 3구의 ‘春欲晩(춘욕만)’을 이어받아 슬픔을 자극해, 결국 제2구와 호응한다.
이 시는 홍탁(烘托)의 기법을 사용하여 시 속에 등장하는 궁녀의 원정(怨情),
허망하게 가버릴 것 같은 청춘의 비감 등을 곡진하고 완숙하게 그려낸 작품이라 평가된다.
역주1> 金屋(금옥) : 여인들이 거처하는 화려한 방을 의미한다.
이는 한(漢) 무제(武帝)와 진아교(陳阿嬌)의 고사에서 유래한다.
《漢武故事(한무고사)》에 “한(漢)나라 진영(陳嬰)의 증손녀의 이름은 아교(阿嬌)였는데,
그 어머니는 한 무제의 고모 관도장공주(館陶長公主)였다.
무제가 어렸을 때 장공주가 무릎 위에 올려놓고 묻기를
‘너는 어떤 아내를 얻고 싶으냐.’라
하고는 아교(阿嬌)를 가리키며 ‘이 아이는 어떠하냐.’라 하니,
무제는 웃으며 답하기를 ‘만약 아교를 얻게 된다면
마땅히 금옥(金屋)에 모셔두겠습니다.’라고 하였다
.[漢陳嬰曾孫女名阿嬌 其母爲武帝姑館陶長公主 武帝幼時 長公主抱置膝上
問曰 兒欲得婦否 竝指阿嬌曰 好否 帝笑對曰 若得阿嬌 當以金屋貯之]”는 내용이 보인다
본 자료의 원문 및 번역은 전통문화연구회의 동양고전종합DB(http://db.juntong.or.kr)에서
인용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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劉方平(유방평) : 洛陽(낙양:지금의 河南省 洛陽市) 사람이다.
天寶(천보)에서 대력(大曆) 연간에 활동하였으며, 시와 그림에 뛰어났다.
초년에 출사한 적이 있지만 30여 세에 관직을 버리고 영양(潁陽)에서 은거하며
황보염(黃甫冉)‧이기(李頎) 등과 교유하였다.
그의 시작(詩作)은 대부분 山水, 鄕愁, 閨怨, 寄贈을 읊은 작품들인데,
경치를 묘사한 작품은 청려(淸麗)하고 염담(恬淡)한 특징이 있다.
《全唐詩》에 그의 시 1권이 기록되어 있고, 《唐才子傳》에 小傳이 있다.
http://blog.naver.com/swings81/220862327072 [유방평의 다른 시조: 월야(月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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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원'이라는 동일제목의 시는
<이백>의 '춘원'(이백시전집)과
<김창서>의 '춘원'(당시삼백수)이 있습니다.
[출처] [당시삼백수]춘원(春怨:봄날의 원망)-유방평(劉方平)|작성자 swings81
유방평(劉方平) - [당시삼백수] 춘원(春怨:봄날의 원망)
https://blog.naver.com/swings81/220877879986
紗窓日落漸黃昏 (사창일락점황혼),金屋無人見淚痕 (금옥무인견루흔)。
寂寞空庭春欲晩 (적막공정춘욕만),梨花滿地不開門 (이화만지불개문)。
비단 창에 해는 저물어 황혼이 스미는데
궁궐 화려한 방에는 눈물 흔적 보아줄 이 없구나.
쓸쓸하고 빈 뜰엔 봄이 저물려 하는데
배꽃 땅에 가득 떨어져도 문 열지 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