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기]란 말 자체가 백성의 수를 기록했다는 뜻인데, 백성 전체의 수 헤아림은 민수기에서 두 번 나타난다. 그 첫 번째는 1장에 있는데 이 당시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막 애굽을 벗어나서 광야 길을 출발할 때였고, 두 번째는 가나안에 입성하기 직전의 순간이다. 출애굽 직후의 인구는 603,550 명이었고, 가나안 입성 직전의 인구는 601,730 명이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인구수를 헤아려야 하는가? 이 문제를 풀어 가는 것이 본문을 이해하는 길이다. 인구조사의 의미를 크게 세 가지로 생각할 수 있는데,
이스라엘은 어떤 자들인가?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은 인구수를 계산하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오늘날의 국가에서 총 인구를 계산하는 방법은 출생 신고 된 모든 자들을 다 계산해서 그 수의 합산을 총 인구로 말한다. 그런데 이스라엘의 인구를 계산하는 방법은 전혀 다르다. 하나님은 모세와 제사장 엘르아살에게 ‘이스라엘 자손의 온 회중의 총수를 조사하되 20세 이상 된 싸움에 나갈 만한 남자를 계수하라’(2절)고 명하신다.
그렇다면 여자들과 20세 이하의 남자들과 연로한 자들은 인구에서 제외되었다는 말인데, 왜 이런 방법의 계수를 했을까? 이미 1장의 인구 조사에서 그 이유를 밝혔듯이 20세 이상 된 남자를 계수하는 것은 전쟁에 나가 싸울만한 자를 헤아린 것이다. 그래서 이스라엘의 인구 수 계산은 전투에 참가할 군인의 수를 계산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이렇게 이스라엘 백성들을 전투하는 자로 세우시고 그들의 움직임을 군대 조직처럼 편성해서 여호와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행동하게 하셨는데 이것은 이스라엘이 여호와의 군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상 그들에게 하나님은 전투하는 자세를 가르쳐 주셨고, 언제나 여호와의 이름으로 나가 싸워야 할 자들로 인식시켜 주셨다.
이 모습은 장자 나타날 여자의 후손이 취할 모습이기도 하다. 여자의 후손은 뱀의 후손과 싸워야 할(창3:15) 자인데, 이처럼 이스라엘 백성들은 사단의 자녀들과 늘 싸우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자들이기에 하나님은 그런 이스라엘에게 한시도 싸우는 전사로서의 책무를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늘 깨우쳐 주시는 것이다. 가나안 입성 직전 다시 싸움에 나갈만한 자를 계수함으로써 가나안에 들어가서도 계속 싸워야할 것을 일러주신 것이다.
인구수를 헤아리는 또 다른 이유는 언약과 연관이 있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을 갈대아 우르에서 불러내시면서 “내가 네게 지시할 땅으로 가라 내가 너로 큰 민족을 이루고 네게 복을 주어 네 이름을 창대케 하리니”(창12:2) 라고 약속하셨다. 그 약속대로 아브라함 한 사람으로 출발한 이스라엘이 민수기에 들어와서 20세 이상 된 남자만 60만이 넘는 엄청난 수의 증가를 보였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출애굽 후 초기의 인구 조사에서 계수 된 자들이 가나안 입성 직전의 인구 조사에서는 전부 제외되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초기에 계수 된 사람들은 모두 광야에서 죽고 그 후손들이 번성해서 인구 조사의 대상이 되었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40년 동안 60만이 넘는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죽었다는 말이고, 그 많은 사람이 죽었는데도 여전히 여호와의 군대는 60만이 넘게 존재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스라엘은 출애굽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가나안 땅을 정탐하기 위해 12명의 정탐들을 파견했다(13장). 그 때 정탐하고 돌아온 10명의 정탐꾼들은 ‘그 땅 거민은 강하고 성읍은 견고하여 도저히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2명의 정탐꾼(여호수아, 갈렙)은 ‘너무나 좋은 땅을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셨으니 두려워말고 그 땅을 취하자’고 했다. 이 서로 다른 두 부류의 보고에 대해 백성들은 10명의 정탐꾼들의 말을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온 백성은 통곡하고 애굽으로 돌아가자고 외치며 불평과 원망을 터트렸다. 백성들의 불신앙을 하나님은 방치하지 않으셨다. 원망과 불평을 일삼는 자들을 향해 ‘너희들은 결코 가나안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이 약속대로 초기에 계수 된 자들은 아무도 가나안에 들어가지 못했다(여호수아, 갈렙 제외). 그 대신 그 후손들이 그 땅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들이 바로 두 번째 계수 된 자들이다. 철저히 자기 약속대로 이행해 가시는 여호와의 언약을 향한 집념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온 백성이 다 언약을 외면한다면 그들 모두를 진멸하시는 일을 주저하지 않으시는 분이 언약의 여호와이시다. 그렇다고 해서 이스라엘이 사라지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하나님은 새롭게 자기 백성을 창조하시고, 그들로 하여금 기어이 약속의 땅 가나안으로 이끄셔서 결국은 자기 언약을 성취시키는 그런 분이다.
인구수를 헤아리게 하신 세 번째 이유는 각 지파의 인구수에 따라 땅을 분배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니까 가나안 땅에 들어가 살게 될 것이란 약속은 너무도 확실한 것이다.
정리해 보자. 인구수 계수를 지시하시면서 주께서 목적하신 바는 다름이 아니라 자기 언약에 대한 변함없는 확신을 자기 백성에게 안겨주기 위함이다. 이 변치 않는 주님의 약속만을 소망하며 살아가야할 자가 바로 이스라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