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마음
모친께서 소천당하시기 삼개월전 쯤 어느날 요양원을 찾았습니다.
몇주만에 찾은 아들 내외를 말없이 보시더니 손녀에게 오라고 손짓하셨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인 딸 아이가 가까이 가자 그윽한 눈빛으로 손녀와 저희를
말없이 응시하시던 그 눈빛은 잊혀지지 않습니다.
양가 부모님들이 별세하신 지금 돌이켜보면, 저희 부부는 막내들이어서 장점도 있지만
양가 부모님께는 아픈 손가락 같은 존재들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세상의 부모 마음은 동일하지만 막내를 향한 마음은 특별한 것 같습니다.
근래 아내로부터 가슴 찡한 엄마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팔순이 넘은 어느 모친에게는 슬하에 몇 남매를 두셨습니다.
하루 하루 기력이 쇠해감을 온몸으로 느끼시는 이분을 지켜보는 자식들의 심정도
복잡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날 타지에서 살던 자녀들이 김장을 해가려고 모처럼 어머니 계신 곳에 찾아와
배추를 다듬고 소금물에 절이며, 짜투리 시간을 이용하여 계곡에서 천렵을 하는 등
형제간의 정을 나누는 모습에 어머니의 마음은 세상 모두를 얻은 것 같았습니다.
그동안은 모친이 담아 주신 김장과 땀흘린 농작물을 가져다 먹으며 한 세월을 보냈지만,
기력이 쇠한 어머니는 해주고 싶은 마음뿐 이제 몸이 말을 듣지 않음이
속상할 뿐임을 자녀들 역시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속상하면서도 자식들이 한 곳에 모여 김장하는 아름다운 모습에 너무나 흡족하면서도
앞으로 몇 해 동안이나 이러한 광경을 볼 수 있을까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자식들을 자신의 집으로 모이게 한 모친의 예상밖에 행동에 모두가 당황스러우면서도
속깊은 어머니의 마음에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어머니는 자녀들의 가정별로 봉투를 하나씩 나누어 주면서 이렇게 당부 하셨다고 합니다.
“그동안 너희들이 용돈하라고 준 돈을 한푼도 쓰지 않고 모아 두었던 것이란다.
앞으로 내가 얼마나 더 살지 모르지만 이 돈은 내가 쓰기 보다
너희들이 요긴하게 사용했으면 좋겠구나.
그리고 너희들에게 한가지 부탁이 있단다. 지금까지도 그러했듯이 막내 여동생을
알뜰히 챙기고 보살펴 주었으며 좋겠다. 혹여나 내가 떠난 후에라도 나를 대하듯이
막내를 아끼고 사랑해주었으면 하는 에미의 바람이다.
그리고 너희 동기간의 우애도 지금처럼 변치 말고 서로 위하며 살았으면 나는 원도 한도 없단다.”
이러한 어머니의 부탁과 함께 전해 받은 봉투에는 가정별로 삼백만원이라는
적지 않는 돈이 담겨져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날 어머니의 마음과 애정이 고스란히 담긴 돈과 당부의 말씀에 자녀들은
모두가 눈시울을 붉힐 수밖에 없었답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는 손가락이 없다지요.
그럼에도 부모맘에 유난히 밟히는 자식이 있는 것은 어쩔수 없는 일이지요.
가슴 찡한 엄마 마음을 전해 들으며 제 눈가도 촉촉해지는 것을 보면
나이 들어가는 현상이겠지요?
감동적인 어느 가정의 이야기를 들으며 새삼 엄마 생각이 유난히 많이 나는 주일 저녁입니다.
여러분 한명 한명을 주님의 이름으로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