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주일학교 탐방기] 익산 기쁨의교회 초등1부
개구쟁이들, 즐거운 예배자로 변신 완료!
예배와 게임 접목하는 ‘메빅시스템’ 도입, 닫혀있던 아이들 마음을 열다
‘교회는 재미있고 편한 곳’ 생각 바뀌자 예배는 어느새 습관 아닌 감동으로
검은색 볼펜 한 자루와 하얀 종이 한 장씩이 아이들에게 주어진다. 종이 위에는 여러 개의 네모 칸이 그려져 있다. 호기심 어린 아이들의 눈망울이 초롱초롱 빛난다. 이윽고 궁금증을 해결해 줄 선생님의 목소리가 마이크를 통해 흘러나온다.
“여러분, 시작 신호가 들리면 아무하고나 둘씩 짝을 짓고 가위, 바위, 보 게임을 하세요. 게임에서 진 친구이름을 이긴 친구의 종이에 적는 거예요. 가장 많은 이름을 적어오는 사람이 오늘의 우승! 지금부터 10분을 줍니다. 자, 그럼 시작!”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아이들은 후다닥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다. 처음에는 친한 사이나 같은 반 멤버들끼리 짝을 이루어 게임을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빈 칸을 채우기가 역부족이기에 점차 시간이 흐를수록 학년이 다르거나 처음 보는 사이의 아이들과도 접촉이 이루어진다.
“난 지연이, 네 이름은 뭐야?”
아이들이 아직 서로에게 익숙하지 못해 서먹서먹할 때, 가위, 바위, 보 게임은 다른 사람의 얼굴과 이름을 익히는데 효과적인 매개체가 된다. 각자 종이에 적은 이름들은 다시 한 번 불러보며 누구의 것이었는지를 확인한다. 억지로 외우려 했다면 골치 아팠을 친구의 이름들이 줄줄이 머릿속에 입력된다.
익산 기쁨의교회(박윤성 목사) 초등1부의 주일 아침은 이렇게 즐거운 게임으로 시작된다. ‘찬송도 아니고, 예배도 아니고 게임이라니!’라며 의아해 하는 기자에게 초등1부를 담당하는 강옥희 전도사는 이렇게 설명한다.
“요즘 아이들이 학교로, 학원으로, 숙제와 과외로 얼마나 시달리는지 잘 아시잖아요? 주일예배시간이면 죄다 풀이 죽어서 만나는 아이들에게 먼저 활기를 찾아주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단 게임으로 스트레스를 확 풀어버리고, 예배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어요.”
예배와 게임을 접목하는 메빅시스템을 초등1부 주일학교에 도입한 것은 꽤 성공적이었다. 일단 아이들의 결석과 지각이 크게 줄었다. 오히려 게임에 조금이라도 더 참여하고 싶어서 빨리 교회가자며 부모들을 재촉하는 경우까지 나타나고 있단다. 더 좋은 점은 앞에서 보는 것처럼 게임이 아이들끼리 친분을 돈독히 해, 화목한 공동체를 형성하는데 기여한다는 사실이다.
게임은 시기와 분위기에 맞추어 매주 새로운 아이템을 가지고 진행한다. 게임시간을 전담하는 최인자 집사는 “가급적 한 주는 남자아이들이 좋아하는 역동적인 게임으로, 그 다음 주는 여자아이들이 즐기는 차분한 게임으로 꾸민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무 뽑기’나 피구 같은 게임도 자주 하는 편이다”라고 설명한다.
주일예배 뿐 아니라 캠프에서도 게임은 커다란 비중을 차지한다. 피곤을 느낄만하면, 지루해질 만하면 등장하는 게임을 통해 아이들은 재충전 된다. 하루 전 진행된 성경통독캠프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몸살 나도록 즐겼던 아이들은 이튿날 아침에도 생생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3학년 현준이는 “우리 교회는 재미있고 편한 곳”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무학년제로 운영되는 초등1부에서 3학년 아이들은 단지 최고참 이상의 역할을 맡는다. 언니오빠로서 동생들 앞에 좋은 본을 보여주어야 하고, 반에서는 선생님들의 도우미 역할을 한다. 어리광만 부리던 동생들도 3학년 선배들을 통해서 의젓하고 신실한 모습으로 변해간다. 일종의 대가족 효과이다.
게임시간에는 개구쟁이처럼 굴던 아이들조차 찬양과 예배가 시작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전혀 다른 모습으로 돌변한다. 경건하고 차분한 모습으로 찬송과 기도에 몰입하는 자세에서는 참된 예배자를 발견한다.
짧지 않은 시간임에도 한 눈 팔지 않고 선생님의 찬송인도와 전도사님의 설교에 집중하는 아이들을 지켜보면 조금 전까지 온 방 안을 신나게 뛰어놀던 그 녀석들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든다. 예배가 단지 습관으로 전락한 어른들이라면 이 아이들 앞에서는 꽤 부끄러워질 것이다.
신구약 66권의 명칭을 복습하는 성경목록가로 시작해 15분가량 이어지는 찬양시간을 마무리하고 마침내 예배가 시작한다. 모두가 눈을 감고 무릎을 꿇은 채, 오른손을 하늘을 향해 들어올린다. 간절한 마음을 담아 찬송을 부르는 아이들의 모습은 천사도 흠모할 감동, 그 이상을 자아낸다.
3학년 나연이의 대표기도가 이어진다.
“주님, 이 시간 저희가 가인과 같은 제사가 아니라 아벨처럼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제사를 드릴 수 있게 도와주세요.”
어른들에게조차 놀라운 기도이다. 아이들이 얼마나, 잘, 믿음으로 양육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어린 예배자들은 그렇게 하나님의 임재 안으로 깊이, 깊이 들어간다.
“초등1부는 교회성장 동력”
전도하기 가장 좋은 시기 … 놀라운 부흥 이뤄
초등1부는 연초에 12개 반으로 시작한다. 그런데 교사의 수는 22명, 보조 역할을 하는 인원을 생각해도 너무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교회마다 부서마다 교사난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데 아까운 인력을 놀리고 있느냐는 말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란다.
“초등1부는 매년 시작과 끝이 다르답니다. 가장 전도하기 좋은 시기가 바로 초등학교 저학년 때이니까요. 계속해서 전도를 통해 아이들이 늘어나는데 중간에 새로운 교사를 충원하기가 어렵잖아요. 그래서 교사들을 미리 확보해두는 겁니다.”
초등1부 부장인 엄창용 집사의 설명대로였다. 지난해 초등1부의 신입생과 졸업생의 숫자를 단순비교 해보니 4배 가까운 부흥이 이루어졌다. 게다가 아이들을 통해서 부모까지 교회에 출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초등1부가 교회 전체에 커다란 성장 동력 역할을 하는 셈이다.
물론 여기에는 기쁨의교회가 익산시 구 도심에서 새로 개발된 아파트 밀집지역으로 이전해온 점이 커다란 플러스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세상에 제 발로 먼저 교회를 찾아오는 일은 흔치 않다. 특히 주일학교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전도전략이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입학식 전도는 초등1부 연중 전도사역의 신호탄이다. 입학식이 열리는 날 교회 주변 초등학교에 찾아가서 신입생과 학부모들에게 집중적으로 전도하며, 교회를 소개하는 기회를 갖는다. 아이들에게는 입학 축하선물도 함께 안겨준다. 행사규모도, 비중도 크다보니 교사들은 금식으로 준비하며, 온 교회가 동원되다시피 한다.
이렇게 포문을 연 후에는 매주 한 차례 학교 앞 전도가 꾸준히 진행된다. 학교 앞 전도에는 어린이전도협회의 새소식반 프로그램을 비롯해,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갖가지 전도법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교사들의 전도훈련은 당연히 필수적이다.
열심히 뿌린 씨앗들은 매년 두 차례 열리는 전도대축제를 통해 거두어들인다. 준비과정부터 40일 가량 이어지는 전도대축제는 초등1부 자체적으로 한 차례, 교회 전체 행사와 함께 한 차례 실시된다. 이 과정을 통해 주일학교 아이들도 스스로 전도하는 능력을 습득한다.
전도 못지않게 신경 쓰는 부분이 결석자 관리이다. 교사들은 주일마다 결석자 현황과 사유를 파악한 후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며, 결과에 따라 교사와 담당교역자가 심방 등 직접 결석자 관리에 나선다. 앞문을 활짝 열고, 뒷문은 꼭꼭 닫아두는 전략이다.
교육은 반복과 재생이다
“선생님들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누군가에게 받은 특별한 사랑이 있으실 거예요. 오늘은 공부시간에 바로 그 경험을 아이들에게 들려주시되, 그 사랑보다 더 큰 것이 하나님의 사랑이라는 것도 알려주세요. 실패하더라도, 죄를 짓더라도 하나님 사랑을 의지하며 다시 그 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 오늘의 공부 포인트입니다.”
예배가 시작되기 한 시간 전, 기쁨의교회 초등1부 교사들은 함께 모여 강옥희 전도사의 지도로 공과공부 내용을 점검한다. 각자 한 주간 열심히 준비한 내용을 마지막으로 다시 확인하는 최종 리허설인 셈이다. 무학년제 운영은 이런 식의 통일된 공과준비를 가능하게 한다.
오늘의 공과 주제는 ‘왜 그렇게까지 사랑하실까’, 이 주제는 예배 설교제목이기도 하다. 초등1부 아이들은 같은 성경본문, 같은 내용의 공부를 설교 시간에 한 번, 분반 시간을 통해 다시 한 번 접하게 된다. ‘선택’과 ‘집중’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설교 시간에 이 주제를 다루면서 강 전도사는 ‘탕자의 비유’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워낙 잘 알려진 이야기이지만 계속되는 질문들, 재미있게 표현된 삽화들과 영상, 그리고 반복되는 요절 암송 등을 통해 아이들의 집중력을 유지시킨다. 그리고 비록 아버지를 실망시키는 아들이더라도, 하늘아버지는 그 아들을 끝까지 품어주신다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설교시간에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오늘 설교의 핵심구절인 야고보서 1:2절을 몇 차례나 반복하여 암송시킨다는 것이다. 이 구절은 공과시간에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서도 아이들이 계속 되새길 구절이다. 이렇게 매주 암송한 구절은 석 달에 한 번씩 암송대회를 열어 복습한다.
예배를 마친 후 공과시간, 곁에 둘러선 아이들을 상대하며 교사들은 미리 약속한대로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아이들의 생각을 듣는 것으로 공부를 시작한다. 십 년 이상을 초등부에서 함께 동역하고 있는 강 전도사와 교사들은 이렇게 호흡이 척척 맞는다.
기쁨의교회 아이들은 질문과 발표에 대단히 적극적이다.
“선생님! 탕자인 둘째 아들은 대체 어느 나라로 가서 살았어요?”
“아버지한테 그 많은 돈을 받아서 어디에 다 썼대요?”
다소 엉뚱하고 난해한 아이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려 진땀을 빼는 교사들, 그러나 결국에는 공부의 본래 흐름을 되돌리는데 성공한다.
공과를 마치면서 오늘 공부에서 꼭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이냐는 교사의 확인질문에 아이들은 정확하고 씩씩하게 대답한다.
“잘못을 뉘우치고 아버지에게 돌아가는 것이에요!”
수업 끝.
교회와 부모가 함께 하는 교육
성경캠프 마지막 날, 아이들이 마지막 시간을 보내는 동안 부모들은 옆 교실에 따로 모여 있다. 자녀교육세미나 중, 강사의 열변이 이어진다.
“암송훈련은 아이들 혼자서만 하기 힘들어요. 부모님이 먼저 암송에 함께 해주시고, 모델이 되어야만 아이들도 따라가기 쉽습니다.”
기쁨의교회 초등1부는 캠프를 마친 아이들을 마중 나오는 부모들을 1시간 정도 더 일찍 나오도록 해 일종의 부모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한다. 자녀교육에 도움이 되는 강의, 초등1부의 교육과정 소개, 그리고 간단한 건강 체조까지. 짧은 시간이 요긴하게 활용된다.
매 주 아이들의 요절 암송, 성경읽기가 꾸준히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부모들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다행히도 교회와 가정 간의 협력관계가 잘 구축되어, 암송참여율이 높아지는 추세이고, 초등2부로 올라가기 전 성경전체를 완독하는 아이들의 숫자도 늘고 있다.
기쁨의교회는 다음세대 교육을 위해 부모와의 소통을 중요시한다. 그래서 마련한 여러 장치들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매주 금요일 저녁 8시에 열리는 ‘엄마아빠기도회’이다. 현재 200명 가까운 부모들이 이 기도회에 참여하고 있다.
당초 금요일 밤에 진행해오던 심야기도회를 수요저녁예배와 통합하는 대신, 어머니기도회를 이 시간으로 옮기고 아빠들까지 참여하도록 확대한 것이다. 자녀를 위해, 교사를 위해, 학교를 위해 함께 기도하면서 엄마아빠들은 부모로서의 책임감을 되새기고, 가정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도 깨닫게 된다.
교육에 관한 한 기쁨의교회 주일학교 학부모들은 교회에 대한 신뢰가 대단히 높은 편이다. 주일학교를 비롯해 다양한 부문에서 다음세대에 대한 정성스런 투자와 지원을 확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인 조이풀비전스쿨과 대안학교 과정인 글로벌영재스쿨, 매주 토요일 오전과 주일오후에 실시되는 영어성경공부 등 다양한 교육과정이 개설되고 있고, 올해엔 주일학교 캠프와는 별도로 영어캠프가 개설되고, 미취학 아동들을 위한 토요아기학교가 문을 연다. 조이풀비전스쿨의 경우는 항시 모집정원을 넘어서 대기자가 넘치는 상황이다.
박윤성 목사는 “다음세대를 효과적으로 양육하는 방법을 늘 고민하고 기도하며, 더 좋은 대안을 찾기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하는 중”이라면서 “부모들이 아이들을 교회에 믿고 맡길 수 있도록 더 열심히 준비할 것”이라고 말한다. 10월호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