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
김세영
낯선 곳을 찾아갈 때는 윗도리 왼쪽에 필을 대동하고 간다
나의 쓸쓸함을 위로해주는 동반자이고
나의 두려움을 지켜주는 경호원이며
나의 넋두리를 받아 적는 필사원이기도하다
모자 속에 감춰진 성근 이마는 위성 안테나 같아
자동기술하는 그의 뒤를 그냥 따라 갈 때도 있다
입술에 빗장이 질려져 과묵하지만
만수의 수문이 열리듯 괴성을 지를 때도 있다
허기진 그의 심장에 수혈하기위해서
히말라야 석청을 캐는 빠랑게처럼
헤드랜턴을 켜고 등정하는 미친 산악인처럼
절벽 바위틈에서 지혈地血을 받아와야 한다
나와 포옹하다 그의 심장의 열기에 필화를 입거나
그의 야성의 앞 이빨에 목을 물려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될지도 모를 당신을 위하여
적과 흑,
그 휴전선에 핀 흑장미를 세필화로 그려서
당신의 얄팍한 왼쪽 가슴벽에
부적으로 붙여 주기 위해서이다.
『position』 2014 winter vol.8
~
첫댓글 제 컴만 그런지 모르겠는데, 빈 행간마다 이상한 문자(<!--[if !supportEmptyParas]--> <!--[endif]-->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읽다가 갑니다. 새해에는 더욱 건승 건필하시기 바랍니다...^^
편집일로 지난 한해 고생하셨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