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권이든 권력을 잡으면 뭔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싶은가 보다. 뭔가 반짝반짝 빛나는 결실을 이루고 역사속에 남고 싶어하는 심정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저런 갈등을 품에 안는 그런 융화책보다는 현실적으로 더 임팩트가 있는 과감한 개혁을추구하는 것이 일반적인 권력자의 생각이라고 판단된다. 그러기위해서는 일단 국가와 사회에 해악이 되는 요소를 타깃으로 삼는다. 이른바 악의 축이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말이다. 전 정권에서는 검찰과 부동산을 이 나라를 좀 먹고 해악의 원초적 요인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검찰개혁이니 부동산 개혁을 기치로 들고 나왔다. 하지만 그 개혁이 성공했던가. 그것은 개개인의 판단에 맡긴다.
지난해 바뀐 정부도 악의 축을 선정한 모양이다. 하나는 야당 대표이고 또 하나는 노조이다. 새 정부 들어서자 마자 두 집단에 대한 총공세에 나선 형국이다. 야당 대표에 대해 헌정사상 처음으로 구속영장의 청구했다. 나는 제 1야당 대표의 혐의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그리고 그 혐의가 실제로 현존하는 것인지 잘 모른다. 어찌 시골에 거주하는 촌부가 그런 것까지 알 수가 있겠는가. 또 하나의 악의 축은 바로 노조이다. 노조에 대해 칼을 빼어든 것 같다. 일회용이 아닌 아마도 이 정부 끝까지 계속될 것 같은 태세이다.
이 정부는 강성 노조에 대해 시장경제의 방해 세력으로 보는 것으로 판단된다. 최고 권력자는 자유시장 경제라는 헌법의 근본 질서를 지키지 못하면 경제 발전은 물론 기업의 가치로 제대로 평가 받을 수 없다며 노조의 기득권은 젊은 사람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게 만드는 약탈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야말로 악의 축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언급이다. 노조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회계 투명성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철저히 출처와 용처를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대적인 검찰 수사를 예고하고 있는 것으로 받아드려진다.
필자도 현역에 있을때 노조를 가까이에서 접해보았다. 한국의 본격적인 노조의 태생때부터 그런 상황을 지켜본 사람 가운데 한 명이다. 서슬 퍼른 전두환 군사독재시절과 노태우 정권으로 이어지면서 한국의 노조는 본격적으로 태동되었다. 많은 인사들이 끌려가고 회사에서 쫓겨나면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지금의 노조 시스템이다. 특히 한국노총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성노조라는 민주노총은 바로 그런 투쟁과 저항의 결실물이었다. 사업가 일변도의 정책에서 노동자를 경영의 일부로 판단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사용자들의 일방적인 일처리와 그로 인한 비리도 조금씩 줄어드는 순작용을 가져왔다. 하지만 역기능도 존재했다. 이른바 귀족노조라는 것이 일부 사업장에서 나타나면서 부작용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한번 노조간부는 퇴직때까지 노조간부로 맹활약하는 폐단을 낳은 경우도 있었다. 회사 최고 책임자들과 자리를 함께 하면서 마치 자신들이 회사 최고 경영자가 된 것처럼 행세하는 무리도 없지 않아 있었다. 하지만 역기능보다는 순기능이 더 많기에 조금씩 고쳐가면서 지금에 이른 것이다.
현 정부는 노조가운데 특히 건설현장의 노조를 최대의 적으로 간주한 것같다. 지난해 화물연대가 파업을 벌인 것이 최대 원인인 것같다. 새 정부가 출범하고 일 좀 하려는데 총파업에 나선 것에 대해 상당한 불쾌감과 혐오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화물연대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이다. 민주노총의 핵심 강성 노조로 평가받고 있다. 현 정부는 일단 이 화물연대부터 손을 보고 더 나아가 공공 운수노조 그리고 근본적으로 민주노총을 개혁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개혁은 정당성과 형평성이 근본중의 근본이다. 정당하지 않고 형평성을 상실하면 그 개혁은 그야말로 실패하게 마련이다. 개혁에는 엄청난 고통과 희생이 뒤따른다. 서로 서로 노력하고 같은 목표를 갖지 않으면 동력이 상실되는 것은 물론이다. 기업의 경영에는 두 축이 있다. 사용자와 노동자이다. 노동자들의 권익과 복지를 위해 조직된 것이 바로 노조이다. 노조를 손 본다는 것이 기업의 발전을 위한 것이라면 노조를 손볼 때 사용자들의 문제점도 함께 거론해야 한다. 노조의 불법성에 단호하게 대응하는 것을 뭐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럴려면 사용자들의 문제점도 손을 봐야 한다. 그 막강한 검찰의 힘을 가지고 말이다. 사용자들의 편법과 불법적인 행위를 엄단하고 노조원들의 권익을 손상시키는 행위에 대해서도 철퇴를 내린다는 형평성이 함께 해야 해당사람들이 수긍하게 된다. 기울어진 운동장과 한편으로 쏠려있는 심판으로는 공정하고 스포츠맨십이 작동하는 경기는 결코 발생할 수 없다.
지금 정부와 노조가 그야말로 치킨게임을 시작하는 태세이다. 노조들이 우리가 잘못했어요, 우리가 문제지요라고 순순히 정부의 방침에 순응할까. 아마도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일방적으로 노조를 손본다는데 순순히 응할 조직이 어디 있겠는가. 전 정권에서 검찰조직의 문제점을 거론하고 개혁의 칼을 들이댔을때 검찰 조직이 어떻게 행동했던가를 보면 잘 알 수 있는 것 아닌가. 지금 한국은 노조만을 개혁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노조의 좋지 못한 폐단을 만든 것은 편하게 일처리를 하려는 사용자들이 만든 측면이 다분하다. 치킨 게임은 모두를 패자로 만든다. 정부와 노조가 서로 달려오는 기관차처럼 최악으로 치닫을 경우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문제점을 고치자는 것을 뭐라는 것이 아니고 지금은 그 시기가 아니라는 의견도 많은 것도 사실이다. 전세계적으로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경제 위기가 오고 있고 지금도 상당부분 경제가 힘든 이때에 경영의 한 축인 노조를 개혁한다고 칼을 휘두른다면 회사가 편하게 돌아가겠는가. 아무리 좋은 개혁도 시기를 잘못 잡으면 실패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노조의 역기능보다 순기능이 더 크다는 것도 잊으면 안된다. 정말 소 뿔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이거나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불 태우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2023년 2월 22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