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향 찬가

[낙암 (정구복)]

  청양문화원에서 요청한 "칠갑문화"에 보낸 원고입니다. 이를 인쇄되기 전에 실어 독자의 질정을 부탁드립니다. 

국립공원 칠갑산 '봄날의 천장호' 전경 김영수 작품, 청양문화원 제공 

                                                                       칠갑산 겨울 풍경- 천장호 배재환 작, 청양문화원 제공 

내 고향 청양 찬가- 서문 곁들임

지금 한국 사람에게 당신 ‘고향’이 어디냐고 물으면 ‘고향’이 무슨 뜻이냐고 묻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고향이라는 말의 뜻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당신의 고향이 당신에게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가지냐고 묻는다면 이에 부정적인 대답을 하는 사람이 상당수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이는 앞으로 고향이라는 의미가 나이가 적은 사람에게는 점점 쇠퇴할 것임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에게는 굳이 고향의 의미를 자세히 밝힐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후일 젊은 세대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가해서 고향의 뜻을 부연하고자 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알고 있는 ‘고향’이란 뜻은 ‘자기가 태어나 자란 곳’이란 뜻으로 풀이할 것이다. 그러나 현대인은 태어난 곳은 출생지이고 자란 곳은 초 중등교육을 받은 곳이 자란 곳이겠지만 출생지와 자란 곳이 서로 다른 사람이 많을 것이다.

출생하고 자라서 직장 생활하기 위해서 다른 곳에서 산 사람은 그곳을 무엇이라 칭할 가? 이는 ‘타향’이라고 칭한다. 타향이란 말은 고향에 대한 반대말로 현대에 생긴 말이다. 국민가수 고복수가 부른 ‘타향살이’라는 노래에 “타향도 정들면 고향인데 가도 그만 와도 그만 언제나 타향”이라고 했다.

고향은 한자로는 故鄕이라고 쓴다. 한자는 여러 가지의 뜻이 있다. ‘故’자의 의미는 수십 가지가 있다. 그런데 현재 한자를 쓰지 않는 세대에게는 인터넷 자전에 의지함이 대부분이다. 인터넷에서는 한 가지 뜻만 전한다. 지금의 한국의 인터넷에서는 ‘故’자는 ‘옛’고로 나온다. 요즘 인터넷 검색처럼 단 한 가지 뜻을 전하는 것에 천자문 독법이 있다.

‘故’자는 천자문에서는 ‘연고 고’ 쓰여 있고 옥편에서도 이렇게 설명되어 있다. 그러나 천자문도 그 편찬시기가 조금 더 시기가 올라가는 16세기 천자문에서는 ‘죽을 고’ 또는 ‘낡을 고’로 읽혀왔다.(홍윤표 교수의 교시임).

인터넷에서 한자 검색 창구에서는 ‘옛 고’자는 이 글자만이 아니라 ‘古’자도 똑 같이 ‘옛 고’이다. 원래 ‘옛 고’ 자는 ‘古’자 뿐이다. 지금의 인터넷 검색 창구에서 ‘故’자는 ‘연고 고’로 정정되어야 하지만 이는 좀처럼 수정하기 어렵다. ‘鄕’자는 ‘시골’로 알고 있지만 도시와 대칭되는 시골이 아니라 ‘京鄕’이라 하여 서울이 아닌 곳은 모두 시골이었다. ‘鄕’이란 글자의 현대적 의미는 곳. 장소라는 뜻으로 변해왔다.

현대의 젊은 세대들이 고향이 어떤 뜻이고 어떤 의미를 가지는 가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국어사전을 참조하곤 한다.

‘고향’이란 말을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1). 자기가 태어나 자란 곳,

2) 조상이 대대로 살아온 곳

3) 마음속에 깊이 간직한 그립고 정든 곳,

4) 어떤 사물이나 현상이 처음 생기거나 시작된 곳

이 개념은 현대적인 의미로 갈라 설명한 것이다. 이 중 4)는 원 의미에서 파생된 개념으로 ‘명곡, 명작의 고향’이라고 칭하는 것처럼 ‘원래의 시원적인 곳‘이라는 뜻으로 사용하는 의미이다. 고향이란 용어가 응용되어 사용됨을 말해준다.

위의1), 2), 3)항의 개념이 일치하는 사람도 있고, 이 중 한 두 항목만 해당하는 사람도 있다. 나의 고향은 청양은 나에게는 세 개의 항목이 모두 해당된다. 청양에 400년 전에 선조가 살기 시작하여 대대로 이곳에 살아왔다. 선조의 묘소가 이곳에 있다. 내가 태어난 곳은 부모님이 계셨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므로 오랜 연고가 깊은 곳이다. 이곳에는 친척과 이웃이 살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동무, 형제 같은 이웃 사람들이 살고 있어, 깊은 인간적 정이 서리어 있는 곳이다. 고향에 대한 정은 그뿐만이 아니다. 고향의 산과 들, 내와 길, 가축과 물고기, 토끼와 여우, 노루 등 산짐승, 초목 등 자연환경이 모두 어렸을 때 추억이 담긴 정든 곳이다.

이는 내가 고향을 떠난 후에도 고향에 대한 정은 수 십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나의 마음속에는 항상 저 깊숙이 깔려 있는 추억으로 남아 있다. 당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풍광을 준 자연, 해와 달, 뭉게구름이 수놓은 멋진 하늘도 추억에서 지울 수 없다. 이런 자연환경은 어느 곳이던 다 같은 것 같지만, 실은 다르다. 같으면서도 복합적인 의미에서 다른 현상이다. 이 점은 고향이란 3)의 정의가 해당된다.

청양은 산이 많아 산촌이 많고 주민의 주산업은 농업이므로 농촌이다. 30여년 전에는 교통도 열악하고, 전기도 수도도 들어오지 않았으며, 먹고 살기에 급급했던 충남에서 가장 오지에 속했다. 충청도 말로 ‘흉악한 산골’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청양은 교통과 통신이 좋아졌고 아름다운 산천경개는 다른 곳에서 쉽게 구하기 어려운 살기 좋은 고장이다. 그러나 고향을 떠난 사람들이 많아서 농촌 인구가 해마다 줄어들고 있고, 어린아이를 만날 수 없어 고향의 장래에 먹구름이 끼고 있어 나를 서글프게 한다.

아직도 고향에 살면서 생을 즐기고 있는 친지가 있음을 다행으로 생각하며 그분들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나는 요즘 매일 아침 인터넷 카페를 통해서 고향나들이를 하고 일 년에 두세 번씩 고향을 방문하지만 내 볼일만 보고는 훵하니 돌아옴을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나는 조금 있다가 고향 부모님이 모셔진 곳 옆으로 갈 것이다. 고향 발전을 위해서 한 일도 없는 사람이 돌아간다는 것이 참으로 염치없는 일이다. 더구나 나의 고향이 자식들의 고향이 되지 못함에서 고향이 단절될 것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슬픈 일이라고 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역사의 추세이다.

앞으로 남은 시간에 고향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이 있다면 조그만 힘이나마 보태고저 한다. 내 고향 청양의 찬가를 짓는다.

내 고향 청양은 산 푸르고 물 맑고 공기 맑은 곳.

칠갑산 팔다리가 팔방으로 내려 뻗고

골자기마다 시내 흘러 백마강으로 흘러들어간다.

봄에는 보리밭 종달새, 여름의 송사리, 가재, 가을의 누런 황금 이삭

평화롭고 인심 좋은 곳

그 이름 청양이여!

강 건너 백제의 고도 부여 함락에

두륜성을 지킨 충의의 고장 청양

장곡사의 새벽 목탁 소리에 주민의 올 곶은 생활을 일구며.

하늘이 내려주신 칠갑산 산신령의 가호로

수 천 년 이어져온 역사의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내 고향 청양이여!

겨울 철 흰 눈이 온천지를 가득 뒤덮어도

동에서 뜨는 아침 햇볕에 녹아버리는 곳,

멀리 백마강 건너 낙화암이 보이는 곳

부모님 묘소 평안이 잠드는 곳

고향 발전에 벽돌 한 장 바치지 못한 주제에

얼마 후 고향에 돌아간다는 말 염치없네요!

고향 땅 곳곳을 눈감아도 그릴 수 있으며,

즐거운 추억이 알알이 매달린 내 마음의 고향.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어짐에 가슴 아프지만

마음속으로는 매일 같이 기도하고 있다오,

마지막으로 고향의 발전에 작은 힘을 보태려 한다오!

영원하라! 아름답고 평화로운 고향 청양이여!

2022년 10월 19일 정구복 짓다.

[낙암 (정구복)]

고향은 누구나 그리운 것입니다. 청양문화원에서 발간하는 칠갑문화 32호에 실린 원고입니다. 청양문화원의 양해를 받아 카페에 올렸습니다. 그리고 칠갑산 천장호 사진을 제공 받았습니다. 이 점 문화원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윤승원]

고향에 대한 향수와 사랑이 잔잔히 묻어나는 귀한 옥고 잘 읽었습니다.
청양문화원에서 제공한 이미지 사진을 넣으니 옥고가 더욱 돋보입니다.

저도 청양문화원 청탁으로 매년 졸고를 보내고 있습니다.
'칠갑문화' 책자와는 인연이 참 오래 됐습니다.

청양은 '문화의 고장'이기도 합니다.
각종 책자 발간, 다양한 향토자료 발굴, 수준 높은 문화 행사 개최 등
향토문화 발전에 온갖 정성과 열정을 쏟는 청양문화원 관계자 여러분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낙암 (정구복)]

장천선생 소개로 문화원과 관계를 맺게 된 인연 잊지 않고 있습니다. 혹 수정할 부분이 있으면 교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화의 고장이라는 표현이 약한 것 같군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