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무김치 / 박종성

[황장진]

열 무 김 치

                                                                               박 종 성

  봄을 타는 것인지, 입맛이 없고 몸도 나른하다. 점심 밥상을 대하며 뜻밖의 열무김치에 눈이 번쩍 뜨인다. 올 해 들어 처음 맛보는 열무김치다.

  생각지도 않게 밥상에 오른 열무김치는 자주 왕래하는 집에서 보내온 것이라 한다. 늘 부지런하고 인정이 많은 그 아주머니의 음식솜씨가 오늘 따라 유난히 돋보인다. 열무김치 덕분에 모처럼 입맛을 찾아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

  열무김치의 매력이 대체  무엇이던가? 풋풋하고 생기 있는 푸른 잎, 촉촉하게 물기를 머금은 통통한 줄기, 자작자작한 김치 국물이 구미를 당긴다. 열무는 산뜻하고 감칠맛 나는 식감에 청량감이 더해져 식욕을 돋운다.

  나는 김치를 좋아하는 체질이다. 김장 배추김치는 물론이고, 그 김치 사이사이에 간간이 들어가 있는 섞박지도 즐겨 먹는다. 그 뿐이랴, 한 겨울에 으뜸가는 동치미를 빼놓을 수가 없다. 시원한 동치미 국물은 술 먹은 다음날 아침, 속을 달래주는 보약이다. 그밖에 총각김치, 파김치, 고들빼기김치, 물김치, 무생채, 봄동 겉절이 등 입맛을 사로잡는 게 많기도 하다.

  아무리 그렇다한들, 열무김치만한 게 어디 있을쏜가? 열무는 철도 없고 장소도 가리지 않는다. ‘열무’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은 ‘여린 무’의 뜻에서 연유되었다 한다. 말 그대로 연한 상태에서의 김치 맛이 최고임은 말할 나위없다. 이른 봄, 갓 솎아낸 야들야들한 열무로는 물김치를  담가 먹는 게 제 맛이다. 늦은 봄, 제법 자란 풋풋한 열무는 바로 생김치로 담가 먹는 게 좋다. 여름철, 크게 자라나 잎이 무성하고 줄기가 통통한 열무는 김치를 담근 후 며칠 지나 익힌 상태로 먹는 게 바람직하다. 그래야 부드럽고 담백한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집은 봄부터 여름 내내 그리고 늦가을까지 열무김치가 끊이질 않는다. 그전에는 일부러 5일장에 나가 시골 아낙네들이 가지고 나온 여린 열무를 사면서 감지덕지했다. 값이 싸면서도 맛있는 찬거리를 구할 수 있어 고마울 따름 이었다. 재래시장이나 길가의 난전에 열무가 쌓여 있으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집에 전화를 걸어 의중을 물어본다. 때론, 아침산책을 마치고 나서 번개시장을 지나게 될 때도 열무 단이 보이면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열무김치에 잘 어울리는 식단은 무엇일까?  한 여름철, 툇마루에 둘러앉아 양푼에 찬밥을 넣고 거기에 열무, 고추장, 참기름을 가미하여 비벼먹는 맛은 그 어떤 음식에 비길 바가 아니다. 잔치국수나, 막국수, 칼국수, 냉면, 라면에도 열무김치는 빼놓을 수 없는 초대 손님이다. 그 밖에도 고구마, 감자, 시루떡에 열무김치를 곁들이면 맛이 배가된다.  모내기, 벼베기를 하고 땀을 닦으며 논두렁에 앉아 시원한 막걸리를 마실 때도 열무김치는 제일의 안주로 대접받는다.

  식당을 찾아갈 때도 예외가 아니다. 한정식이든 육식, 일식, 분식이든 메뉴에 불문하고 열무김치를 잘하는 집이라면 호감이 간다. 어느 식당에서는 열무김치가 어찌나 맛있던지 염치불구하고 연실 주문하여 주위사람들 보기에 게걸들린 사람처럼 민망할 정도였다.

 

  열무는 예로부터 원기를 돋우는 보양식품으로 알려져 왔다. 열무김치에는 효소와 식이섬유가 풍부하여 소화가 잘되고 변비예방에도 이롭다. 또한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어주는 사포닌이 함유되어 있어 호감을 갖게 된다. 더욱이, 땀을 많이 흘리게 되는 여름철에는 수분과 염분을 보충하기에 더 없이 좋은 식품이다.

  칼칼하고 맛깔스런 열무김치를 떠올리다보니 입맛이 저절로 돌아온 듯하다.

< 약력 >

2001년 강원공무원문학회 신인상 수상

2009년 ‘수필문학’으로 등단

현) 춘주수필문학회장, 풀무문학회장, 강원수필 이사 춘천문협 부회장

[황장진]

수필문학 4월호 기획연재< 나의 식도락>에 채택된 작품입니다. 합니다.

[박종성]

졸게 보아주시어 감사드립니다

[瑞山 유종덕]

회장님! 명작 잘 읽었습니다. 군침이 돕니다. 수필문학 4월호에 춘주수필회원 작품이 5편이나 채택 됬네요. 자축 합니다.

[박종성]

열정적인 우리 춘주인들의 발자취가 자랑스럽고, 뿌듯한 자부심을 느끼게 됩니다

[한인자]

열무김치 먹고 싶네요. 남자가 열무김치에 대해서 저보다 아는 게 더 많네요.

[박종성]

언제 시간 한 번 내시지요. 시원한 열무김치 국물에 잔치국수 한 그릇

[국향/위 민식]

열무김치, 그 시원하고 톡 쏘는 맛 생각만 해도 군침이...
느낌도 표현도 이십니다.

[박종성]

국향 님 입맛 다시기 보다 멋진 솜씨를 보여 주심이

[이병옥]

열무김치뿐만 아니라 김치 종류는 다 알고 계시네요. 봄동 겉절이까지~~~ 놀랐습니다. 회장님!

[박종성]

김치라 하면 이것 저것 가리지 않는 잡식이라고나 할까요

[김윤옥]

컴 고치고 나니 어찌나 눈이 밝은지 열무김치가 훤히 보입니다.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