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프랜 크랜즈
제작년도 : 2021년
서천석 선생님 페이스북을 보다가, CGV압구정에서 오랜만에 GV를 하신다기에 순전히 팬심으로 영화 <매스>를 예매했다. 5월 22일, 평소처럼 사전 정보는 최대한 안 보고 갔다. 서천석 샘이 GV에 나선 영화인데 어련하려고.
(기홍씨와 2018년 8월, 여름 휴가 하루를 잡아 올 데이 패쓰로 영화를 봤던 압구정 CGV. 무슨 영화를 봤더라... 영화는 제목도 기억나지 않지만, 오로지 기억나는 건, 평소와 다른 기홍씨의 움직임이었다. 7월 중순부터 이미 허리가 아프기 시작했던 터라 영화와 영화 사이 극장 1층 카페에 앉아 책을 보는데, 자세를 수시로 바꿔줘야 했다.)
극이 전개되는 공간은 성공회 교회 건물의 2층 모임 공간이었다. 총기 살인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두 부부가 서로 만나 2시간 동안 나누는 대화가 영화 줄거리의 전부다. 111분이라는데,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조차 모르겠다. 분노, 고통, 절망, 후회, 그럼에도 서로의 아이 이야기를 해 달라고 청하는 두 어머니. 애써 말하고, 귀 기울이려 하는 이들의 노력은 가히 필사적이다.
"우리는 뭘 해야 할 지 몰라서 한 거예요. 재정상태도 엉망이었어요. 슬픔은 멀게만 느껴졌죠." (나도 초반 몇 개월은 그랬던 거 같다.)
"바뀌지 않을 과거에 집착하는 게 너무 고통스러워" (집착.. 이라고 말해야 하나.. 바뀌지 않을 과거는 나에게는 숙명 같은데.)
결말 부분에 서로 헤어지고 나서 이대로 끝나려나보다 했는데, 에피소드가 하나 더 이어진다. 그 대화를 통해 비로소 용서를 향한 첫 걸음이 떼어질 수 있었을지도.
감독 프랜 크랜즈는 불과 1981년 생이다. (K-나이로 마흔 두 살인데, ‘불과') 미국의 플로리다 총기사고로 정부와 학교가 부담하는 소송, 피해보상액은 4,000억이 넘어갔다고 한다.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소송으로 해결하기에는 사회적 부담이 너무 컸던 것. 소송에 이긴다 한들, 그 상처가 얼마나 아물었을까. 정부는 이를 전향적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게 바로 이 영화의 배경이자 중심 사건이 되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심리 치료, 더 나아가 서로 대화를 시도하는 제도적 장치다. 회복적 정의를 통해 만남과 대화가 이루어지도록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짜고, 전문가들이 도울 수 있게 했다.(영화 초반, 이 만남의 주선자는 매우 꼼꼼하게 대화 장소를 살핀다.)
MASS, 천주교 예배인 '미사'란 뜻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울려 퍼지는 성가대 연습곡의 음률과 가사 때문에 눈물이 났다. '이별할 때에 마음은 슬플지라도 주 안에 교제하면서 또 다시 만나리.' 서천석 선생님의 해설을 듣다가는 아예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나서 손수건에 얼굴을 묻고 숨 죽여 울었다.
기억나는 선생님의 코멘트
- 대화를 '유지해야' 한다.
- 화와 분노는 궁지에 몰렸을 때의 반응이다. 그 이후에 '돌아올 곳'을 만들어야 한다.
이 영화에는 플래시 백이 없다. 분노는 실체로서 마주해야 한다.
- 미사에서는 '성체'를 나눈다. 현재 이 순간, 성체를 나누면서 행복해질까. 한 발 더 나갈까를 지금 선택할 수 있다.
- 용서는 내가 그 사건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진짜로 용서할 수는 없다. 내가 살기 위해서 하는 것이지.
- 그저 '피해자'가 아니라 그 아이가 의미 있다는 걸 되찾기 위해, 아이 이야길 들려달라고 합니다.
내가 늘 기홍씨 얘길 하고 싶은 것도 그 때문이다.
나는 그를 죽은 사람으로 남기고 싶지 않다.
나는 나를 영원히 용서할 수는 없겠지만. 진짜로 용서할 수는 없겠지만, 그와 함께 공동의 주인공으로 남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