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드림＞ 즐거움이 곧 괴로움이다

[여여하다]

주말 아침에 조조영화를 보는 일은 나를 더 나빠지지 않게 하기 위한 루틴이다. 무기력한 나날들에 주말처럼 괴로운 날은 없다. 아침에 일어나 아무런 의무도, 할 일도, 강제도 없는 날의 무게란 이루 말할 수 없다. 아무리 자고 또 자도 12시간 이상 자기도 어렵다.

1월 말에 본 <추락의 해부> 이후로 많은 영화들이 심드렁했다. 바튼 아카데미, 나의 올드오크, 가여운 것들, 패스트 라이브즈. 누구는 영화를 보는 내내 울었다는데, 내게는 다 그저그랬다.

그러다 오늘 아침 본 <로봇 드림>의 주제는 마침 오늘 시작한 불교대학 법륜스님의 법문과도 연결되었다. 해수욕장의 마지막 개장일에 두고 온 로봇을 다음 여름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도그의 길고 긴 외로움, 망상, 그리움, 새로운 만남에 이르기까지. 친밀한 관계는 즐거움이 곧 괴로움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지 않나. 더이상 바랄 게 없는 행복은 지옥이 되었다. 그러니, 즐거움을 탐하는 것은 괴로움으로 달려가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