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미치 도모노부의 <단테 신곡강의>를 읽고 있는데 지옥편 1 & 2편에 걸쳐 또다시 흥미로운 이야기가 등장한다
첫째. 단테는 누구?
단테는 1265년에 피렌체에서 태어나 1321년 라벤다에서 56세의 나이로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즉 고대 유럽이 완성되며 르네상스가 시작된 13세기에서 14세기에 걸친 인물
이름 단테는 "두란테: 참고 견디는 자"라는 세례명의 축소형이라고. 이름에서 그의 삶이 이미 엿보이는 듯 하다
단테는 1300년 약 35세 무렵 피렌체의 프리오레, 현대로치면 장관의 자리에 올라 인생의 절정에 오른다고. 하지만 이 일로 결국 정치적 암약에 휩싸여 끝내 사형을 선고받으니 피렌체를 탈출할 수 밖에 없었고 영원히 돌아가지 못했다고 한다. 인생 최고의 기회가 인생 최악의 위기를 낳은 셈이다
이후 단테는 이탈리어로 신곡을 창작하니, 신곡이란 Divine 즉 신성한 창작곡이란 뜻인데 단테 자신이 "신성한"이란 타이틀을 붙인거 아니라고 한다. 신곡은 당대 모든 메인 언어가 라틴어이던 시절, 자신의 모국어인 이탈리아 어로 작품을 남기며 단테를 이후 이탈리아가 낳은 최고의 시인철학자의 반열에 올리게 된다고 (저자는 시인도 많고 철학자도 많지만 시인이자 사상가는 아마 단테와 니체가 유일하지 않을까 한다)
무튼 그리하여 이탈리아인이라면 누구나 외운다는 지옥편 첫 3행은
인생의 한 가운데에
올바른 길을 벗어난 내가
눈을 떴을 때는 어두운 숲속에 있었다, 라 시작된다
한창 인생 최절정기에 문득 정신을 차리고보니 이미 추락하여 방향성을 잃은 단테의 심정이 잘 드러나는 시작이자 우리 모두 살면서 한번쯤은 마주하게되는 좌절감이란 생각이다
그런데 문득 정신을 차리고보니 자신이 표범 (=색욕), 사자 (=권력욕) 그리고 늑대(=식욕)에 둘러싸여있는데 표범과 사자는 어찌어찌 물리칠 수 있는데 늑대는 도저히 피할 수 없다고 한다. 여기서 늑대의 식욕이란 생명을 향한 무한 본능쯤이라 이해해도 무방할듯
그때 베르길리우스가 등장하여 지옥과 연옥으로 안내해줄테니 거기서 배움을 얻고 다시 일어서라고 하는데 단테는 도저히 용기를 내지 못한다. 그러면서 누가 당신을 보냈냐 묻자 단테가 일생 흠모한 베아트리체가 성모님께 부탁하여 오게 되었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베아트리체가 누구인가? 단테가 일생 동경하던 여성으로 둘 다 각자 가정을 꾸리지만 베아트리체는 24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뜨고 이후 단테에게 베아트리체는 일생 흠모의 대상이 된다. 심리학적으로보면 자시 순수함의 결정체같은 투사라고나 할까
결국 그런 베아트리체가 베르길리우스를 자신에게 보냈다는 말을 듣고 단테는 용기를 내어 지옥과 연옥으로 향한다. 즉 자신이 가장 보고싶지 않은 현실을 마주한다고나 할까. 여기서 우린 두 가지 생각을 해볼 수 있는데, 인간이 성장하려면:
첫째) 지옥과 연옥을 마주해야 한다. 즉 가장 보고싶지 않은 현실을 마주해야 한다
둘째) 그 용기는 결국 자기안의 순수의지에서 나온다. 작품 속에선 베아트리체라는 상징적 인물로 표현되지만 결국 베아트리체는 단테의 가장 순수함의 상징이란 생각이다.
인간은 살면서 누구나 자신 안의 욕망에 휩싸여 스스로의 삶을 지옥으로 몰아가고 숲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기도 하지만 결국 스스로를 구원하는 힘 또한 자신안의 순수의지로 지니고 있다. 이쯤 가닥을 잡고 계속하면 될듯하다
첫댓글 사는 게 힘들고 지옥이라고 생각하게 될 때 연옥을 갈 수 있다는 희망과 더불어 지옥에서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는 방법과 이유를 단테는 신곡에서 말해주려고 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든다. 어렵기만 했던 단테의 신곡이 무엇을 상징하고 말하려고 하는지 이해가 되고 구체화가 되는 것 같다.
지옥과 연옥에서 배움을 얻고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이를 말하는 베르길리우스를 청한 것은 베아트리체였다.
나의 지옥과 연옥이라는 보고 싶지 않은 현실을 마주해야 한다. 그리고 보고 싶지 않은 현실을 마주하게 하는 힘은 바로 자기 안의 순수의지에서 나온다.
결국 지옥에 빠져 있는 것도 나로 인해서지만,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는 시작도 나로 인해서라는 결론에 달한다.
내가 처한 지옥의 원인이 나 라는 것을 먼저 인지하게 되면, 무엇보다도 그런 나를 구원하는 것을 가장 우선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 용기를 내야 한다. 천국은 멀리 있는 것 같지만 내가 의지를 세우면 변화를 시작할 수 있다.
수명이 길어진다는 게 결코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짧은 생이라는 것을 알기에 젊은 나이에 자신의 삶을 집중하여 일가를 이루는 대가들을 보면서 부끄러움이 몰아친다.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자신안의 욕망을 인정하고 순수의지가 솟구친다면 쓴약도 두손으로 사발을 감싸안고 음미하면서 들이킬 수 있는게 인간임을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