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와 옌타이 항이 '위기를 기회'로 삼고 있다.
이들 항만은 내륙 물동량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한국과 중국 간 FTA 협상을 놓고 향후 물류 전진기지로 나아가기 위한 대책 마련에도 분주하다.
웨이하이와 옌타이가 중국 내륙 화물에 이어 중앙아시아로 시선을 돌린 이유는 명확하다. 과거 이들 항을 이용하던 화주들이 떠나면서 물동량이 급격하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원인은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잇따른 철수다. 웨이하이와 옌타이는 한국 중소, 대기업 진출이 활발했던 지역들이다.
하지만 중국의 경제 성장으로 인건비가 상승하는 등 기업 경영의 메리트가 사라지자 제3국으로 이전하거나 한국으로 유턴하는 기업이 크게 늘었다.
또 중국에서 임가공 업체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현지 진출을 노리는 국내 기업 역시 줄어든 상태다. 한국 기업들의 진출로 얻어졌던 물동량이 감소하자 두 항은 새로운 물류 네트워크 구축에 나섰다.
▲웨이하이 항=항만 인프라 확충에 나선 웨이하이 항은 기존 항만에 이어 신 항만을 건설해 산화물과 컨테이너 화물을 주로 처리하고 있다.
2012년 연간 화물처리 실적을 보면 전체 화물이 3511만t으로, 전년 대비 17%, 컨테이너 화물은 56만TEU로 같은 기간 대비 16% 각각 증가했다.
한·중 수교 이전부터 인천과 웨이하이에 한·중 카페리를 띄운 위동페리 측은 한국 기업 철수에 따른 물동량 감소 폭이 무려 40% 정도라고 밝혔다.
그러나 위동페리는 새로운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해 감소 폭을 만회하는 등 최근 물동량이 10% 증가라는 실적을 달성하고 있다. 인근 지역을 넘어 내륙으로 영업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이다. 특히, 항공 물류와 경쟁하기 위한 대응은 더욱 발 빠르다.
운임이 상대적으로 비싼 항공 물류에 맞서 24시간 이내 화물 도착이라는 파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 항공 물류와 비교해 반나절 정도 밖에 차이를 보이지 않는 신속한 물류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이 같은 서비스는 각종 물류 인프라를 갖춘 웨이하이 신항이 건설된 뒤 가능했다.
기차역은 물론, 공항이 위치해 물류 속도가 대폭 개선되는 효과를 얻었다.
이 뿐만 아니다. 웨이하이는 향후 진행될 한·중 FTA 체결에도 대비하고 있다. 한·중 FTA 시범 지역으로 지정받기 위해 노력 중이다.
▲옌타이 항=중국 내 11위 항으로 꼽히는 옌타이 항은 굴삭기와 지게차를 생산하는 두산인프라코어, 휴대전화를 생산하는 LG 등 국내 대기업이 진출한 지역이다.
하지만, 주문자생산방식(OEM)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관련 물동량도 감소하고 있다. 이런 옌타이 항은 최근 내륙 물동량을 모두 흡수하는 '블랙홀'을 자처하고 있다. 중국 남방과 북방 지역 물량을 모두 흡수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현재 다롄 등 타 지역 물동량을 옌타이로 끌어올 수 있도록 해저터널 혹은 섬과 섬을 연결하는 다리 건설 등을 계획 중이다.
이런 프로젝트가 가시화할 경우 다롄 등 중국 여러 지역 화물은 모두 옌타이에 집결된다. 특히, 다롄 등과 교역 중인 인천항에서 물동량 감소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몰려드는 물동량 처리를 위해 옌타이 항은 대형 선박 입·출항을 겨냥해 수심 확보에 나설 방침이다. 항로 수심을 17m로 확대해 1만TEU급 선박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