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놀러오시는 중국계 아저씨 한 분이 계십니다.
젊었을 때는 미국 유학도 다녀오시고, 계리사로 미국에서 근무하시기도 하고, 말레이시아에 와서는 대학교에서 강의도 하시는 등 그런대로 사회생활을 멋지게 하시던 분입니다.
그런데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살고 계셔서 외로움을 많이 타시고, 더군다나 일주일에 혈액투석을 세 번씩이나 받아야 하는 모진 병을 앓고 계십니다.
어제는 아저씨가 놀러와서 자신이 "죽다가 살아났다"고 하시면서, 근래에 무척이나 아팠던 경험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사실 "죽다가 살았다"는 말은 지난 여러 해 동안 참 많이도 들었던 말인데, 이번에도 마땅히 넋두리 하실 때가 없으셨는지 저에게라도 찾아오셔서 다시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이번에는 아저씨가 정말 많이 아프셨나 봅니다.
더군다나 2주 전에는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기까지 하셨으니 그 마음이 얼마나 힘드셨을지 조금이나마 짐작이 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아저씨가 갑자기 자신의 부모님이 묻혀 계신 공동묘지에 가보잡니다.
페낭의 북쪽 끝자락에 있는 뜨룩 바항 쪽의 중국인 공동묘지에 부모님의 묘소가 있는데, 자신도 머지않아 죽게되면 부모님 계신 뜨룩 바항 묘지 근처 바다에 뼈를 흩어보낼거라고 합니다.
웃으면서 말씀하시긴 했지만, 어느 때보다도 진지하게 말씀하는 것을 보면서 애처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자신이 죽으면 입던 옷들은 어떻게 해야 될지, 다음에 급히 응급실에 갈 일이 있으면 전화를 해도 되느냐는 둥...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며, 아저씨 부모님의 묘소를 둘러보고 왔습니다.
한번은 떠나가야 하는 세상살이인데......
오늘따라 아저씨의 모습이 더 슬퍼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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