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시대 지도자의 자격으로 흔히 꼽히는 것이 소통과 공감의 능력이다. 나라와 시대의 주인인 민의 뜻을 따르고 이루려면 민의 마음과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소통(疏通)은 막힌 것이 트이고 통한다는 말이고 공감(共感)은 함께 느낀다는 말이다. 국민과 소통하고 공감하려면 고집과 편견이 깨지고 사나운 감정이 풀려야 한다. 자신이 깨지고 비워지지 않으면 다수의 국민과 소통하고 공감하기 어렵다.
개인과 집단의 사심을 벗어난 사람만이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다. 영어로 소통은 communicaton이고 공감은 sympathy, consensus다. communicaton은 공동체community, 공동생활체commune과 통하는 말이다. sympathy, consensus도 함께 아파하고 함께 느낌을 뜻한다. 나와 너, 우리와 그들을 넘어서 공동의 자리, 전체의 자리에 서서 생각하고 느끼는 사람만이 소통하고 공감하며 함께 느끼고 함께 아파하고 함께 생각할 수 있다.
그러므로 지도자로 나서는 사람은 자기와 자기 집단을 넘어서서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하고 느끼는 훈련을 한 사람이어야 지도자로 나설 수 있다. 자기와 자기 집단을 초월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마냥 불가능한 것만도 아니다. 내 생각과 주장, 감정과 욕심을 내려놓고 국민의 자리와 형편에서 생각하고 느껴 보는 것이다. 국민의 자리에서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하고 느껴 보는 것이다. 제 생각만 하고 제 주장만 하려면 애당초 지도자로 나서는 게 잘못이다. 제
욕심과 우쭐하는 영웅심 때문에 나선 것이라면 자기를 위해서도 국민을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는 것은 사실 아주 어려운 일도 아니다. 나 자신의 마음과 삶에 비추어 국민의 마음과 삶을 헤아려 보는 것이다. 무슨 어렵고 대단한 생각을 하자는 게 아니라 기본적인 삶과 생각을 함께 해보자는 것이다. 국민의 자리에서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하는 것은 복잡하고 어려운 이론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대단한 생각이나 궤변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상식적으로 생각하고 말하는 것이다. 상식(常識)은 일상생활의 지식이다. 상식을 영어로는 common sense라 한다. 공통의 느낌과 생각이다. 내가 국민의 자리에 있다면 어떨까를 진실하게 느끼고 생각하고 말하면 상식에 어긋나지 않을 것이다.
오늘날 정치인들이 불신을 당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민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하고 몰상식한 말과 행동을 하는 정치인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안철수 교수는 소통을 강조하면서 상식을 내세움으로써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받는다. 누가 알아주거나 말거나 국민의 자리에서 상식에 충실한 지도자들이 많이 나온다면 이 나라의 정치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들은 오래지 않아 바로 잡힐 것이다.
국민의 심정과 형편을 헤아리고 상식을 존중한다고 해서 우유부단하고 모호한 성격의 지도자가 되라는 것은 아니다. 국민의 마음으로 느끼고 생각하는 사람은 오히려 쉽고 분명하고 확신에 찬 말과 행동을 할 수 있다. 자신의 욕심과 주장과 감정에서 벗어나 국민 전체의 맘과 자리에서 느끼고 생각하는 사람은 확신을 가지고 분명하게 말하고 행동할 수 있다. 국민의 눈치를 보고 국민에게 인기를 끌고 국민에게 아첨하려고 소신도 없고 주장도 없이 처신하는 사람은 참으로 국민의 심정과 처지에서 생각하고 느끼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 사람은 제 이익과 출세를 위해 국민에게 아첨하는 자이고 결국 국민을 오도하고 해치는 자다. 정말 나라를 위하고 국민을 위하는 사람이라면 자기 자신과 잘 싸울 뿐 아니라 국민들과도 싸울 줄 알아야 한다. 국민을 위해서 국민과 싸울 수 있는 사람이 용감한 지도자다.
정말 나라를 위하고 국민을 위하는 지도자라면 국경을 넘고 국가이익을 버리면서라도 나라의 미래를 위해 행동해야 한다. 이제 국가주의 시대는 지나고 있다. 서로 다른 나라들이 협력과 협동 속에서 상생과 평화의 세계를 열어가는 시대가 왔다. 다른 나라들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지도자가 될 수 없다. 분단을 극복하고 평화통일을 이루고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열어갈 지도자는 북한 정치지도자와 동포들, 중국과 일본, 미국과 러시아와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 남한의 국익을 희생하고 양보해서라도, 정치와 군사의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의 길을 열어야 한다. 땅의 현실에 충실히 발을 딛고 한 걸음 한 걸음 꿋꿋하게 걸어 나가면서도 미래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모험을 할 줄 알아야 한다. 국민 전체의 마음으로 느끼고 생각하는 사람만이, 사심없는 사람만이 용감하게 미래를 위해 모험 할 수 있다. 그런 사람만이 한국뿐 아니라, 북한과 일본, 중국과 러시아, 미국을 이끌고 평화와 번영을 위해 길을 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