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길로 우리는 방안에서 늘 쳐다만 보던 눈앞의 B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ABC에서 이쁜 팻말들을 군데군데 달아 놓고 오솔길도 딱아놓아
초행 산길이 오히려 낯설음보다 설렘을 더 준다.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호젓한 산속에서의 아내와 나는 사십 여년 전의
학창시절, 캠퍼스 뒷산에서의 수업을 떠올려 본다.
지금은 그때보다 기다림과 짜릿함은 없어도 신뢰와 존경은 더하리라.
전망대에서 바라보니 저 멀리 낯익은 ABC건물과 시골마을 정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오가며 만난분이 딱 한분. 혼자서 걷고 있는 분에게
말을 걸어 본다. 좀 쓸쓸해 보인다고 하니, 매일을 그렇게 올라오신단다.
아 그렇구나. 그런데 왜 이때 이런 생각이 들지.
아무리 아름다운 주위환경과 호텔 같은 첨단 시설, 매끼가 바뀌는 훌륭한 식단,
입주민의 입장에서 모든 걸 처리하는 잘 갖춰진 시스템 거기다 흠잡을 데 없이
친절히 몸에 밴 직원들이, 어르신들을 가족처럼 대해도 여기에 살고 계시는 분들
스스로 그런 시설들을 잘 이용하고 서로가 같은 식구처럼 배려하지 않으면 결코
오래 있지 못하겠구나 하고 다소 넘치지만 당연한 생각을 해 본다.
우리도 외톨이가 되지 않으려면 있을 때까지 만이라도 더 많이 웃어야지^^
그런데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지.
숙소에서 머지않은 곳에서 엄마 강아지가 짖어댄다.
방으로 올라온 우리는 간단히 샤워를 하고 천천히 저녁 먹으러 갈 채비를 한다.
아이고 오늘 저녁엔 술 생각이 간절한데 이걸 어쩌나, 식당에는 술은 못갖고
들어간다는데. 어떡하면 반주라도 한잔 찍뜨릴 수 있남 그냥 몰래...
자하층 노래방을 지나 탁구 연습실로 내려온 우리는 기계 속에서 연신 튀어나오는
탁구 볼과 씨름을 벌인다. 아내는 열심히 공을 때리고 나는 낙볼을 부지런히 줍고.
그러다가 맞은편 골프연습실로 간다. 입주민들이 그냥 갖다놓은 골프채로 스윙을
해본다. 5년전 목디스크를 앓고 난 이후로 처음 들어본 채라 좀은 버겁다.
타석안쪽에 설치해 놓은 스크린 골프도 말로만 들어봤지 한 번도 쳐보질 못했다.
아내는 지금 당장 해보잔다. 그래 해보자. 프로그램 구동을 해야 하는데 이것저것
만지다 그냥 포기하고 말았다. 좀은 늦은 저녁시간이라 끙끙대다 내일 다시 오자고
다짐한다.(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