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11일 현재 한국을 움직이는 인물은 과연 누구인가. 여러 인물이 나오겠지만 그래도 현 대통령과 현 제 1야당의 대표같은 인물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연일 뉴스의 중심에 서 있다. 이들이 없으면 뉴스 절대량이 줄어들 상황이다. 이것은 바로 아직도 한국은 대선의 연장선에 있다는 의미이다. 마치 대선 유세가 한창 진행중이던 지난 2021년 말 또는 2022년 초와 비슷한 양상으로 한국의 정치기류는 흐르는 모양새이다. 여당과 야당이 바뀌었을 뿐이다. 그 당시 여당의 대선주자는 지금 제 1야당의 대표로 자리를 옮겼고 당시 야당의 대선주자는 현재 대통령으로 자리를 바꾸었다. 대선이 끝난지가 이미 일년이 넘었고 새 정부들어선지도 10개월이 넘었지만 여전히 이 나라 한국은 대선전 상황과 흡사한 양상을 띠고 있다.
연일 제 1야당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그와 관련된 인사가운데 벌써 4명이나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그들의 죽음에대해 언급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뭔가 엄청나게 복잡한 구조속에 놓인 듯 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가 있을까. 평범한 소시민의 입장에서는 이해하고 싶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정말 검찰의 모든 조직이 다 동원된 듯한 분위기이다. 잘못된 것이 있으면 바로 잡아야 하고 혐의가 있으면 그에 합당한 죄값을 치르는 것이 당연하다. 지금까지 검찰 수사라는 것의 흐름을 보면 대부분 아니 거의 모두 처음에는 부인하다가 어느 정도 혐의가 하나둘씩 드러나면 이실직고하고 죄값을 치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번 제 1야당 대표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본인은 아무런 문제와 혐의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한 구체적인 혐의도 그다지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다. 관련자들의 폭로나 검찰에서 진술이 대부분이다.다시 말해 결정적 한방이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말로는 법정에서 다툼의 소지가 많다는 이야기이다. 반대로 검찰은 너무 혐의가 많아 입으로 다 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출신 법무부장관은 혐의를 자신하고 있다. 진실게임도 이런 진실게임이 따로 없다. 여당은 옛 측근들의 죽음에 대해 정치는 책임이라며 대표직을 내려놓으라고 촉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제1야당에서는 당 대표를 제거하기 위한 무도한 검찰의 강압수사에 벌써 4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맞받아치고 있다.
대통령이 된 당시 야당의 대선후보 역시 자리를 바꾸었지만 이런 저런 구설에 오르고 있다. 주로 주변 사람들이다. 제 1 야당과 진보 시민단체들은 연일 대통령 부인 특검을 외치고 있다. 일부 언론과 시민단체들에서는 구체적인 혐의들이 나오고 있지만 이 나라 검찰은 거의 모두 무혐의라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이것도 참 이상하다. 구체적인 혐의를 제기하는데도 아무런 혐의가 없다는 것이다. 혐의가 있다고 하는 주장은 대부분 음해라는 주장이다. 이것도 참으로 진실게임중의 진실게임이다. 제 1야당은 대통령 부인에 대한 특검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자세이다. 현 정부 비판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거리에서 집회를 계속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여당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특검을 무력화시키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검찰의 무혐의와 관련해서는 당연한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것이 지금 한국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이런 상황이 온 나라를 지배하고 있다. 이래서 한국은 아직도 대선 진행중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한국의 대선은 엄청난 폭로전과 비방전으로 일관했지만 일단 대선이 끝나면 수면 아래로 내려 앉았다. 승자는 승자다운 모습을 보이려 했고 패자는 패자다운 자세를 취하려 했다. 하지만 지금 한국 대선의 승자나 패자 모두 아직 대선이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지 서로 엄청난 대치국면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야말로 정치는 없는 듯하다. 정치는 부정적인 표현으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긍정적인 면도 많다. 해결되기 어려운 상황도 정치력을 발휘해 얼음이 녹아내리듯 그렇게 사태를 해결하는 힘이 존재했다. 하지만 한국의 정치는 실종된지 오래됐다. 협치라는 단어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정치는 새 정부가 집권한지 일년 또는 집권 이년차에 승부가 난다고 한다. 그만큼 정권 교체후 일년과 2년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때 나라를 이끌 중요한 아젠다가 확정되고 여당은 야당에게 협조를 부탁하고 야당도 어느정도 선에서 수용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하지만 지금 한국은 이런 과정이 생략되었다. 그냥 자기 팔 자기가 흔드는 식이다. 여도 야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중재를 할 인물도 사회적 분위기도 없다는 것이다. 한때 이 나라에서는 원로그룹들이 있었다. 정치계나 사회계나 종교계에서 중후한 어른들이 존재했다. 그들이 훈수도 두고 중재안도 제시하는 것이 간혹 눈에 띄었는데 지금은 그런 분위기가 아예 없다. 한국에 지금 어른 그룹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전투구속에 한국의 시간은 점점 방향을 알 수 없는 곳을 향해 흘러가고 있다. 국민들도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그룹이 없다. 그야말로 모아니면 도이다. 내편이 아니면 모조리 적이다. 갈등 최악의 상황인 것이다. 국민들은 혼란스럽다. 극우 극좌 그룹들은 서로 삿대질하는 맛으로 세월을 보내겠지만 가운데 낀 중립적 그룹의 국민들은 과연 지금 이 나라가 가는 방향은 어디일까에 극한 우려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사이에 유래가 없는 갈등은 극단으로 치닫고 나라의 상황은 갈수록 비관쪽으로 흐르는 분위기이다. 경제와 사회 분위기가 대체로 그렇다는 말이다. 언제까지 대선 폭로전은 계속되는 것일까. 정말 이 나라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2023년 3월 11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