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심 표현하는 持物 ‘정병(淨甁)’
‘정병(淨甁)’은 부처님께 올릴 깨끗한 물이나 감로수(甘露水)를 담는 병을 일컫는다. 《법화경》에 의하면, 스님들이 지녀야 할 18물 중의 하나였던 물병이 점차 불전(佛前)에 바치는 깨끗한 물을 담는 공양구로 사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정병의 이름은 산스크리트어 쿤디카(Kundika)에서 유래한 것으로, 음역하여 군지(軍持) 또는 군치가(桾雉迦)라 하고, 수병(水甁)이라고도 한다. 정병에 넣는 정수(淨水)는 중생의 고통과 목마름을 해소해 주는 감로수의 의미를 담고 있어 감로병(甘露甁) 또는 보병(寶甁)이라 부르기도 부른다.
불교의 정병은 원래 인도에서 발생하여 불교와 함께 전래된 것으로 본다. 부처님 앞에 정수를 공양으로 바치는 불기(佛器)로서의 성격뿐만 아니라, 불·보살이 중생의 고통을 제도하는 구제자(救濟者)임을 나타내는 하나의 방편이자, 자비심을 표현하는 지물(持物)로서의 의미도 있다.
이러한 정병의 내용을 잘 표현해 주고 있는 것이 바로 관세음보살이 들고 있는 감로병이다. 관세음보살은 이 감로수로써 모든 중생들의 고통을 덜어 주고 갈증을 해소해 준다. 정병은 관세음보살 이외에 미륵보살이나 제석천(帝釋天), 범천(梵天) 등도 들고 있다.
정병의 재료는 토기, 금, 은 등이 사용되지만, 주로 청동(靑銅)과 도자기가 애용돼 왔다. 특히 불교를 숭앙하던 고려시대에는 불교의 융성과 더불어 불전공양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불가결의 불구로서 대량 조성되었다. 따라서 고려의 독창적인 양식을 보여주는 유물들이 많이 남아있다.
지금까지 우리 나라에서 전해지는 정병의 형태는 주둥이부분(注口部), 목부분(頸部), 몸체부분(胴體部)의 세 부분으로 이루어진다. 대체로 긴 목에 나팔모양의 주둥이가 달려 있고 타원형의 몸체에 굽이 달려 있는 모양이다.
고려시대 정병에는 동체 표면에 무늬를 선각하고, 여기에 얇게 꼬은 은실을 박아넣는 은입사(銀入絲) 기법으로 한가로운 물가의 풍경이나 구름과 학, 용, 풀잎, 고사리무늬 등을 아름답게 장식한 예가 많다.
<참고: 법보신문>
[출처] 자비심 표현하는 지물 ‘정병(淨甁)’|작성자 일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