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나무의 전설
채린(綵璘)
단독주택이 늘어져 있는 도로 앞
무심코 지나가는데
진한 향기가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위를 올려다본다
수렴청정이라도 하는냥
고드름같이 하얗게 하얗게
발을 늘어뜨리며 급히 연인들이 뒤에 숨는다
아카시아가 지고 난 뒤
벌의 먹이를 걱정한 것일까
때맞추어 벌들이 포식한다
희고 맑은 꿀 대신
검고 탁한 꿀을 만들며 6월의 하늘을 덥힌다
이 땅에 가을이 오면
사과가 붉게 물들기 시작하면
사랑스런 모습으로
탁 벌어진 틈새로 꽁알꽁알 사랑을 완성할 것이다
첫댓글 언제나 향기 가득한 좋은 고운글 주셔서 잘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채린시인님
고르지 못한 날씨지만
늘 건필하셔요
예쁜글 감사히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