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를 뿌리면 나무가 자라서 열매를 맺는다. 씨를 뿌리지 않았는데 나무가 자라서 열매를 맺는 일 은 없다. 그리고 이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을 설명함에 있어서 사람들은 여기 에다가 인연필연의 개념을 개입시켜서 생각하길 좋아한다 .씨 부리는 것과 열매 맺는 것 사이에 는 인과 필연의 관계가 객관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씨를 부리면 나무가 자라서 열매를 맺게 된 다는 것이다.
외부세계에 일어나는 일에 관하여 우리로서 확실히 말할수 있는 것은 하나의 일이 일어났는데 다른 또 다른 하나의 일이 사실상 뒤따라 일어났다는 말뿐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정도 말로써 는 만족하지 않는다. 그러한 두 일이 계속해서 일어날 수 있는 것은 그러한 두 일사이에 그렇게 계속해서 일어나지 않을수 없는 까닭이 객관적으로 있었기 때문이라고 사람들은 보려고 한다. 이 경우에 사람들은 앞의 것을 “ 원인” 이라 하고 뒤의 것을 “결과”라고 부르고는
1, 원인과 결과는 일대일로 상대하고,
2, 그것들은 서로 등가이며(causa aequat effectum),
3,원인은 시간적으로 결과보다 먼저 있고(post hoc<그것에 뒤이어>)
4, 그러한 들사이에는 필연적 연기의 관계가 객관적으로 존재한다고(propter hoc<그것 때문에 >)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인과 필연의 사상은 원시시대부터 인류의 머리를 지배해온 뿌리 깊은 것이 기는 하 지만 그러나 오늘 날의 자연과학은 이러한 인과의 개념으로부터 점차 해방 시켜 가고 있다. 인과 의 등가 문제는 열역학(carnot)에 의하여 해소되기에 이르렀고, 절대적 필연성의 개념은 " 통계 적확률"을 내세우는 양자역학 (heisenberg)에 의하여 거세되기에 이르렀으며, 시간적 선후 관 념도 오늘날 함수상의 의존관계로 바뀌치기에 이르렀다.
특히 선후 관계를 말한다면 오늘날의 자연과학에 있어서, 가령 항성에 관하여, 태양으로부터 거 리가 원인으로서 먼저있기 떄문에 지구의 공전속도가 그 결과로써 뒤 따른다고 보는 것이 아니 라 공전관계를 나타내는 방정식에 의하여 거리속도 공전궤도등이 동시에 규정된다고 보는 것이 다. 그러므로 선후관계에서 말한다면 태양으로 부터 원인이 되어그 결과로써 지구가 그러한 공 전을 한다고 말할수도 있지만 반대로 지구가 그러한 공전을 하기 때문에 태양으로 부터 그러한 거리를 지구는 유지 하게 된다고 설명할수도 있다.
결국 함수상의의존관계에 의하여 관련되는 모든 사항은 한몫에 규정된다는 것이 되는데 그러한 관계로 옛날 원효가" 원인과 결과는 동시에 있다."--1(원효, 해동론) 라고 말한바와 같이 오늘 날 자연과학에 있어서 원인과 결과의 선후 관계는 부정되기에 이른것이다.
이리하여 오랜 역사속에 깊이 뿌리 박혀온 인과필연사상은 오늘날 자연과학에 의하여 그 핵심 을 이루는 부분이 거의 파괴되고 말았지만 이것을 각도달리해서 본다고 할지라도이 사상은 더이 상 유지 할수없음을 우리는 알게된다.
위에서 말한 씨와 열매의 관계를 예로 들기로 한다면
2-우선 씨와 열매는 같은 것이 아니다. 그 모양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들은 서로 다 른것도 아니다. 씨를 떠나서 열매는 없기 때문이다. 다음에 씨와 열매사이에는 단절이 있는 것 은 아니다. 씨에서 계속하여 열매는 생겨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들 사이에는연속이 있는 것 도 아니다. 씨가 없어진 다음에라야 열매는 생겨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음에 씨가 열매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열매가 맺어질때는 씨가 없어지는 것이 기 때문이다. 반대로 열매가 씨로 부터 나오는 것도 아니다. 씨로 있을 때는 그속에 열매는 없기 때문이다. 들어가지도 나오지도 않았으니 열매가 생긴다고 할수도 없고 단절되지도 연속되지도 않았으니 씨가 없어졌다고 말할 수도 없다., 즉, 없어진 것이 아니니 씨의 무를 말할 수 없고 또 한 생겨난 것이 아니니 열매의 유를 말할 수 없다.
그러면 씨와 열매 사이의 관계를 우리는 무어라고 말해야 좋을 것인가. 씨뿌리는 것을 원인으로 보고 열매 맺는 것을 결과로 보기로 하고서, 그러한 둘사이에 인과필연의 관계가 객관적으로 존 재한다고 보려고 해도 위에서 따져 본바와 같이 이렇게도 저렇게도 말할수 없는 언어도단의 궁 지에 우리는 몰리게 된다.결국 원인과 결과를 각각 하나의 자성적 존재로 보고 그러한 들사이에 필연적 관계가 객관적으로 존재한다고 보려고 한 것이 근거 없는 생각이 었음을 인정하게 되는 것이다.2-(원효, 금강삼매경론)
오늘날 인과필연의 개념은자연과학으로 점차 경원되기에 이르렀고, 이에 따라 그것은 객관의 왕 국으로 추방되어 주관의 영역에서 그 명맥을 유지하려고 하기에 이르렀다.
칸트(kant)가 인과율(kausalitat)을 선험적인식형식의 하나로 보려고 한 것은 이러한 사정을 말 해주고 있다. 이리하여 오늘날 인과 필연사상은 존재론적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라 , 인식론상 의" 요청"으로서만 그 의의를 가지고 있을 뿐이라고 말해지고 있다.
사실 우리의 주변을 주의 깊게 살펴 본다면, 우리가 대하는 그 어느 하나도 단일 원인에 의하여 그렇게 된것이라고 볼수 없으며 무수한 사물이 얽히고 또 얽혀서 총체적으로 서로 인이 되고 도 연이 되고 있음을 인정하게 된다.-3(원효, 열반종요)
우주의 삼라만상을 전체적으로 본다면 그 속에서는 어느 하나도 단독으로 존립할 수 없고 그 모 두가 서로 인이되고 연이 되면서 상대해 있을 뿐이다. 그리고 상대함으로 써만 그 모슴을 나타낼 수 있기 때문에 그 어느하나도 자신에 실체를 가질수없고-4 (원효 , 해동론748참조)
자체에 존재가 없으니 여기에서 무엇인가가 생겨났다고 말할 수 없으며-5 (원효,금강삼매경론 644참조)
또한 그 무엇인가가 없어졌다고 말할 수 없다.-6(원효, 대승기신론741참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흐름에 인공적으로 칸막이를 하여, 그 하나를 원인이라 부르고 또 다 른 하나를 결과로 부르고는 그것들 사이에서만 필연적연기 관계를 인정하려고 하던 종래의 인과 필연사상이 얼마나 오류에 찬 것들이었던가를 우리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7(원효 금강삼매 경론-613 참조)
첫댓글 황산덕선생님- 존함만을 보고 내용은 보지 않고 무조건 스크랩했습니다 나중에 찬찬히 읽어볼려구요... (오래만에 몇십년만에 이 분 존함을 보는군요)
작고하신 선생님의 장녀 황영채 선생님은 원인과 결과 연기의 가르침을 잘 배우시고 지도하십니다. 위빠사나 수행을 배우면서 기록한 책"아는마음 모르는마음" 은 위빠사나 수행을 시작하려는 이들의 길잡이가 되는 안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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