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업 승자의 법칙을 배운다.
거대 고객사는 모바일 세계에도 등장한다. 스마트폰 전 시대는 수요가 연 1억 개 수준이었으나, 스마트 폰 시대로 접어들자 양과 질이 변한다. 흐름을 읽지 못한 회사들 모토로라, 블랙베리는 존재감을 상실하고, 최강자 노키아도 왕좌를 애플과 삼성전자에 넘긴다. 이 변화는 4~5년 사이에 이뤄졌고, 남은 회사들도 고민에 빠진다. 이제는 휴대폰은 폰이 아니다. 통화 중이 아니어도 웹 서핑과 채팅을 즐기고 최대 사용 시간을 늘려야 했다. 고성능 카메라를 탑재하고 게임들을 하려면 데이터와 배터리 용량을 늘려야 했다.
인텔은 매출이 2000년 337억 달러에서 2015년 709억 달러로 2배 넘게 성장했다. 인텔은 이미 가상화 서버를 장악하고 있었다. 인텔이 지킨 서버 시장은 부가가치가 매우 크다. 서버 제공자들은 누군가의 요청을 빨리 처리하기 위하여 절치부심하고 있다. 인텔이 독점하던 반도체 시장의 하드웨어를 설계하며 스포트라이트를 공유하고 기업과 대화하며 가이드 라인을 제공하게 큰 기업이 ARM이다. ARM은 반도체를 파는 플레이어가 아니었다. 자사 칩이 수행 가능한 ISA만 팔았다.
ASMC는 사용자에게 알려진 기업이 아니다. B2B가 중심이며, 마이크로 컨트롤러, PMIC(전력 반도체) 등 작은 제품에 들어가는 칩을 위탁 생산하는 기업이다. 이 회사는 스마트 폰이 대두하면서 변화하여 폰의 심장인 AP가 저전력, 고성능을 요구하면서 변화했다. TSMC는 고객사들이 잠재적 경쟁자인 인텔 등에 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빠르게 신공정을 도입하는 한편, 설계 회사들이 원할만한 여러 특성의 트랜지스터를 만들어내야만 한다. 2012년까지도 글로벌 파운드리는 삼성전자, TSMC, UMC, SMIC 등 5개의 유사한 모델을 가진 업체가 있었다. 체급 자체가 다른 강자 TSMC와 삼성전자 둘만이 남은 시장이기에 파운드리 전망은 밝다. 매출은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다. TSMC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를 죽이는 치킨게임을 벌리기엔 삼성전자의 체급이 너무 압도적이다. 삼성전자가 TSMC를 공격한다면 고객사들의 공급선 다변화로 균형을 맞출 것이다. 그리고 TSMC는 수요를 먼저 만드는 자가 될 수 없고, 다만 팹리스의 발주에 달렸다.
구글은 검색엔진 회사로 시작, 얻은 자본으로 새로운 기술에 투자 이메일, 클라우드, 서비스도 공급하고 안드로이드라는 OS를 공급하여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점을 깨고 앱스토어의 새로운 ARM의 기반의 생태계를 창조해 냈다. 구글은 실리콘 밸리, 전 세계의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2019년 16개 지역에 데이터 센터를 보유하고 막대한 양의 메모리, CPU나 SSU를 반도체 기업에서 구매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5년에 삼성페이를 선보였다. 모든 스마트 폰에 NFC; Near Field Communication 비접촉 근거리 통신망이라는 칩을 탑재하여 신용카드를 기능을 대체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소매점에 보급된 단말기는 많치 않았다. 소매점은 MSC;mobile switching center 이동전화교환기라는 기기로 플라스틱 카드를 씀에 불편함이 없었다. 스마트폰 업체와 구글을 포함한 소프트웨어업체들은 NFC 단말기 보급을 기다리고 있었다. 삼성전자는 자기장 발생장치를 자사 스마트 폰 글래그십 모델에 탑재하여 은행권과 연계하여 가상카드를 통한 결제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수수료 장사를 하지 않을 것을 천명하여 은행권과 카드사의 지지를 끌어냈다. 최초의 호환성 문제가 없는 온라인 페이가 탄생한 것이다.
2015년, 중국 전국 인민대표 회의에서 ‘중국제조 2025’이라는 계획을 발표했다. 10대 산업을 선정하고 2025년까지 중국 제조업 수준을 독일과 일본에 준하는 정도로 높인다는 계획인데, 한 분야가 ‘차세대 정보기술’이다. 10년간 120조 원의 예산으로 자본을 투입한 결과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2015년 미국 ‘샌디스크’가 매물로 나오자 인수합병을 했다. 미국의 마이크론을 인수·합병하려고도 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 반도체 수입국이다. 또 세계 최대 규모의 스마트 폰 제조사도 여러 개 가지고 있는 IT 강국이다. 그러나 기반이 되는 부품과 개발 툴은 서방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이 굴기하기 위해서는 제조기반을 갖추고 생존 가능한 역량을 확보해야 하고 이들 이익을 남기고 팔아야 한다. 중국은 한국 업체와 최소 3년 최대 10년의 기술 격차를 가진다. 2017년 1분기 삼성전자의 D램은 2기가 바이트이고 4분기는 8기가비트다. 현시점 중국 D램이 8기가비트를 구현하려면 4~8배의 웨이퍼 면적이 필요하다. 하지만 칩의 크기를 키우는 것은 고민되는 일이다. 소비자가 정해져 있지 않은 D램을 생산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2019년 삼성전자의 D램 웨이퍼 투입량은 대략 50만 장으로 추정된다. 전 세계의 총량은 월 100만 장을 약간 넘는다. 중국이 시장점유율 10%를 목표로 수율이 양산의 85%라도 미세공정 기술 차이로 칩의 크기는 4배로 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월 40만 장의 웨이퍼를 투입해야 한다. 최소 27%를 목표로 한다면 148만 장의 웨이퍼를 투입해야 하고 더 거대한 시설을 만들어야 한다. 중국 회사의 웨이퍼 생산량을 하이닉스의 1/4로 볼 때 원가의 96%를 비용으로 써야 한다, 판관비 12%를 적용해도 108%로 적자를 면치 못한다. 10년간 1조 위안 (한화 160조 원)은 실제는 순식간에 고갈될 금액이다.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는 데만 연간 10조 원이 고갈된다.
중국이 메모리 시장에 진입해 현재 수준의 기술 격차로 제조를 시작할 경우, 낙관적으로 봐도 중국은 매년 5조 원의 순손실을 입는다. 만약 시장이 흔들리면 연 10조 원의 순손실은 쉽게 발생할 것이다. 그 손실을 버텨내는 동안 경쟁사들은 연 20조 원이 넘는 순이익을 얻어내며 제조 역량을 혁신할 것이다. 그러면 중국은 기회가 없냐? 그것은 아니다. 만약 선두 주자들이 미세화와 대용량화가 동시에 멈추면 그때 따라잡을 기회는 있다. 중국 스마트 폰 회사들이 저급의 반도체를 이용해 저가 휴대전화기를 만드는 동안 경쟁사는 저가폰을 ‘저가폰다운 방식’으로 개발하고 제조할 것이다. 반도체 굴기를 통해 수입을 대체해서가 아니라, 완제품 자체가 팔리지 않으니 수입할 이유가 없어진다.
반도체 개발의 시작은 시장조사이다. 올해 비즈니스에서 고객의 의견을 수렴하고, 비즈니스 비율을 분석해서 이를 차기 메모리 설계의 특성으로 반영하게 된다. 1년 정도 되는 제품 출시 사이클이 1개월만 밀려도 시장을 경쟁자에게 선점당하는 것은 당연하다. 설계의 경우 중국은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 있다. 대표적인 회사는 ‘하이실리콘’으로 자체 AP를 가지고 있다. 또 다른 설계사는 ‘유니, 그룹’이다. 중국 팹리스의 문제는 대부분 물량이 자국 스마트 폰 제조에 쓰기 때문에 중국에서 생산되는 완제품이 아닌 경우 납품에 제한이 생기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삼성전자의 시스템 LSI사업부가 국내 팹리스의 합친 양보다 큰 매출을 올린다. 팹리스의 삼성전자의 크기는 삼성 파운드리의 50%를 삼성 LSI 설계에서 나온다. 중국의 SMIC는 대적해야 할 상대가 TSMC와 삼성전자다. TSMC는 파운드리 강자로 업체의 지지를 받는다. 대형 고객사에 신뢰성과 기존 설계의 재사용 덕분에 TSMC와 계속 계약하고 옮길 이유가 없다. 종합반도체 회사로 삼성전자는 TSMC보다 거대하다. 중국의 굴기로 120조 원은 큰돈이지만 무리한 액수도 아니고, 투명성이 부족한 중국이란 국가 특유의 비효율성이 숨어 있을 수 있다. 지금까지 중국이 반도체 수입국을 면치 못하는 이유는 핸드 세트부터 IT 기술의 최강국이 되고 싶어서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있어야 한다. 돈다발로 되는 것이라면 진작에 중동의 석유 부국들이 반도체 강국이 되었을 것이다. 파운드리는 현재 양강 체제인데 삼성전자나 TSMC와 진검승부를 하는 것은 힘들 것이라 저자는 주장한다. (더구나 정치적 양안 문제의 갈등과 중국의 반한 감정은 중국 굴기의 큰 짐으로 작동될 것이다)
2021.10.23.
반도체 제국의 미래
정인성 지음
이레 미디어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