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컨디션 난조에 빠졌던 김승재가 서서히 제 페이스를 찾고 있다. 반면 기세등등했던 신출내기 기사의 상승세는 한풀 꺾이고 말았다. 25일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38기 하이원리조트배 명인전 A조 리그 제4국에서 김승재 3단이 안국현 초단을 248수 만에 백으로 4집반승을 거두며 리그 첫승을 신고했다.
김승재는 올해 성적 6승 8패로 저조했다. 오늘 승리를 보태도 50%를 밑도는 성적은 납득할 수가 없을 정도라는 바둑TV 생방송 해설자 장수영 9단의 얘기. 최근 5연패를 당하다가 이틀 전 고근태 7단과의 바둑리그에서 반전의 물꼬를 트는 승리를 거뒀다. 그때의 역전승에 힘을 얻었는지 부담스런 신예를 맞아 초반부터 순탄한 흐름을 찾았다.
부담스런 신예라고 했지만 안국현과는 92년생 동갑내기. 다만 안국현은 입단한 지 5개월 밖에 되지 않았지만 김승재는 입단 5년차이다. 일찍 프로의 문에 들어설 정도로 귀재가 촉망됐다. 지금도 각종 본선에서 맹활약하고 있으며 신예기전의 우승도 했다.
승자 인터뷰에서 김승재는 "초반 진행이 너무 좋았다. 좌변에서 붙여 왔을 때 젖힌 수(4선)가 좋지 않아 역전(흐름이)된 듯 했는데 상대가 실수해 줘서 승리한 것 같다"고 평하면서 "앞으로도 열심히 해서 전기와 같은 성적을 내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최근 안국현은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 했다. 14승 4패의 놀라운 성적 뿐만 아니라 최근 이창호 9단과 백홍석 7단 같은 강자들을 연이어 꺾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늘 바둑은 초반에 꼬인 행마를 풀기 위해 시간을 물쓰듯해 김승재가 제한시간 1시간을 남기고 있을 때부터 초읽기에 몰렸다.
형세를 반전시킬 수 있던 때가 한두번 찾아왔지만 쫓긴 시간 탓에 수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김승재의 마무리 솜씨도 돋보였던 바둑이었다. 다음 대국은 27일(목) B조리그 4국으로 홍성지 8단-김기용 5단의 대결로 이어진다.
우승 상금 1억원의 명인전은 상금 외에도 승리수당제를 도입해 본선 매대국 승자 150만원, 패자 70만원을 지급한다. 제한시간은 각자 2시간(초읽기 1분 3회). 기본 대국일시는 매주 화ㆍ목요일 10시 30분이며 바둑TV에서는 오후 1시부터 생중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