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개념 장보기 서비스 '에피세리 최준용 대표
결제 치킨주문처럼 간편...1시간내 배달
수수료 0원. 상인매출 3~5% 증가 '윈윈'
"재래시장 외면하던 젊은이들 이용 늘어"
서울 마포구 망원동 월드컵시장은 1970년대에 개설돼 지난 40여 년동안 지역민들의 사랑을 맏아온 재래시장이다. 좁은 골목길, 생선과 채소가판대 등 예전 재래시장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아련한 '향수'가 풍기는 곳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사이 주변 대형마트와 최신식 수퍼마켓들이 들어서면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그러던 이 시장에 최근 변화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지지부진하던 일부 식료품시장의 매출이 슬금슬금 오르기 시작한 것.
변화를 몰고 온 주인공은 한 젊은이. 경영학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스쿨 출신의 최준용 에피세리 대표(28)였다. 최 대표는 지난해 7월 학교 친구 3명과 온라인 식료품 쇼핑업체 '에피세리'를 창업했다. 목적은 단 하나. 신선한 재래시장(소상공인)식료품으로 '편리한' 장보기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망원동 월드컵시장에서 만난 최 대표는 에피세리를 '신개념 장보기 스타트업'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1시간 내 신선한 재래시장 식료품을 집앞까지 배달해주는 게 모토"라고 했다. 얼핏들으면 기존 배달앱서비스와 비슷해 보이지만 분명 다른 점이 있다.
우선 온라인 결제를 불편해하는 이들을 겨냥해 결제 절차를 단순화한 것. 소비자는 ISP.신용카드.공인인증서 등의 비밀번호 입력절차를 모두 생략한 채 홈페이지에서 원하는 식료품을 고리기만 하면 된다. 결제는 치킨을 배달받을 때처럼 현관에서 해결된다. 최 대표는 "장보기는 편리함이 생명"이라며 "장보는 일을 귀찮아하는 소비자 입장에서 구상해낸 방식"이라고 말했다.
재래시장과의 '상생'을 목표로 한다는 점 또한 이들만의 사업방식이다. 그래서 재래시장 상인(거래처)들로붙너 단 0.01%의 수수료도 받지 않는다. 대신 값사고 질 좋은 식료품을 취급하는 재래시장,소상공인들을 엄선했다. 소비자들에게는 시장 판매가에 약간 웃돈을 얹는 수익구조를 택했다.
시장거래처에 대한 결제는 물건을 받으로 가는 배달기사가 현장에서 바로 체크카드로 결제해준다. 최 대표는 "이들에게 현금 흐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알 잘 알고 있다"며 "그렇게 하면 우리 입장에서도 어느 상품이 잘 팔리는지 추적하기 용이하다"고 덧붙였다.
적절한 거래처를 찾기 위해 이들은 적지 않은 '발품'을 팔아야 했다. 최 대표와 직원들은 지난해 수개우러 간 마포구 재래시장 내 식료품 가게 100여 곳을돌았다. 음식점 사장으로 위장한 최 대표가 가게 주인들한테 접근해 이것저것 묻고 나면 다음날 다른 직원들이 같은 가게를 방문해 똑같은 조사를 하는 식이었다. 이들은 오리를 봉지에 담기 전에 가게 주인이 먼지를 한 번이라도 더 털어주는지, 조금이라도 상한 부분이 있는 사과는 걸러서 담아주는지 등 가게에 대한 세세한 사항을 꼼꼼히 메모하고 서로 '크로스 체크'했다. 그렇게 해서 정육, 채소, 과일 , 제과 등 '믿을 수 있는 '각종 식료품 재래시장 가게 18곳을 엄선했다.
에피세리가 등장한 이후 18개 가래처 상인들의 월매출은 전보다 3~5% 증가했다. 에피세리 역시 지난 6개월 동안 월평균 37%의 성장을 이룩했다. 소비자 재구매율은 75%로 웬만한 전자상거래 업체들을 크게 압도하고 있다.
에피세리와 8개월째 거래를 하고 있는 박정수 가락농산물(48) 사장은 "전체 매출의 10%가 에피세리를 통해서 이뤄지고 있다"며 "재래시장을 찾지 않던 젊은이들이 주로 에피세리를 통해 배달을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에피세리를 통해 재래시장의 신규수요가 창출되고 있는 것이다.
와튼스쿨 출신이 재래시장으로 눈을 돌린 건 최 대표의 성장 배경과도 연관이 있다. 그의 어머니는 대구 최대 재래시장인 서문시장에서 평생 옷장사를 했다고 한다. 그는 "전국에는 35만명의 재래시장 상인들이 있다"며 하나하나가 다 유통채널이라고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시장성'이라 강조했다. 최 대표는 이달부터 사업 지역을 마포구에서 서울 전 지역으로 확대해나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