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967) - 여행 중에도 휴식이 필요하다
보스턴에 머문 지 어느새 한 달이 자난다. 호기심과 열정으로 바쁘게 돌아 다녔더니 몸이 휴식을 필요로 한다. 며칠간 외출을 삼가고 숙소 주변을 가볍게 산책하는 것으로 재충전의 기회를 가졌다.
산책길에 살핀 숙소 근처의 자마이카 호수, 낙엽과 함께 열매 떨어지며 가을이 깊어감을 일깬다
출국하기 전에 신앙잡지 '참빛'에 ‘그리스도인의 책 읽기에 관한 단상’이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하였다. 엊그제 그 잡지의 편집진에서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해왔다.
‘안녕하세요. 오늘 아침에 교단의 교역자협의회와 환원연구회 벤드와 단톡방에 교수님의 글 ‘그리스도인의 책읽기에 관한 단상’을 소개하였습니다. 좋은 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소개 내용, ‘김태호 교수의 그리스도인의 책읽기에 관한 단상은 안중근 의사와 김형석 교수의 말과 자신이 경험했던 에피소드를 인용하면서 책읽기가 주는 유익을 술회한 글입니다. 독서는 삶의 지평을 넓혀줍니다. 특히 그리스도인의 책읽기는 본인은 물론이고 타인에게도 글과 삶의 본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 인상 깊은 점은 독서 외에도 여행의 유익을 소개한 부분입니다. 글쓴이는 많은 곳을 여행하며 얻는 유익을 글로 담아내는 맛을 아는 분입니다. 읽으면서 이렇게 사는 것도 멋있다는 것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과분한 평가가 면구스러우나 비판보다 덕담이 나은 것임을 새기면서 이를 독자 여러분과 공유한다.
그리스도인의 책읽기에 관한 단상
1. 우리는 얼마나 책을 가까이 하고 있을까
청량한 가을, 바야흐로 독서의 계절이다. 안중근 의사는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는다’고 하였는데 우리는 얼마나 책을 가까이 하고 있을까? 통계청이 발표한 전국의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6천명, 학생 3천명 등 총 9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독서에 대한 실태조사(2019년) 결과에 의하면 국민의 절반 정도는 한 달에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경제수준에 비해 독서 빈국인 셈이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시립도서관이 있어 한 달에 10여권의 책을 빌려보고 있다 그 덕에 삶과 신앙의 폭이 넓고 깊어진다. 본이 되는 원로 김형석 교수의 권면, 나이 들어서도 독서를 계속하는 사람은 늙지 않고 성숙해진다. 우리 모두 책과 더 친해지자.
2. 책과 독서에 대한 에피소드
나는 어려서부터 학업에 충실한 편에 속하여 자연히 책과 가까이 지냈다. 고시공부 할 때의 경험, 전문지식이 요구되는 과목의 책은 한두 번 읽어서는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읽고 또 읽으며 그 뜻을 파고들면 어느 정도 내용을 터득하게 된다. 성경의 잠언은 1장에서 31장까지로 구성되어 매월 1일부터 31일까지 수십 년째 날짜에 맞춰 한 장씩 읽고 있는데 수백 번 읽은 구절도 처음 대하듯 새삼스레 그 의미가 다가서는 것을 체험하기도. 책 중의 책인 바이블의 어원에 대하여 들은 이야기,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에서 약 40km 북쪽에 항구도시 비블로스가 있다. 그리스인들이 종이의 원료인 파피루스를 많이 수출하는 곳이라고 해서 비블리온이라 불렀는데 이 말이 책 중의 책을 의미하는 바이블이라는 단어로 바뀌게 되었다. 주례를 더러 했다. 그때마다 성경 책과 교양잡지 1년 구독권을 마음의 양식으로 전하였다.
3. 독서를 통해 넓힌 삶의 지평
십 수 년 전 아들과 영국에서 기차여행하며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누었다. ‘나는 여행을 통하여 첫 단계로 관광(觀光)을, 다음 단계로 관음(觀音), 관서(觀書), 관덕(觀德)의 경지에 차례로 이르는 것이 좋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관광은 눈에 들어오는 풍광을 즐기는 것이며, 역사와 문화를 듣고 아는 것이 관음이다. 관서는 책을 통하여 깊이를 더하는 것이며 관덕은 마음의 수양과 인격을 갖추어야 한다는 뜻이다. 인생은 나그네 길이라는 말도 있거니와 삶의 과정을 통해서도 이러한 경지에 이르면 좋지 않겠는가?’
은퇴 무렵 새긴 삶의 4단계 위의 경지는 무엇일까를 계속 궁구(窮究)하다가 작년에 두 가지를 더 깨쳤다. 그 하나는 관기(觀機, 하늘의 기미를 살피다)요 또 하나는 관찰(觀察, 하늘을 우러르고 땅을 굽어 살핀다)이다. 관기를 일깬 경위, 2021년 봄 정기 구독하는 잡지 샘터 3월호에 ‘우정으로 도를 닦은 관기와 도성’이라는 제목의 글이 실렸다. 일연이 쓴 삼국유사에서 따온 내용으로 관기는 하늘의 기미를 살핀다는 뜻이다. 관찰을 일깬 것은 도서관에서 빌린 책, 공자의 역경 계사전(繫辭傳)에 나오는 앙관부찰(仰觀俯察, 하늘을 우러르고 땅을 굽어 살핀다)이라는 문구에 흠칫 놀랐다. 하늘을 우러르고 땅을 살피는 일이야말로 성인과 현자들이 찾는 진리의 덕목이 아니던가. 독서를 통해 넓어지는 삶과 믿음의 지평이 고맙다.
4. 올바른 독서의 길 - 그리스도의 편지
이 글과 관련하여 30여 년 전 미국 여행 때 참가한 집회에서 전한 메시지가 떠오른다. 그때 발표한 간증의 제목이 그리스도의 편지, ‘너희가 우리의 편지라 우리 마음에 썼고 뭇사람이 읽고 아는 바라 너희는 우리로 말미암아 나타난 그리스도의 편지니 이는 먹으로 쓴 것이 아니요 오직 살아계신 하나님의 영으로 한 것이며 또 돌비에 쓴 것이 아니요 오직 육의 심비에 한 것이라’(고린도후서 3장 2~3절)
1) 제목의 배경
1992년 2월 모스크바 방문 때 찾은 공산주의의 원조 레닌의 무덤(70년 넘게 미라로 보존된)에서 그 삶의 행적을 살피며 이것은 돌비에 새긴 것이요 성경의 교훈은 마음 판에 새기는 그리스도의 편지니 먹으로 쓴 것이 아니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영으로 한 것의 좋은 사례임을 깨쳤다.
2) 편지
(1) 뜻 : 소식을 알리거나 용건을 적어 보내는 서간, 또는 전령 예, 승전보(승리의 소식을 전한 마라톤 전령처럼)와 기쁜 소식
(2) 직접 쓴 편지들 : 아내에게(결혼에 즈음하여 기도하며 쓴 글 ‘사랑과 행복에의 기원, 50년을 목표로 지금도 결혼기념일에 쓰고 있다), 아이들에게(출생에 즈음하여 한 달 간 기도하며), 여행하며 가족, 친지, 학생들에게
3) 하나님의 메시지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것으로 교훈과 책망과 바르게 함과 의로 교육하기에 유익하니 이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온전케 하며 모든 선한 일을 행하기에 온전케 하려 함이니라(디모데 후서 3장 16~17절)
4) 그리스도의 향기가 담긴 편지
우리는 돌비(삶의 축쇄판, 업적과 표창의 상징 등)와 심비(마음 판에 새겨진 기록, 약속, 강렬한 인상 등)의 양면성을 지니고 살아간다. 곧 떡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으로 사는 것. 심비에 새길 것은 인자와 진리(잠언 3장 3절)요 마음은 생명의 근원(잠언 4장 23절)임을 깨치자. 하나님의 평강이 예수 안에서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리라(빌립보서 4장 6절) 우리 모두 그리스도의 향기가 담긴 편지의 수신자이자 발신인이 되면 좋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