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불단행(禍不單行)이란 "화는 홀로 다니지 않는다" 라는 뜻이니 재앙은 빈번히 겹쳐 온다는 말로 주로 사용되고 있다. 순수한 우리말로 "엎친 데 덮친다"가 있다. 지난 날을 되돌아보니 정말 그런 일이 많았다. 힘들고 어렵고 안 좋은 일들이 겹쳐 일어난 적이 부지기수였다. 그래도 다 이겨내고 오늘에 이르렀다.
오늘이 그런 하루였다.
갑자기 포럼 식구 중의 한 분이 모친상을 당해 성남시 장례식장을 향했다. 동료들과 느긋하게 만날 수도 있었지만 오후에 신나는 댄스스포츠 연습이 있는 관계로 혼자서 핸들을 잡았다. 갈 때는 낮 시간이라 막히지 않고 티맵의 안내에 따라 잘 도착해서 문상을 마치고 곧바로 나왔다. 오는 길이 문제였다. 빨리 가려고 하다보니 티맵의 목적지를 우리 집이 아닌 강화도 식당을 누르고 출발했다. 티맵의 최근 목적지가 여러 개라 우리 집 바로 옆에 기록된 자주 가는 강화도 식당을 잘못 누른 것이다.
성남에서 출발한 탓에 가는 방향이 비슷해서 목적지가 잘못된 것을 모르고 계속 달렸다. 평소같으면 외곽순환도로를 계속 달려야 하는데 이상하게 인천 방향으로 안내하는게 아닌가. 그때까지 모르고 있었다. 아마 상습 정체구역인 중동지역이 밀려서 다른 곳으로 안내하나 보다고 생각하고 계속 밟았다. 인천에 들어서면서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아뿔사! 목적지를 잘못 입력했다는 것을 그때서야 발견하고 곧바로 정정을 했다. 약 30km를 빙빙 돈 셈이다. 평소 티맵의 네비게이션을 너무 믿은 탓이다. 아는 길이라면 사람이 더 나은데... 알면서도 당했다. 꼭 사기를 당한 기분이었다.
그래도 댄스스포츠 연습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위안을 삼았다.
여러 남녀가 모여 왈츠, 탱고, 룸바, 차차차 등을 함께하는 문화센터 단체반이라 늘 화기애애하다. 실력의 차이는 있지만 서로 이해하고 도와준다. 개중에는 별난 사람도 있다. 좀 잘 하는 표시를 내면서 상대방의 실수를 콕 짚어 무안을 주는 못된 심보를 가진 사람이 있다. 언젠가 왈츠시간에 크게 잘못된 동작이 아닌데에도 손을 탁 치며 무례하게 하는 바람에 무척 기분이 나빴었다. 꾹 참았다. 오히려 잘 한다고 칭찬의 말을 수시로 건넸다. 이게 잘못된 것이었을까. 룸바 시간에 또 그런 못된 버릇이 나왔다. 내가 크게 틀린 것이 아닌데 반복적으로 지적질을 세게 하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가만히 있지 못하고 싫은 내색을 표시하고 이내 손을 놓고 말았다. 수업이 끝나고 좀 거시기해서 사과조로 말을 건넸다. 금방 화를 내면서 오히려 큰 소리로 대꾸해서 순간적으로 놀랐다. 스무살 정도 아래의 딸같은 젊은 여자에게 그런 황당한 일을 당하니 참 난처했다.
모든 것이 내 욕심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더 잘 춰 보려고 무리하게 댄스스포츠를 배우다보니 이런 악재를 만난 것이다. 또한 쳐다보지 말아야 하는 데 칠십 노인이 잠시 환상에 빠진 댓가이리라.
하기사 인생 살면서 늘 좋은 일만 생기면 뭔 재미가 있겠는가. 살다보면 좋은 날이 있고 궂은 날도 있는 것이다.
첫댓글요즘에는 정말 '조심조심'이 생활신조가 되었습니다. 그도그럴것이 나이들어 상처를 받으면 쉽게 치유가 안되기 때문입니다. 한데 이상하게 나쁜 손님(?)이 찾아오면 잠시 이성을 잃을 때가 있습니다. 틈이 없어야 하는데 그게 참 어렵습니다. 크게보면 이것도 사람 사는 맛으로 생각하니 좀 위안이 됩니다. 잠을 설치면서 이 글을 쓰고 있지만...
첫댓글 요즘에는 정말 '조심조심'이 생활신조가 되었습니다.
그도그럴것이 나이들어 상처를 받으면 쉽게 치유가 안되기 때문입니다.
한데 이상하게 나쁜 손님(?)이 찾아오면 잠시 이성을 잃을 때가 있습니다.
틈이 없어야 하는데 그게 참 어렵습니다.
크게보면 이것도 사람 사는 맛으로 생각하니 좀 위안이 됩니다.
잠을 설치면서 이 글을 쓰고 있지만...
힘낼께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