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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벼루고도 미루어 왔던 장가계 삼림공원 일대 투어를 8월 중순 4박6일로 다녀왔다. 20여년 전부터 한번 가야지 하던 중국 최고의 명승지였지만 우선순위가 밀린 이유가 한국서 비행기 직항편이 장가계 인근 도시에 착륙후에도 6시간을 버스로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과 중국여행이 대부분 그렇듯이 수많은 인파를 겪어야 하는 불편함 때문이었다. 비행편은 몇 년 전부터 다행히 <장사>라는 인근 도시로 직항편이 생겨서 버스 이동이 4시간반 정도로 단축되었지만, 이것도 만만한 거리는 아니다. 3년간 코로나가 전세계를 광풍처럼 휩쓴 여파로 해외여행이 좀 잠잠하다가 작년 후반부터 좀 풀린 덕에 드디어 금년 여름휴가철에는 실행하자고 작심을 했다. 자유여행이 힘든 지역이라 패키지 여행사를 골라 4개월전에 예약을 하였다.
나에게 중국 여행이란 초창기 업무 출장 몇 회를 제외하고는 주로 자연경관을 만끽하는 것이 주 목적이었다. 유럽으로 근 50여 차례, 일본 여행/출장 근 50차례를 제외하고는 중국이 지난 30년간 약 20차례로 다음 순위 빈도를 차지하는 것이 지정학적인 위치와 비교적 작은 경비 때문 인 것으로 보인다. 나라가 큰 만큼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는 큰 스케일의 자연 풍광과 고대 유적이 여행의 주 동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정치적으로나 역사적 지식으로는 나는 중국을 썩 좋아하는 나라에는 속하지 않지만, 옆집이다 보니 발걸음이 많아 진 것 같다. 지난 30년간 중국의 여러 도시와 산골을 시간차를 두고 방문해왔다. 삼성 그룹을 퇴임하고 97년도 영국 다국적 기업의 한국책임자로 취업하니 상사가 카나다 국적의 중국인이고, 분기별 미팅을 주로 북경, 텐진 혹은 홍콩에서 개최하니 출장으로 이들 도시를 자주 들락거렸다. 93년도인가 북경을 처음 방문한 후로 중국의 발전 추세를 예의주시 관찰해왔다. 97-98년도만 해도 북경과 텐진의 국제공항이라는 것이 우리나라 속초공항 수준의 초라한 공항 규모인 데다, 많은 인파와 낙후된 항공시스템으로 도착 후 이민국 통과 등 공항을 빠져 나오는데도 근 한시간반이나 두시간 걸리는 것이 비행시간과 비슷하였다. 북경 올림픽을 계기로 북경공항은 두차례나 신규 공항을 건설하여 이제는 비약적인 발전을 하였다. 당시 북경의 초일류호텔에 묵어도 야밤에 혼자 시내 다니기가 좀 두렵고, 호텔 엘리베이타에는 입구에 공안원이 두 명씩 보초를 서 있어,썩 기분 좋은 느낌은 아니었다. 거리에는 역주행 하는 차와 자전거, 인력거, 상의를 벗은 영감들, 위생상태 등 후진국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그후 30년 중국 경제의 비약적 발전과 올림픽을 계기로 거리문화와 건물 들이 질서있게 정비되는 것을 매년 지켜 볼 수 있었다.
이럭저럭 중국여행은 중국, 텐진, 홍콩을 벗어나 상해, 항주, 소주, 계림, 연변, 청도, 중경, 낙양, 서안. 연대 낙양, 장가계 등 여러 도시를 순차적으로 년도를 달리하여 답습하니 이럭저럭 20회를 넘어선 것으로 되었다. 산둥 반도에 있는 연대 (얀타이)는 좀 특이하게 한국무역협회의 사절단의 일원으로 인천에서 배로 항해하여 엔타이를 방문하여, 여러 산업시설과 물류시스템을 관전한 것이었다 이제 Wish List에 남은 게 만주 흑룡강성의 하르빈, 서부지역 성도와 곤명, 그리고 서북부의 우루무치를 위시한 신강성과 실크로드 일대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장강을 크루즈로 거슬러 올라가는 프로그램도 미완의 숙제다. 앞으로 몇 개나 더 마칠지 이제 세월도 흘러가고 여력도 미진하여 나 자신도 알 수 없다. 걸을 수 있는 한 다녀 보라는 게 여행의 수칙이지만. 다리의 힘은 날로 약해간다.
이번 장가계 여행도 해보니까 어느덧 70대의 중반을 넘어선지라 하루 15000보를 걷기가 만만치 않아서 세월의 흔적을 이젠 몸으로 느끼게 되었다. 더군다나 작년 가을 3주간 동구라파 여행 중 한 주간을 오스트리아/이태리의 알프스 돌로미티 트레킹을 하면서 무릎에 무리를 한 것 같아서, 장가계 패키지 팀 14명중 이제 후미를 항상 장식하게 되어 나이를 실감했다. 역설적으로 더 늦기 전에 장가계 여러 산길을 다녀온 것이 다행인 것이 되었다. 매일 8월 온도가 36-7도라 더위가 만만치 않았지만, 일기가 계속 쾌청하여 장가계 산맥군을 구석구석 만끽하고 좋은 사진도 만들 수 있었다. 대부분의 여행자가 우천과 안개로 좋은 경관을 반도 못 본다는데 이번 일정은 날씨가 너무 좋았다. 장가계는 후난성 서북부의 무릉 계곡에 위치한 국가삼림지역이다. 그런데 한 시간 거리의 도시 이름도 장가계다. 4일간을 매일 아침 일찍부터 장가계 도심에서 한시간을 버스로 달려 장가계 산악지대로 출퇴근하는 셈이었다. 하도 여러 곳을 다니다 보니, 여기가 저기 같고, 헷갈리지만 역시 백미는 큰 바위에 큰 구멍이 뚤려 있고, 999개 계단과 99개 굽이치는 고갯길로 유명한 천문산이 하일라이트 였다. 천문산이 높이 1571메타 라고 하나 산세가 험하여 여기에 오르는 길은 99개 굴절된 위험한 산길을 오르든지, 7.5키로에 이르는 케이블카로 오르든지 두 가지 방법밖에 없다고 한다. 장가계 여러 꼭대기 명소에 오르내리는 길은 케이블 카, 엘리베이터, 에스칼레이타, 산악버스, 골프 카트 같은 전기차가 아주 슬기롭게 조합되어 있다. 아무리 현대 문명의 이기를 총동원하였지만 그래도 수많은 계단, 절벽 잔도, 숲속 오솔길 등은 걷기를 요하는 곳이 많아서 장가계가 효도관광의 대명사라고 하지만, 나이든 부모의 유격훈련 대상지 인 것처럼 보인다. 엄청난 스케일과 수려한 경관은 땀 흘려 오른 수고의 대가이다. 천문산의 핵심 포인터는 웅장한 바위산에 자연적으로 뚤려진 큰 구멍이다. 천문산 아래로 내려 오는 장장 300 메타의 하강길 에스칼레이타 7차레나 환승하는 굴 속의 벽면에는 세계 각지에서 온 모험가들, 서커스 요인들, 공중 운동가들의 모험 사진들이 부착되어 관광객의 눈낄을 끈다. 파라슈트, 외줄타기, 낙하산 부대 그룹사진 등등. 이중에서도 백미는 전투기를 몰고 그 구멍 속으로 비행한 기록 사진이다. 이렇듯 대자연에 대한 인간의 도전은 변화무쌍하다
원가계, 십이회랑, 천자산, 유리잔도 등은 장가계가 천하제일의 명산임을 과시하는 것 같다. 영화 <아바타> 촬영지 간판도 산정에 나타나고, 이들을 오르는데 백룡 엘리베타는 그 위용을 자랑하고, 현대의 기술을 자연경관에 잘 접목하였다. 절벽에 붙은 초고속 엘리베타가 326 메타를 50명을 태우고 2분만에 오른다. 한시간에 4천명을 수송하는 능력이다. 유리로 만든 전면으로 장엄한 산악지대의 풍광을 선사한다. 엄청난 규모의 에스칼레타는 연속 7개가 내려오는 산길을 시간과 정력을 절약시켜 준다. 어떻게 이렇게 엄한 산악지대를 현대적 기술로 엘리베타와 에스칼레타를 설치하는 아이디어를 내었을까 하는 생각이 내가 대체로 싫어하는 중국인이지만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자연풍경지가 국가 A5급이어서 인지, 벌떼처럼 몰려든 인파에 대한 보안검사에서 현대 보안 하이테크를 총동원한 시스템이 눈에 뛴다. 비자, QR Code 인증, 검색대 통과 시스템이 철저하다. 희망과 달리 첫날 천자문 오르는 케이블카에 탑승하는데 아침 이른 시간이라 그나마 약간 한적하다는 데 긴 인파로 한시간 반이나 걸려 겨우 탑승하였다. 중국 여러 명승지를 둘러보았지만 여기가 최장 인파 라인인 것 같다. 그나마 코로나 이후 좀 줄어든 인파라는데, 참고 기다리면서 발걸음을 재촉 이동하는 것이 인내의 훈련장 같다. 절벽의 잔도길을 걷는 맛이 시원하면서도 아찔하다. 유리잔도가 나오면 밑을 가끔 훔처 보면서 애써 태연한 척 정면만 처다 보며 길이 끝나기를 내심 기다린다. 이런 심산유곡에 잔도를 만드는 인간의 능력에 감탄을 낼 수밖에 없다. 산길을 걸을 때는 무념무상이다. 반 인공, 반 자연 호수인 보봉 호수에서 30분 뱃놀이 경험은 옛 선인의 여유스런 느낌을 선사한다. 마지막날의 일정의 백미는 황룡동굴 탐방이다. 1982년도에 어느 농부가 우연히 발견했다는 동굴이 총면적 20HA에 길이가 10키로에 이른다. 수직고도가 160메타에 이르고 수많은 종유석, 용암석, 석순, 석화가 현란한 인공 조명으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카스트 지형의 아름다운 창조물을 보여준다. 내부의 호수물을 모터 보트로 일부 구간을 유람선처럼 운행한다. 4층 높이로 구성되어, 수많은 계단과 인공구조물로 관람하는 길을 잘 만들어 놓았다. 아마도 동굴 내에서만 3천 걸음의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한 것 같다. 중국이나 세계의 여러 동굴을 탐방해 보았지만 스케일면에서 가장 큰 것 같다. 4일간 유격훈련 일정을 마치고, 저녁식사의 포만감에 더하여 발맛사지로 매일을 다리 근육을 푸는 것도 즐거움 중에 하나다. 이번 발마사지 아줌마는 압도적인 기술로 녹초가 된 다리근육을 재생시켜 주었다. 하도 감탄스러워 이틀 후 다시 불렀고, 수고에 감사를 표했다. 중국말이 안 통해도 <오아이니> (I love you)와 sese를 싫어 할 리 없다. 힘든 여정이지만 좋은 친구들 덕에 즐거운 여정이었다. 여정의 마지막 저녁은 중국가무단의 야외 초대형 쇼였다. 중국 어느 지방으로 여행을 가든 장대한 야외 쇼는 상상을 초원한 스펙타클과 수많은 가무단의 동원으로 인간의 능력과 자연의 동화를 보여준다. 송송 가무단이나 계림의 장예모 감독의 쇼는 인간의 능력의 한계가 끝이 없음을 북경 올림픽 개막식과 폐회식에서도 익혀 알 고 있는 바이다. 이번 쇼도 장가계의 풍광 일부를 재현한 흔적으로 아쉬움을 달래주는 것 같다.
중국 탐방의 나의 그간 주관심사는 실크로드였는데 현실적으로 옛 실크로드를 걸어보는 여행은 사정상 하지 못했다. 겨우 대리만족으로 실크로드 목적지인 서안, 중심 통과지역인 우즈베키스탄의 <사마르칸트> 그리고 유럽 출발지인 이스탄불을 점과 점 개념으로 답사한 게 전부다. 유럼과 아시아의 점합 도시인 이스탄불은 3차레 방문한 바 잇으나, 실크로드 전구간 혹은 일부 구간을 실제 여행할 기회를 가지지 못한 아쉬움에 고수 여행가의 실크로드 완주 여행기를 수 권 독파하여 대리만족을 구한 바 있다. 여기에는 프랑스의 유명한 은퇴 언론인 여행가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3권 1500페이지에 이르는 <나는 걷는다>라는 책을 필두로, 불멸의 해외여행 개척자 김찬삼 교수의 실크로드 담사기, 그리고 경찰청장을 지낸 이택순 작가의 책도 기억에 남는다. 나는 중국을 역사적으로, 현재의 공산주의 사상이 싫어서 나라는 싫어하지만 여행까지 싫어 할 수는 없었고, 인해전술 같은 수많은 인파는 여전히 기피하고 싶다. 사상을 떠나 그간 중국 관련 책들을 간간히 읽어 왔는데, 학생 시절부터 삼국지, 수호지, 초한지등 무협소설 등은 인물도 복잡하고 앞뒤 스토리도 정리도 내 머리에 안되어 제대로 읽어 본적이 없다. 요즘 카톡에 이러한 류의 소설을 각색한 글을 올려도 나는 그냥 외면한다. 중국영화도 흥미가 없는 편이다. 예외라면 <연인> 이나 탕웨이 주연의 <색계>는 농염한 연기로 재미있게 몇차례나 본 바 있다. 대신 중국의 근대화 과정과 최근의 경제성장 등 관련 서적은 간간히 읽는 편이다. 수십 년 전 T. White와 M Stuard라는 작가간 저술한 영문서적 <China; the roots of Madness>라는 책이 기억에 남는다. 금서에 가까운 사진들이 포함된 중국 개화기 사건들의 사진이 많이 들어 있다.
그리고 정화 (1371년-1434년) 항해기와 <모택동 비록>등이 기억에 남는다. 요즈음은 중국의 대만 침공 여부가 화두인 만큼 대만전쟁 시나리오 관련 책도 관심 있게 읽었다. 우리나라 안보 상황과도 직결되는 것이니 관심이 고조된다. 대만이 침공 당할 경우 대만은 장강의 거대한 삼협 댐을 전투비행기로 폭파할 것이라는 예측은 흥미진진한 것 같다. 중국이 현재 막강한 경제적 Power를 배경으로 전 세계 여러국가에 일대일로 정책을 추진하고, 유럽의 고성과 고가의 예술품을 사들이고,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우주 경쟁을 벌리면서 G-2의 위력을 도모하는 것도 중국근대화 과정을 학습한 나로서는 근대화 시기에 아편전쟁의 굴욕, 일본에의 참패 그리고 힘없이 무너진 왕조 등 근대역사의 모멸감을 만회하고자 하는 몸부름 처럼 보인다. 머슴이 갑자기 출세하여 갑자기 부자가 되어 세도를 부리는 느낌 비슷한 느낌이다.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 단체 여행객들의 한국 방문은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지만, 우리가 해외여행을 갔을 때 조우하는 중국단체 여행객들은 늘 상 피하고 싶은 존재들이다. 역사적으로 세계 어느 지역이든 친한 이웃나라는 별로 없다. 항상 전쟁과 갈등의 연속이었고, 중국과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더군다나 수백년을 군림하고 갈취하였고, 살아남기 위해서 비굴했으니 말이다. 장가계 여행을 마치고 귀국하니 신문 광고에 <슬픈 중국 1, 2, 3권>책이 눈에 금방 뛰어 주저없이 사서 금주말부터 읽을 요량으로 있다. 1948년부터 중국근대화 과정을 상세히 분석하고 현재의 중국의 이면과 어두운 그림자를 숨김없이 전개한 가치 있는 책처럼 보인다. 장가계 여행이 중국에 대한 평소의 관심을 약간 고조시킨 것인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중국이라는 존재가 지정학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현재에는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밀접하게 얽혀 있는 이웃나라이니 외면할 수가 없는 현실인 것만은 틀림없다. 중국 가서 혼밥 먹을 이유도 없고, 얻어 맞을 사건도 없으나 아는 것이 힘이다. 사랑하지 않는 애인을 둔 것처럼 언젠가 또 다른 중국 어느 지방 여행지를 가려고 궁리할 지도 모르겠다.
(2023.9.2)
첫댓글 장가계여행의 추억을 소환,
감사감사!